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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상품으로 ‘비자금’ 옮겨라

비과세 상품으로 ‘비자금’ 옮겨라

다섯 살짜리 조카녀석 때문에 비자금 들통난 얘기 하나. 다섯 살 현철이는 얼마 전 외가에 놀러갔다가 외할아버지로부터 빳빳한 1만원짜리 한 장을 받았다. 현철이는 행여 이 돈이 구겨질까봐 삼촌 방에 들어가 책꽂이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뽑고는 책갈피 사이에 살짝 넣어두었다. 시간이 흘러서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자 현철이는 문득 책갈피에 넣어둔 1만원짜리 생각이 났다.

그러나 아직 글씨를 잘 모르는 현철이로서는 그 책이 그 책 같아서 세뱃돈을 넣어둔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온 식구가 총동원돼 책꽂이에 있는 책을 모두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현철이가 책갈피에 넣어둔 돈은 분명 1만원짜리 한 장뿐이었는데 이모도 찾았다고 하고, 할머니도 찾았다고 하니 말이다. 이렇게 찾아낸 1만원짜리는 모두 11장이나 되었다.

모두들 “이게 웬일이냐”고 한바탕 웃고 있는데 딱 한 사람, 대학교에 다니는 막내삼촌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못했다. 조카 녀석 돈 찾아주다가 그동안 책갈피에 숨겨둔 비상금이 죄다 들통났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시작은 막내삼촌 비상금 뒤지자는 게 아니었지만 서재에 있는 책갈피를 뒤지다보니 그만 막내삼촌의 비상금이 드러나고 만 셈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도 마찬가지다.

5억원 이하 예금자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부부의 모든 금융소득을 합산해서 4000만원 이상이어야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금리 8%를 기준으로 한다면 원금이 5억원 이상 되는 부자만 해당되는 줄로 알고 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몇백만원짜리 비자금 통장을 갖고 있는 보통 사람들은 종합과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바로 여기가 함정이다.



은행이나 신용금고, 투자신탁 등 모든 금융기관에서는 이자가 발생하면 이자소득세와 주민세를 합해서 내년부터 16.5%의 세금을 원천징수한 뒤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자가 얼마나 발생했고, 여기서 이자소득세를 얼마나 원천징수했는지 등 원천징수 명세를 국세청에 보고하게 된다. “보고하라면 하라지. 나는 겁날 게 없다”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금융기관에서는 예금주가 세금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원천징수 내용을 고객에게도 통보하게 된다. 수시 입출금이 이뤄지는 상품은 통장에 원천징수 명세를 정리하지만 정기예금처럼 한번 맡기고 몇달 또는 1년 정도 입출금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원천징수 명세를 고객에게 편지로 보낸다. 이렇게 보낸 편지를 만약 아내가 먼저 발견하고 읽어 봤다면? “아! 그거 동창회 돈인데 그냥 내 이름으로 해놓은 거야.” 이렇게 변명해도 아마 한바탕 소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서민들 비자금 뒤지자는 게 아니었는데 원천징수를 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벌이질 수도 있게 된 셈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을 찾아서 비자금을 안전하게 옮기면 된다.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원천징수도 필요없으니 비자금도 제대로 보전할 수 있다.

첫째, 농협이나 수협 회원 조합의 1년 만기 정기예탁금에 가입하면 된다. 농-수협의 정기예탁금은 이자소득세는 면제되고 농특세만 내는 금융상품이므로 원천징수가 필요없다. 중앙회 지점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회원 조합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둘째, 투신사 비과세 신탁에 가입해도 된다. 그러나 이는 투자상품이므로 운용 실적에 따라서 원금 손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셋째, 저축성 보험에 가입해도 좋다. 올해 가입하면 5년 이상 경과된 보험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므로 원천징수가 필요없다. 부분적으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중간에 긴급자금이 필요하면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간동아 2000.10.19 255호 (p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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