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5

2000.08.03

레이저가 빚은 천재 예술혼

  • 입력2005-08-08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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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저가 빚은 천재 예술혼
    “텔레비전이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해 예술로 표현한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뉴욕타임스’)

    피카소, 모네 등과 함께 지난 1세기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선정된 사람(미국 ‘아트 뉴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이번 그의 전시회는 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불굴의 정신을 잃지 않은 한 위대한 예술가의 뜨거운 혼이 그대로 담겨 있는 전시여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미술관이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백남준의 세계’(7월21일∼10월29일)는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창조적인 매체로 활용하여 작품과 관객 간의 상호 소통을 이룩한 백남준의 예술적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행사다. 새 천년 신작으로 해외에서 호평받았던 레이저 작품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특별기획전이기도 하다.

    총 40년에 달하는 창조의 기간 늘 혁명성을 구가하며 미술사의 전면에서 활약했던 백남준의 작품을 비디오 전사(前史), 비디오 시기, 후기 비디오(레이저 작품)로 나누어 전시한다. 100점의 출품작이 내용과 규모에 따라 레이저 작품은 로댕 갤러리에서, 비디오 작품은 호암 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된다. 대가의 예술 인생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실물 감상의 기회가 없었던 초기 플럭서스(전통을 파기하고 예술과 삶의 접목을 시도한 급진적 미술운동) 시대의 자료를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예술적 사상의 근원을 본격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했다. 음악가였던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미술가로 다시 태어나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색다른 재미다.



    초대형 레이저 작품 ‘동시적 변조’와 함께 60, 70년대의 텔레비전을 이용한 비디오 조각 ‘텔레비전 달’ ‘텔레비전 첼로’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의 뛰어난 예술적 상상력과 미래를 보는 판단력, 새로운 이미지로 가득 차 있어 특유의 복잡함과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백남준의 시간성에 대한 탐구, 기술을 인간화하려는 미학적 형식에 대한 그의 관심, 그리고 기술을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상정한 그의 예술 세계와 만날 수 있다.

    TV와 비디오를 지나 ‘레이저’라는 예술의 신소재를 동원한 작품을 통해 빛의 속도로 치닫는 세상에서 새로운 미술이 나가야 할 이상과 조류를 선포한 백남준. 그의 예술은 21세기 정보혁명과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예술로서의 전형을 획득하고 있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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