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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갈수록 깊어가는 ‘속병’

원내 교섭단체 등록 원점으로…정치자금법 통한 야당 ‘유인’에 한가닥 기대

자민련, 갈수록 깊어가는 ‘속병’

자민련, 갈수록 깊어가는 ‘속병’
이제는 시골 노인네들조차 원내교섭단체가 필요하다고들 아우성이야. ‘거, 뭣이냐… 교섭단체라는 것 말여, 빨리 맨드슈’라고 말하는 거야. 이 양반들이 뭘 알고 얘기하는 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민련이 ‘몽니’부린 성과가 있는 것 아니겠어?”

자민련의 한 충청권 중진의원은 최근 지역구의 민심 동향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7·24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파문’ 이후 계속되는 국회 공전으로 자민련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름대로 ‘소득’은 있었다는 것이다. 한길리서치가 8월5, 6일 이틀간 전국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련도 현실적인 정치세력이므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52.5%에 달한 결과도 자민련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진짜 그렇게 희망적일까. 정치가 여론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당의 이해관계다. 그런 측면에서 ‘7·24 날치기’는 자민련의 하소연을 널리 알리는 데 한몫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회법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더욱 경직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당시 여권에서 유포한 ‘밀약설’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불신의 장벽’만 쌓은 셈이 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예 “민의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양당밖에 없다. 이러한 국민의 선택을 바탕으로 정치를 하고자 한다”며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문제는 국회 정상화의 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아버렸다. ‘밀약설 파문’을 계기로 ‘구시대 3김 정치’와의 단절이란 옛 노선으로 다시 돌아가고, 원칙을 고수하는 ‘진짜 야당’의 모습을 분명한 좌표로 설정한 것이다.

현재의 국회 의석구도에서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한 날치기는 불가능하다. 민주당과 자민련 의석(136석)으론 원내 과반수(137석)가 안 되는 상황에서 본회의 통과를 위해선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의원 4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내가 왜 날치기에 끼어드느냐”며 손을 내젓고 있다. 민국당 한승수 의원은 “시험에 낙제한 뒤 커트라인을 낮춰달라는 얘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국회법 개정을 통해 숙원을 이루겠다는 자민련의 기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셈이다. 한때 여야간에 물밑에서 활발하게 오가던 교섭단체 구성요건 ‘17, 18석 안’은 꼬리를 감췄고 막후 대화채널마저 단절됐다. 이달 말로 미뤄진 임시국회 재개도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마냥 국회 문을 닫아둘 수는 없는 일. 여야 총무간에는 이를 풀기 위한 다각적인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여야 총무가 최근 정치개혁특위의 재가동에 합의한 사실은 자민련엔 한가닥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이젠 정공법으로 풀 수 없는 단계에 왔다. 정치개혁 협상 과정에서의 ‘주고받기’로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야당에 줄 선물은 많다”고 말했다.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전반을 손질하면서 야당에 불리하게 돼 있는 지정기탁금제 개정 등을 통해 야당을 유인하는 방안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식으로 접점을 찾아갈 경우 타결 가능성이 높은 교섭단체구성 의석 수는 18석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회 의석비율 감소 비율에 맞춰 교섭단체 의석 수를 2석 낮추는 정도로 한나라당에 태도 변화의 명분을 주면서 “10석으로 낮추면 한나라당이 깨진다”는 불안감도 씻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17석의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어디선가 한 석을 추가해야 한다. 한국신당 김용환 의원이 일차적인 고려 대상이지만 그를 당 총재로 영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김의원 영입이 ‘충청권 정당의 재결합’이라는 명분을 살리면서 당내 반발을 무마하는 등 오히려 일을 쉽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주간동아 2000.08.24 248호 (p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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