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2

2000.09.21

도대체 전자상거래가 뭐야?

  • 입력2005-06-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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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전자상거래가 뭐야?
    흔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통계를 접한다. 경제성장률, 물가지수, 실업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통계 속에서 살아간다. 통계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하거나 기업이 경영전략을 작성할 때 유용한 정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만약 발표기관마다 통계 수치가 제각각이라면 사업 전략을 수립하려는 사람들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신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문자와 음성 및 이미지의 통합과 시장의 급성장, 경제활동 및 제반 사회환경을 변화시키는 잠재력 때문에 정부, 국가 통계기관, 사업자 등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자상거래의 수준, 발전속도, 구성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신뢰성 있고 국제적으로 비교가능한 척도로써 유용한 전자상거래의 정의조차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큰 문제가 있다.

    12개 전문기관에서 내놓은 2000∼2002년 기간 중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에 대한 예측을 취합한 1998년 OECD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에서 최대 1조50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기구의 공식적 통계에서조차 150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문제는 전자상거래가 무엇인지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념 정의 불분명 … 시장규모 예측도 제각각

    인터넷이 전자상거래 통신망의 주력으로 등장하면서 전자상거래는 곧 인터넷상거래와 같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밖에 인터넷비즈니스, e비즈니스 등 여러 가지 용어를 섞어 쓰다 보니 개념을 정의하는 데도 혼돈을 가져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음반 등과 같이 주문-배송 및 지불의 모든 과정이 전자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와, 단지 주문만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 거래 모두가 전자상거래에 포함되는가. 경매사이트에서 기업이 구입한 중고컴퓨터 거래(B2B)와 개인이 중고컴퓨터를 사는 것(B2C)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 것인가.



    회원국 상호간의 정보교환을 의무로 규정하는 OECD에서는 이미 98년 오타와 각료회의에서 전자상거래 정의 문제를 과제로 선정하였다. 또한 지난 4월 회의에서는 전자상거래의 정의 규명에 사용되어야 할 원칙의 확립,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지표 개발 및 통계기구에 의해 사용가능한 전자상거래 정의와 측정에 대한 토의를 전개하였다. 여기서는 전자상거래의 일반적 정의에는 세 가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첫째, 거래활동이 화폐적 거래인지,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하는 것에서 보듯 사용권이 인가된 것인지, 만일 사용권이 인가된 것이라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음악 디지털 복제와 관련한 온라인 업체 ‘냅스터’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 판결은 합당한 조치일 것이다. 둘째, 위의 활동이 통신인프라 측면에서 인터넷 혹은 사설망 중 어느 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지, 셋째, 거래에 참여하는 주체 측면에서 기업 내부거래인지 또는 다른 업체, 개인, 정부 혹은 이들의 복합체간의 거래인지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전자(상)거래를 ‘개인, 가계, 기업, 정부 등이 컴퓨터네트워크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 구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 및 판매이기 때문에 배송 및 지불과는 관련이 없고 컴퓨터 네트워크로만 한정했기 때문에 전화와 팩스를 통한 거래는 제외된다. 거래에 참여하는 주체는 분명하지만 주체간의 거래를 B2C, B2B, B2G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의는 국가간 교역에서도 전자상거래가 자동차나 농산물 같은 상품인지 혹은 금융거래나 영화 같은 서비스산업의 산물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전자상거래에 적용되어야 할 국제규범, 과세 및 재판권 등의 문제도 함께 표류하고 있다.

    이렇게 끝도 없는 논란을 거치다 보니 오히려 이 문제에 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어리석은 일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도 어디에서 누군가는 전자상거래 관련 통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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