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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은 딸에게서 나온다

道, 여아 출산 부모에 CD 선물 … 성비 불균형·낙태 문제 해결에 도움 기대

‘강원도의 힘’은 딸에게서 나온다

‘강원도의 힘’은 딸에게서 나온다
CD 한 장으로 ‘남아선호’의 오랜 전통을 깰 수 있을까. 강원도는 지난 7월1일부터 여아를 출산한 부모들에게 ‘미래의 희망 강원의 딸’이라는 CD와 카세트 테이프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17곡이 수록된 이 CD 등은 강원도측이 남아선호사상으로 발생하는 성비 불균형과 여아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작한 것이다. 강원도청 여성정책실 관계자는 “21세기는 여성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딸의 출산을 축하하고 적극 장려한다는 뜻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CD의 이름도 그런 취지에서 붙였다고 한다.

전국적 현상이긴 하지만 강원도의 남아선호는 뿌리가 깊다. 신생아 성비 격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99년 강원도 출생 신생아 1만8484명 중 남아는 9659명, 여아는 8825명으로 남녀성비는 109.5대 100으로 나타났다. 강릉 한 초등학교의 경우 올해 입학한 남학생은 125명인 반면 여학생은 48명이 적은 77명에 그쳤다. 1학년 교실에선 짝짓기가 어려워졌다.

삼척시의 경우 ‘남근모양의 조각상들 앞에서 절을 하면 득남한다’는 전설을 되살린다며 지난해 가을 ‘남근공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도시의 성비 격차는 무려 130.5대 100에 이른다. 강원도 출생 셋째 자녀의 평균성비는 132.4대 100이다. 도내 곳곳에서 여아 낙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강원의 딸’ CD의 배포는 각 읍, 면, 동사무소에서 딸의 출생신고를 하러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12월8일까지 4000개 정도가 나갔다. 강원도측은 이 사업이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CD를 받아가는 대다수 주민들이 “재미있다” “새로 태어난 딸을 호적에 올리고 귀가하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고 말한다는 것.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해 모든 사람이 좋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시민들은 CD를 나눠주는 공무원들에게 “불난 데 부채질하느냐”며 화를 냈다. 음반 받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강원도는 음악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산모와 태아의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는 곡들로 ‘엄선’했다고 하지만, 그중엔 ‘강원엑스포 주제가’도 포함돼 있다.

한 강원도의원은 도 행정부를 향해 “이런 사업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다. 다음은 그가 말한 요지. “여아를 낳은 부모들에게 도에서 일정액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 혜택을 준다면 성비 격차가 줄어들지 모른다. 고작 CD 한 장은 그런 혜택이 될 수 없으며 ‘의식전환’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이런 주장에 대해 도 여성정책실측은 선거법을 내세워 해명한다. 자치단체장이 어떤 이유로든 주민들에게 고액의 현금을 지급했을 경우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정책에 있어서 지자체의 근본적 어려움은 사실 다른 데 있다는 시각이 많다. 1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강원도 여성정책실의 경우 올해 예산은 단 2억여원. 빈약한 세원, 늘어나는 부채, 줄어드는 중앙정부지원 등으로 재정압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지자체에서 여성정책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도측은 “‘강원의 딸’ 사업은 여아 낙태와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독창적 아이디어다. 이 사업엔 예산 1800만원이 투입됐는데, 돈을 들인 효과는 충분히 뽑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이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2000.12.21 264호 (p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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