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5

2000.08.03

한국인의 性, 몸 따로 마음 따로

체면 얽매여 솔직하지 못한 이중 잣대…부부간 신뢰 바탕 ‘섹스 부담’ 떨쳐야

  • 입력2005-08-08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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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性, 몸 따로 마음 따로
    막 사십줄에 접어든 고교 동창생 세 명이 수년 만에 다시 만났다. 화제의 끝은 부부생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면 되는 것 아냐?” 남자들이 드러내놓고 비교하기 싫어하는 ‘횟수’ 문제를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화제에 올렸다. “사실 요즘은 아내가 은근한 눈길을 보내기만 해도 두려워.” 다른 친구가 좀더 솔직하게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을 토로했다. 마지막 친구가 “아내와는 어쩐지 잘 되지 않아 다른 여자와 시도해 봤다”고 고백하자 다른 두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적절한 성교 횟수는?

    과연 일주일에 한 번이면 최소한 의무방어는 한 셈일까. 박영준 원장(박영준한의원)이 지난 2년 동안 서울 거주 기혼남녀 395명에게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주일에 2회의 섹스를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음일 뿐 실제로는 20대가 6.5일에 1회, 30대 7.8일, 40대 12.8일, 50대 14.5일, 60대는 한 달에 한 번밖에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을 내면 5.3일에 한 번. 원하는 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양 고전 ‘옥방비결’에는 20대가 이틀에 한 번, 30대는 3일, 40대는 4일, 50대는 5일에 한 번 하고, 60대에는 금욕하라고 돼 있다. 이와 비교했을 때도 한국인의 성생활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서양사회에서는 섹스를 많이 할수록 장수한다는 믿음이 확산돼 있기 때문에 빈도 수에 제한이 없다. 듀크대학에서 50년에 걸쳐 조사한 바를 보면 수명은 남성의 경우 섹스 횟수, 여성은 섹스가 주는 기쁨의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섹스를 많이 하는 사람이 그만큼 오래 산다는 것이다.



    ‘당신의 몸의 진짜 나이는 몇 살인가’의 저자 마이클 로이젠은 “일주일에 섹스를 2회 하는 사람은 리얼 에이지(real age·수치상의 나이가 아닌 신체상의 나이)가 1.6세 낮아지고, 거의 매일(연간 350일) 섹스하고 자신의 성생활에 만족하는 남녀는 동년배보다 8세 정도 젊게 산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에 모두 좋다는 섹스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원장은 성생활의 첫번째 장애요인으로 피로를 꼽았다. 성교 횟수는 남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남편이 건강하면 횟수가 늘어나고 그렇지 못하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술-담배,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지친 남성들은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 밖에도 성적 충동이 안 생겨서(19%), 발기가 되지 않아서(11%), 상대방에게 흥미를 못느껴서(5%), 상대방이 피로해서(11%), 상대방이 싫어서(1%), 임신 중이거나 기타(3%) 등의 이유로 부부생활을 즐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평소 인간의 성적 억압 문제에 관한 글을 써온 김이윤 목사는 “아내와의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순결 콤플렉스, 즉 아내가 뭔가 느끼는 것 같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데 근원이 있다”고 한다. 순전히 심리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김목사의 설명을 좀더 들어보자.

    “아내가 뭔가 느끼고 흥분하면 남이 쓰다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싫어지는 것이다. 특히 아내가 오럴섹스라도 해달라거나, 하겠다고 덤비면 화들짝 놀라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자기 여자는 정숙하고 조신한 모습을 끝끝내 지켜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한 남자들, 그러면서 자신은 온갖 야한 섹스를 다 해보고 싶은 남자들은 절대 자기 아내와의 섹스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여자, 그런 야한 짓을 해줄 여자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김이윤 ‘해피섹스’에서)

    그렇다면 여성의 경우는 어떤가. 박원장은 “한국여성들은 결혼생활에서 성생활의 비중을 높게 두면서도 마치 성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반응하는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성적 불만을 자식이나 집안일로 돌려버리고 성생활이 필요없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 중 상당수가 “성생활에 문제가 있느냐?”고 물으면 처음에는 “없다”고 대답했다가도 구체적인 횟수나 성감 등에 대해 물으면 비교적 솔직하게 문제점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단지 의무감으로 성교한다고 대답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3배나 많다는 것으로도 아직까지 우리의 부부생활이 남성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의 성심리학자인 홍성묵 교수는 “섹스를 잘한다”는 말이 여성에게는 ‘색녀’나 ‘옹녀’를 의미하는 한 한국여성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준 상담 사례 한 가지.

    “한 남자가 찾아와 부부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주 만족스러운 섹스를 즐긴 다음날 아침, 우연히 아내가 기구(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 자위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아내가 변태가 아닐까 고민하는 그에게, 당신은 만족스러운 섹스라고 말했지만 정작 아내는 70%밖에 만족하지 않았고 아마 당신과 섹스를 하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리처드 기어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해 주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섹스를 한 후 “좋았어”라고 대답하는 것은 믿을 게 못 된다. 채워지지 않은 30%를 남몰래 기구를 통해 만족시키면서도 단지 남편에 대한 배려로 만족한 체한다는 것이다.

    홍교수는 상담을 청한 남성에게 아내의 몸을 연구해 성감대 지도를 그려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애무를 할 때는 성감대가 낮은 부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주었다. 성 클리닉에서는 마음의 고민뿐만 아니라 부부생활을 원만하게 해주는 실전 테크닉까지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3년 전 홍교수는 한국남성 6000여명과 성기능 장애에 대한 전화상담을 한 뒤 매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성기능 장애를 호소한 사람들 중 70%가 20~40대로 한창 왕성하게 부부생활을 즐길 나이라는 것. 또 조루나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가 나타났는데도 87%가 전문가로부터 치료받은 적 없이 수년 동안 방치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호주에서 이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때 “한국인들은 부부생활도 제대로 못하면서 경제발전은 해서 뭐하느냐”는 빈정거림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부부의 평균 성교시간은 대략 10분 전후(박원장 조사에 따르면 1~5분 18%, 5~10분 33%, 10~20분 31%, 20~30분 13%, 30분 이상 3%, 모르겠다 2%). 평생 성교시간을 합쳐도 길어야 한 달을 넘지 않는다. 그 짧은 순간조차 완벽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끝으로 김이윤 목사의 멋진 섹스를 위한 조언.

    “기본적으로 섹스를 하면서 못할 짓이란 없다. …서로 재미있고 흥분을 고조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짓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는 데 꺼림칙한 느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완전히 푹 젖어들어 오로지 섹스에만 전념하며 즐길 수 있어야 섹스에서 만족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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