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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권 블랙홀

3김 따라잡기 “속탄다 속타”

JP와의 ‘밀약설’로 이회창 위상 “흔들”…“지도력 빈곤으로 위기 자초” 비판 증폭

  • 박 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mimp@munhwa.co.kr

3김 따라잡기 “속탄다 속타”

3김 따라잡기 “속탄다 속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를 계기로 또 한번 차기대권 주자로서의 정국운영 능력과 지도력을 시험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단순한 국회 정상화 문제가 아니라 차기 대선을 겨냥한 ‘후3김시대’ 구축의 신호탄으로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총재와 JP의 7월22일 골프회동을 ‘DJP 연대’ 균열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정치적 명분이 없는 날치기 처리의 무리수를 둔 것이나, YS가 7월28일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의 방문을 받고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을 지지한 뒤 “(JP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은근히 JP의 위상을 끌어올리려 한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총재 역시 민주당의 날치기 처리 다음날 기자회견을 갖고 “여권이 나와 JP 간의 밀약설을 퍼뜨린 것은 나와 JP의 접근을 방해하고 일시에 정계개편의 기본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후3김시대’의 도래는 이총재의 대권 가도에 최대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총재는 정치권 입문 이후 3김과의 대립을 통해 정치적 위상을 높여왔고 3김의 도움 없이 대권 장악이 가능한 인물로 꼽힌다. 이는 이총재의 대권 장악이 곧 3김시대의 종언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3김은 이총재의 대권 장악 저지를 위해 연대하거나 이총재의 대권 행보에 영향력을 미칠 필요성에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총재는 4·13총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JP와의 관계 복원을 서두르고 YS와 단독 회동을 갖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자 ‘후3김시대’ 구축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면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총재의 YS 방문과 JP와의 골프회동 등이 그 첫 행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대로 첫 행보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총재측은 YS와의 회동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전했지만 YS는 부산지역 의원을 만나 이총재를 향해 “배은망덕한 사람” “정치의 ABC도 모르는 사람”이란 독설을 퍼부었다.

JP와의 회동은 일단 민주당의 명분 없는 국회법 날치기 처리를 초래함으로써 처음에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던진 ‘이회창-JP 밀약설’이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의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 긍정 검토” “이총재와 충분히 상의한 것” 등의 발언으로 확대 증폭되면서 이총재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총재가 이처럼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동안 3김은 정치 9단들답게 이총재를 앞질러갔다. 김대통령은 국회법 날치기로 국회가 파행되자 휴가를 중단한 채 상경, 국회 정상화를 촉구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날치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법 본회의 처리를 통한 자민련과의 연대 공고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남북문제에 대한 그랜드 플랜과 정-부통령제 개헌을 포함한 차기 대선 구도의 변화 등을 통해 ‘후3김시대’의 한계마저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JP는 김종호 총재대행을 YS에게 보내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3김의 경쟁적 의존관계를 활용하고 있다. YS는 고건 시장, 안우만 전 법무장관 등 전-현직 관료나 전직 청와대 비서진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정치 일선에 있을 때 못지않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시사월간지 ‘정경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서 경상도 사람이 모두 이총재를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영남권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정국 구상을 위한 칩거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이총재는 당장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끝까지 저지할 경우 JP와의 관계 복원은 ‘물건너가고’ 정국 경색의 책임도 함께 떠안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방조하거나 수정 처리에 동의하더라도 자민련 교섭단체의 공이 이미 김대통령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밀약설’을 확인해주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당내 문제도 간단치 않다. 진퇴양난에 빠진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이총재의 대권구상과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이총재가 그간 줄곧 주장해온 3김 청산론을 접고 3김과의 개별적 연대나 3김간 연대 저지로 방향을 선회 하는 과정에서 시점이나 상황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중진의원들은 “이총재가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들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고 정치 경험이 일천한 소장파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조급하게 YS나 JP와의 회동에 나섰다가 화를 자초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JP와의 회동을 통해 민주당의 날치기 처리라는 무리수를 유도해냈다면 충분한 전과를 얻어내야 하는데 원내총무 하나 제대로 건사하는 지도력도 없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자연스럽게 이총재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총재가 4·13총선과 전당대회 및 당직개편 등을 통해 장기적인 정국 전망이나 권력투쟁의 본질에 대한 안목과 경륜이 있는 인사들을 배척하고, 초-재선 소장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총재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인사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인사들을 중용해 정국을 보는 시각을 스스로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당내 신주류들은 일시적인 굴절을 겪었지만 이총재가 차기 대권을 위해 YS나 JP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광폭(廣幅)과 상생의 정치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여권이 조금씩 양보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강경 대응의 고삐를 죄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8월1일 의약분업 시행을 앞둔 전공의의 파업과 현대건설 자금난 등에 따른 금융위기 심화 등으로 민생현안 조기 처리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국회법 날치기 처리라는 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떠밀려서 국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 이총재의 지도력 빈곤에 대한 비판의 증폭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주간동아 2000.08.10 246호 (p14~15)

박 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mimp@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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