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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개성공단은 제2의 선전(深土川) 특구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모두 남한에서 제공… ‘경제지대 특별법’ 제정 1차적인 관건

  • < 김 당 기자dangk@donga.com>

개성공단은 제2의 선전(深土川) 특구

개성공단은 제2의 선전(深土川) 특구
남북한 경제협력의 물꼬를 틀 개성산업단지(개성공단) 건설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1월11일 한달 일정으로 방북한 한국토지공사의 측량 및 토질조사팀 30명이 일정을 5일 앞당겨 12월5일 귀환했다.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측량 및 토질조사팀은 그동안 개성직할시 시내 여관에 묵으면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순)-민족경제협력연합회(회장 정운업)-현대아산(이사회 의장 정몽헌)-한국토지공사(사장 김용채) 4자가 합의한 개성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측량 및 토질조사 작업을 벌여왔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 공사 착수

토지공사의 한 관계자는 “북측이 토지공사 실무 조사팀에 측량조사에 필요한 삼각점과 수준점을 각각 2점씩 제공하는 등 협조해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조사를 마치고 일정을 앞당겨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의 우려와 달리 개성공단 개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 이는 지난 99년 10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북한 서해안지역에 2000만평 규모의 공단을 개발키로 합의한 지 1년여 만의 일이다.

한편 토지공사 김용채 사장은 실무팀의 현지 측량 및 토질조사가 진행중인 11월14~18일 공동 사업시행자인 현대아산의 김고중 부사장 등과 함께 방북해 개성공단 1단계 사업지역을 확정한 바 있다. 1단계 산업단지는 개성직할시 평화리 일원에 총 2000만평(산업단지 800만평, 배후 주거지역 1200만평) 규모로 개발되는 개성공단 부지 가운데 우선 개발되는 100만평 규모의 시범사업단지다(개성공단 위치도 참조).

이번에 1단계 사업지구로 선정된 판문군 하대리 일원의 100만평은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거리(4km)에 위치하고, 개성공단 전체 후보지 가운데 경의선 철도-도로와 연계성이 좋아 물자수송이 수월하고 완만한 구릉지로 돼 있어 공장 건축이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토지공사와 현대아산측은 1단계 사업지구에 대한 측량 및 토질조사를 거쳐 연내에 공단개발에 대한 기본계획과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이르면 내년 4월께부터 단지 조성공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관건은 개성산업단지에 대한 경제특구 지정 및 ‘경제지대특별법’ 제정이다. 현대아산은 지난 9월 말 정몽헌 의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토지공사-현대아산 방북단은 토지 임차기간, 근로자의 임금수준, 남북간 육상 수송로 확보방안, 공단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담은 ‘경제지대특별법’을 12월 말까지 제정해줄 것을 북한측에 제시했다. 토지공사측은 토지 임차기간과 관련해서도 북한측 관련 법에 최대 50년으로 돼 있는 임대기간을 70년으로 늘려줄 것과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현대측은 시범단지에 신발, 섬유, 전자 등 3개 업종의 중소기업 200여개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현대측은 내년 말이면 이들 시범공단에서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측은 부산신발산업협동조합, 섬유산업연합회, 전자업체 협동조합 등 3개 조직을 통해 입주 희망업체를 모집중이다. 신발과 섬유부문은 이미 입주 희망업체가 거의 확정된 상태다. 3단계에 걸쳐 2008년경에 완공될 개성공단은 군산-장항 공단의 약 2배에 이르는 규모로 850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공단이 제대로 가동되면 북한 근로자 22만명의 고용효과와 연간 200억달러 가량의 상품 수출이 예상된다. 북한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따라서 개성특구 지정은 기존의 나진-선봉특구와는 의미가 다르다. 남한 이외의 다른 나라 자본에 의존하려 했던 나진-선봉특구와 달리 개성특구는 거의 전적으로 남한 자본에 의지하고 있다. 그 추진 주체를 보더라도 현대라는 사기업과 함께 토지공사라는 공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정부가 공단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또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불과 37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전력, 용수, 통신,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모두 남한에서 제공된다. 특히 공단 운영의 생명줄인 전기는 문산에서 휴전선을 넘어가는 방안이 확정적이다. 이는 사실상 북한이 개성공단의 남한 의존도를 묵인하는 것으로 홍콩과 중국 선전(深土川)특구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북한의 개방의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그 시험의 1차 반응은 일단 북한이 연말까지 경제특구 지정 및 경제지대특별법 제정을 이행하는지에 따라서 살펴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00.12.21 264호 (p28~29)

< 김 당 기자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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