주간동아 264

2000.12.21

35억년 전 火星은 ‘호수의 별’

따뜻하고 습한 기후 수km 퇴적암층이 증명 … 생명체 존재 가능성 호기심 증폭

  • 입력2005-06-10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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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억년 전 火星은 ‘호수의 별’
    2020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유인 화성탐사선이 발사된다. 화성에 도착한 탐사대는 탐사 도중 수수께끼의 구조물을 발견하지만 갑자기 통신이 두절되고 만다. 이후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화성으로 구조대가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화성탐사대원들은 수수께끼의 구조물에 도착하고 그 안에서 옛날 화성인들이 남겨 놓은 홀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찬란한 문명의 역사를 간직한 과거의 화성에는 바다가 넘실거리는데….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SF 영화 ‘미션 투 마스’의 일부 내용이다. 시나리오를 비롯해 탐사선 세트, 소품, 장비 등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직접 공인받아 제작된 이 영화에도 과거의 화성은 물이 풍부한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12월4일 NASA의 발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된 화성의 물 존재에 대한 가설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또 한번 증명했다. 화성 표면에서 거대한 고대 호수 바닥을 암시하는 퇴적암층이 발견된 것. 이것은 현재 화성 주위를 돌고 있는 NASA의 화성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찍은 고해상도 사진을 판독한 결과였다. 이 소식은 저명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비롯해 CNN, BBC, 등 해외 언론매체로부터 주목받았다.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호에 장착된 마스 오비터 카메라의 성능은 화성 표면에서 학교버스나 비행기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마스 오비터 카메라의 사진은 지구상에서 지질학자들이 사용하는 항공사진에 비교될 만하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이런 사진들 중 수백 장에 층층이 쌓인 퇴적암층의 노출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수km 두께의 퇴적암층은 갈라진 협곡 안쪽, 충돌구덩이 안쪽이나 충돌구덩이 사이에서 침식과 단층 현상에 의해 드러났다.

    35억년 전 火星은 ‘호수의 별’
    화성의 퇴적암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화성의 복잡한 과거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이다. 즉 35억 년보다 오랜 원시 화성은 지금보다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서 물로 가득 찬 수천 개의 호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수많은 호수에서 퇴적물이 계속 쌓여 최근 발견된 퇴적암층을 이룬 것이다.



    지구의 퇴적암에서는 옛날에 지구상에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인 화석이 종종 발견된다. 그렇다면 화성은 어떨까. 우선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이 고대 화성에 풍부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나아가 물이 가득했던 고대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면 그 흔적이 화성 퇴적암 속에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전쟁의 신을 연상시키며 하늘에서 붉게 빛나는 화성은 인류에게 항상 주목의 대상이었다. 화성이 여러 측면에서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화성의 하루는 지구보다 겨우 40분 정도 더 길며 4계절의 변화가 나타나고 희박하지만 대기가 존재한다. 여기에 물이 있다면 생명체에는 금상첨화일 것이다.

    화성 생명체, 나아가 화성인 논쟁은 18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84년 천왕성의 발견자인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화성인의 존재를 주장했던 것이다. 그 후 화성인의 실체가 일반인들에게 크게 어필한 때는 19세기 말이다. 화성의 극지방에는 지구의 빙산처럼 하얀 부분인 극관이 존재한다. 이런 극관이 여름에는 작아지고 겨울에는 커진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극관이 얼음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세기 말에는 화성 표면에서 화성인이 극관의 물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운하를 발견했다고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어처럼 생긴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줄거리의 SF소설 ‘우주전쟁’(1898년, H.G.웰스 작)이 발표돼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이 내용이 라디오전파를 탔을 때는 진짜 화성이 침공하는 줄 알고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다.

    화성의 인공운하 이야기는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에서 40여 개의 줄무늬를 관측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것을 자연적인 수로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인 ‘카날리’(canali)로 표기했는데, 이 단어가 영어권으로 넘어가면서 인공운하를 나타내는 ‘canals’로 둔갑했던 것. 이 해프닝은 미국의 재산가 퍼시벌 로웰에 의해 전세계인들에게 확산됐다. 로웰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천문대를 세우고 화성을 관측해 160개가 넘는 ‘운하’를 지도로 만들어 발표하자 ‘운하’를 만든 화성인의 존재는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런 환상은 인류가 화성으로 탐사선을 보냄으로써 산산이 부서졌다. 1965년 미국의 화성탐사선 마리너 4호가 화성표면 사진을 보내오자 화성표면은 인공적인 운하 대신 자연적으로 생긴 수로들이 나타나는 황량한 곳임이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운하를 건설하는 수준의 고등생체가 아니라 물을 바탕으로 살았을지도 모르는 미생물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개됐다.

    1976년에는 미국의 쌍둥이 화성탐사선 바이킹 1, 2호가 화성에 도착했다. 이들은 각각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이뤄졌다. 탐사 목적은 궤도선을 통해 고해상도 사진을 촬영하는 동시에 착륙선에서 미생물존재실험을 행하는 것이었다. 실험결과는 실패로 끝났으나 사진은 과거 화성 표면에 흘렀던 물의 증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때도 한 가지 사실이 세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이킹 1호가 찍은 사진 중 사이도니아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사람 얼굴, 피라미드 등을 연상시키는 지형이 발견된 것.

    거대 피라미드와 함께 두 눈과 코, 입이 드러난 얼굴지형(인면상)은 누군가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처럼 보였다. 이 문제를 다룬 전문가 중에는 과거 화성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도 있었다. 화성인이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를 건축한 사람들과 교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화성의 사이도니아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집트의 기자에도 피라미드와 함께 사람 얼굴을 한 스핑크스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두곳은 건축적인 면에서 비슷해 보였다. 이런 생각은 수많은 책, 잡지, 신문, 방송을 통해 전파됐다. 영화 ‘미션 투 마스’도 이것을 대전제로 삼아 얘기를 풀어나갔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1998년 4월 미국의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호가 이전보다 더 고해상도로 이곳을 다시 촬영했다. 그러자 이들은 인공구조물이 아니라 빛과 지형이 만들어낸 일종의 착시였음이 밝혀졌다.

    이번 화성 호수에 대한 관측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6월22일에도 화성의 물에 관한 획기적인 발표가 있었다. 수십억 년 전뿐만 아니라 극히 최근에도 물이 흘렀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 이 지형은 지구상에서 지하수가 분출될 때 형성되는 지형과 매우 유사했다.

    아무튼 화성의 물에 대한 이런 일련의 발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화성탐사선이 조만간 줄을 이을 예정이다. 로웰의 운하나 바이킹의 얼굴지형처럼 거짓으로 드러날지, 아니면 인류의 오랜 염원처럼 ‘화성인’이나 그 흔적을 발견하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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