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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현 양주 받은 20여명은 누구

추석 때 ‘발렌타인 17년산’ 선물 리스트 직접 작성… ‘보이지 않는 손’ 의구심 점점 커져

진승현 양주 받은 20여명은 누구

진승현 양주 받은 20여명은 누구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27)은 현재 불법대출, 외자유치 사기, BIS비율 조작, 주가 조작 등 수백억원대 금융부정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규모로 보았을 때 힘있는 사람이 뒤를 봐주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씨 본인은 물론, 그의 측근 김재환 MCI코리아 회장, 신인철 한스종금 사장, 진씨의 부친 등은 학력과 경력을 앞세워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4·13 총선을 전후해 거액이 정치권에 뿌려졌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국회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실제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어렴풋이나마 구체성을 띠며 등장한 것은 김영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수뢰혐의 외에는 없다. 이 외에는 “진승현씨측이 구명운동을 위해 여권 실세 등 각계 인사의 ‘선물 리스트’를 작성해 지난 추석 때 이들에게 발렌타인 17년산 양주와 고급 한과를 돌린 것으로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가 전부다. 특히 전직 모 청와대 수석의 보좌관이 선물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졌다.

전 청와대 수석 보좌관 스카우트

그러나 이 사안마저도 매스컴에 크게 보도는 됐지만 현재까지 검찰에서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리스트 자체도 공개되지 않았고 진씨측 관련자들의 증언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해외로 도피한 상태에서 발렌타인 17년산 양주 선물은 어쩌면 정-관계 로비의 일각을 드러낼 수도 있다.



‘주간동아’는 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청와대 수석의 보좌관, 선물을 직접 돌린 진승현씨 비서실장과 접촉해 ‘진씨 추석 선물’에 얽힌 사실 관계를 조명했다. 지난 추석 연휴 전 진씨측에선 ‘발렌타인 17년산’과 ‘로얄 살루트’ 두 종류의 양주가 나갔다. 그러나 로얄 살루트는 진씨와는 무관하게 돌려졌고 발렌타인 17년산은 진씨가 자필로 ‘선물 리스트’를 직접 작성해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 청와대 수석의 보좌관 양모씨(42)는 일부 언론에 여권 실세, 야당 유력 인사, 전직 고위장성,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각계인사 50여명의 이름이 적힌 ‘진승현의 발렌타인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민주화운동단체에서 활동하다 대선 때인 지난 97년 정치권에 입문해 민주당의 대선 실무팀에 몸담았다. 이후 그는 현 국회의원 이모씨의 보좌역으로 일하면서 98년 3월부터 99년 2월까지 1년여 간 국정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좌하는 3급 행정관으로 공직 생활을 했다.

올해 9월 초 그는 진승현씨에 의해 MCI코리아계열 클럽MCI의 부회장으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이것이 진승현씨 사건이 불거지자 “진씨가 학력, 민주화운동 및 공직 경력 등으로 정-관계 마당발인 양씨를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했다” “양씨가 자신과 친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리스트를 작성해 진씨에게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양씨는 진씨가 자신을 채용한 배경에 대해 “후배 한 명이 진씨에게 나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진씨가 나를 채용한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다. 내가 정-관계 인사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진씨는 면접장에서 ‘나는 나이도 어리고 돈이 많다는 얘기도 있어서 주변에 괴롭히는 사람이 많다. 일을 함께 해보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그러나 나는 진씨를 위해 정-관계 로비역을 한 적이 없으며 선물 리스트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오해’를 사게 됐을까. 그의 설명은 이렇다. “내가 추석 전 여권 인사, 공직자, 언론계 인사 등 30여명에게 로얄 살루트를 돌린 것은 사실이다. 이는 순전히 내 개인적 인사치레일 뿐 진씨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내가 진씨에 의해 채용된 뒤 그의 구명을 위해 선물 리스트를 만들어 정-관계 인사들에게 돌린 것처럼 비친 것이다.”

지난 10월까지 MIC코리아에서 진승현씨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안모씨(34)에 따르면 진승현씨는 지난 9월 초 추석 선물로 쓰겠다며 발렌타인 17년산 양주와 고급 한과의 구입을 지시했다는 것. 이들 물품을 MCI코리아 내 회의실에 가득 쌓아 두었다고 한다.

안씨는 “진부회장이 자신의 명함첩을 보며 자신의 손으로 선물받을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종이 2장에 직접 옮겨 적은 뒤 건네주었다”고 말했다. “그 명단엔 MCI계열사의 임직원 이름 20여명이 있었고 나머지 20여명은 외부 인사들이었는데 내가 아는 이름은 없었다”는 것. 비서실측은 “선물 명단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으며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진승현씨는 지난 설 연휴 때도 같은 양주를 같은 방식으로 외부인사들에게 선물했다.

두 사람의 진술에 따르면 설로만 떠돌던 선물 리스트가 실제 존재한 것이 확인된다. 또 관련자들을 통해 진씨가 양주 선물을 돌리게 된 경위도 드러났다.

진씨의 추석 선물 관련사안은 정-관계 로비의 실타래와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을까, 아니면 기업의 명절 관행을 공연히 확대 해석한 것일까. 진승현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서는 풀릴 수 없는 의문이다.





주간동아 2000.12.21 264호 (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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