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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없으면 선수들 밥줄 끊긴다

전국체전 없으면 선수들 밥줄 끊긴다

전국체전 없으면 선수들 밥줄 끊긴다
10월14일, 전국체전이 한창 열리는 부산 구덕운동장. 이곳은 육상과 농구경기가 열리는 중심 경기장이지만 관중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심지어 주차장에 설치된 이동식 대형 멀티비전에는 체전이 아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전(롯데-삼성)이 나오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관계자들조차 이날 막을 내리는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발길을 옮기기에 바빴다.

인기 없는 체전. 하지만 이 대회가 얼마 전 끝난 시드니올림픽보다 규모도 크고 중요하다면 이해가 될까.

그렇지만 이는 분명 사실이다. “우리한테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체전에서 입상하는 게 더 중요해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체전에서 부진하기라도 하면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 양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자 소속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체육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학원스포츠와 시-군청 실업팀은 전국체전 덕분에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현재 시도별로 체육 중고등학교가 있고 각 종목별로 시-군청팀이 포진해 있다. 이는 모두 전국토의 균형적인 체육발전을 위한 정책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트 같은 종목은 인기도 없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각 시도에 팀이 있다. 만일 전국체전이 없다면 비인기종목 실업팀 중 60% 이상은 해체되고 말 것이다.

시도 체육회 인사들에게는 1년 농사가 전국체전에서 결정난다. 지난해와 비교하여 순위가 상승했을 경우 다음해 지원이 좋아지고 윗사람들로부터 평가도 높게 받는다. 대부분 공무원이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생계와 직접 연관된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누가 알아주든 말든 경쟁이 치열하다. 선수 스카우트부터 불꽃 튀긴다. 어떤 선수는 매년 소속 시도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전남 해남이 고향이지만 부산체고를 나왔고 대학은 한체대, 실업팀은 충남도청이라고 한다면 이 선수는 전남 부산 서울 충남 소속으로 차례로 체전에 참가해 온 것이다. 체전의 주요 모토 중 하나가 향토의 명예를 걸고 뛴다는 것인데 사실 퇴색된 측면도 있다.

체전은 또 규모 면에서 올림픽을 능가한다. 40개 종목(28개인 올림픽보다도 많다)에 걸쳐 고등부-대학부-일반부, 여기에 남녀로 나누어 열리는 탓에 취재기자들조차 어디서 언제 어떤 선수가 뛰는지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다.

각 시도의 종합순위는 메달 수가 아닌 8위까지 입상성적을 포인트로 평가한 ‘종합점수’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따라서 참가 시-도가 가능한 한 많은 선수를 출전시키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미 은퇴한 선수가 소리소문 없이 뛰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참가팀이 8개가 안되는 종목에서는 출전만으로도 포인트를 얻게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제전인 전국체전. 인기는 없지만 올림픽보다 규모도 크고 더 중요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주간동아 2000.10.26 256호 (p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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