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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新 3각관계’가 뜬다

푸틴, 중-북한 돌며 정상외교…교류협력 확대 등 한반도 안정에 청신호

북·중·러 ‘新 3각관계’가 뜬다

북·중·러 ‘新 3각관계’가 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월19일부터 20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푸틴의 방북은 어떤 배경에서 이뤄진 것일까.

우선 러시아의 시각에서 살펴보자면, 첫째 이번 푸틴의 방북 배경은 그의 국정운영 계획과 관련이 있다. 푸틴은 지난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자신의 임기 안에 ‘강력한 러시아’를 실현할 것임을 여러 차례 다짐했다. 이것은 미국과 더불어 국제정치에서 양극체제를 형성한 가운데 인류의 운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가 세계적 강대국의 반열에서 소외됐다는 데 대한 반감에서 강대국 향수병에 걸린 대다수 러시아 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한 정치구호이자 정책목표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대내적으로 중앙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과 제도를 고쳤고 아울러 정경유착의 부패구조인 오리가르흐(과두지배체제)를 수술하기 시작했으며 대외적으로 체첸공화국에 대한 전쟁을 계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 어느 쪽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기서 그는 미국이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함께 추진하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를 위협함은 물론 세계의 안정을 깨뜨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의 ‘세계패권주의 전략’에 과감히 대결하는 외교적 공세를 취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술을 쓰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그가 기존의 대서양학파보다 유라시아학파의 입장에서 러시아 외교노선을 추구함을 의미한다. 대서양학파는 대서양 두 편의 국가들, 곧 미국 및 캐나다와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민주자본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특히 미국과의 협력을 앞세웠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지원이 예상 밖으로 작은 데다 러시아가 때때로 ‘국제적 구걸자’처럼 비치기에 이르자 러시아 국민의 자존심은 더욱 손상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푸틴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유라시아학파의 노선을 채택하게 됐다.

푸틴은 7월17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두 나라가 미국의 NMD에 반대하며 미국의 ‘세계패권주의 전략’에 맞서 싸울 것임을 다짐한 데 이어 곧바로 북한을 방문해 똑같은 취지의 합의에 도달했다. 그는 2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단독적 패권행사’에 대항해 유라시아 국가들이 투쟁해야 한다는 취지로 연설함으로써 자신의 야심찬 동북아 순방을 ‘강력한 러시아’의 인상을 전세계에 심어주는 계기로 활용했다.



다음은 러시아의 한반도정책과 관련해서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러시아 시대이던 지난 1990년에 한국과 수교함으로써 북한을 격분시켰다. 러시아는 그 뒤 북한과의 관계를 계속 소원하게 하면서까지 한국과의 관계를 여러 방면에서 발전시켰다. 그러나 러시아 안에는 한국에 기울어진 러시아의 한반도정책이 과연 러시아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주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됐으며, 그리하여 1998년에는 두 나라 사이에 외교관의 상호 추방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배경에서 푸틴 행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한국을 적절히 견제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러시아의 한반도정책과 관련해 러시아는 지난날 자신의 영향력이 결코 배제되지 않았던 한반도에서 자신의 존재가 초라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 예컨대, 1993∼94년 사이에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에서 위기감이 조성됐을 때 러시아는 사실상 거의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으며, 그 뒤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4자 국제회담 개최를 공동 제의했을 때도 러시아는 그 회담에 초청받지 못했다. 게다가 바야흐로 한반도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그 과정에는 중국의 입김이 크게 개입했다. 이것은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였다.

북한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첫째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외교과제다.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 없이, 북한은 러시아에 의해 해방됐으며 건국됐고 예외적인 시기를 빼놓고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다. 이러한 러시아와의 관계가 10년 가까이 냉각 또는 소원했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부담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때마침러시아 내부에서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부르짖는 세력이 나타나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푸틴 대통령이 방북계획을 추진하게 되자 북한은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더구나 푸틴의 방북은 구소련을 포함한 러시아의 최고권력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으므로 이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위신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둘째, 북한에 미국과의 협상은 매우 중요한 외교과제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개발 및 수출을 완전히 봉쇄하려는 미국의 대북 압박외교는 북한의 장래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북한으로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미국에 대항하는 공동전선을 만들려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한다면 북한의 대미 협상력이 어느 정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은 지난 6월13일부터 15일까지 한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반도 분단사에서 처음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특히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하나의 큰 모험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사이에 폭넓은 교류가 이루어질 경우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도 통제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유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북한으로 하여금, 특히 김정일로 하여금 국제적 배후 지원세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입장과 북한의 입장을 살폈다. 그러면 두 나라는 과연 무엇에 합의할 수 있었을까.

첫째, 푸틴과 김정일은 구체적인 핵심적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두 나라가 사실상 군사적 지원-피지원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것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에 대해 군사력의 열위에 서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남쪽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 북한에 적지 않은 위안을 줄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이를 북한에 대한 후원자적 지위를 다시 얻게 된 근거로 삼을 것이다.

둘째, 푸틴과 김정일은 미국의 NMD에 두 나라가 공동으로 반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것은 푸틴과 김정일 모두에게 ‘득점’으로 기록된다. 푸틴은 중국의 장쩌민 주석과도 같은 취지에서 이를 합의했다. 이것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 및 북한 사이에 냉전시대에 존재했던 이른바 ‘북방 3각관계’가 부활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 물음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대답한다. 세계는 이미 탈냉전의 교류협력시대에 확실하게 접어들었음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셋째, 푸틴과 김정일은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에, 또는 몇 가지 공동사업의 추진에 합의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진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푸틴의 방북과 동북아 순방은 북한을 위해서나 러시아를 위해서,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를 위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북한으로서는 최근 1년 사이 두드러지게 추진한 국제사회 진출이라는 목표에도 부합하며, 북한이 세계와 적극적으로 연관을 맺어가는 것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 그리고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이 계제에 러시아에 대한 우호친선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통일의 협력자가 되도록 만들어야겠다.



주간동아 2000.08.03 245호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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