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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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권력 이동’ 시작됐다

한화갑 의원 새로운 ‘중심축’ 형성…소장파 ‘도전 물결’ 거세

  • 입력2005-08-08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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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권력 이동’ 시작됐다
    7월14일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 두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본격적으로 총선 부정선거 문제를 제기했다. 이때 김의원은 386세대인 민주당 김성호 의원 이름을 적은 자료도 동원해 공격했지만, 김성호 의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웃음으로 대응했다.

    정작 ‘사건’이 생긴 것은 바로 그 다음. 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은 김성호 의원을 본회의장 구석으로 불러 “가만히 있지 말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한나라당에 강경하게 공격하고 나서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김의원은 “사실도 아닌 일에 굳이 대응해봤자 문제만 커진다. 괜히 당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수 있다”며 김총장의 ‘명령’을 거부했고, 김총장은 “말을 듣지 않는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것.

    민주당 정범구 이종걸 김성호 의원과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 등 4명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격수 역할 거부 선언을 한 것은 그로부터 4일 후인 7월18일. 민주당 함승희, 한나라당 김원웅 서상섭 의원도 서명했다. 김성호 의원과 김옥두 총장 사이에 벌어진 일이 이 기자회견의 기폭제가 됐던 것.

    그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당 한 의원도 “비교적 이미지가 좋았던 권오을 김문수 의원이 한나라당의 총대를 메고 공격수로 나서 이미지를 망치는 것을 보니, 우리 당 지도부가 내게도 그런 역할을 맡기면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나 역시 지도부의 명령을 거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기자회견 사실이 알려지자 김옥두 총장은 “실현 불가능한 일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언론 플레이 한 것”이라고 폄하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소장파들의 외침은 단순한 ‘언론 플레이’에 그칠 조짐이 아니다. 8월30일 전당대회와 관련해 이들 소장파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미 정동영 김민석 의원이 최고위원 출마를 굳혔고, 추미애 의원도 소장파의 ‘도전 물결’에 몸을 싣는 문제로 고심 중이다. 소장파의 한 핵심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역학 구도를 바꿀 거센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추미애 의원도 소장파 주축의 ‘개혁 연대’에 동참시켜 새 물결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김민석 의원이 (한화갑 지도위원이나 이인제 고문에 이어) 3등은 차지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권력 지도’는 과연 바뀔 것인가.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는 크게 보아 두 갈래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386세대를 비롯한 소장파의 세 결집 움직임과, 한화갑 의원의 외연(外延) 확대가 바로 그것. 단적으로 말해 이 두 움직임이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의 기풍을 선도해나갈 가장 뚜렷한 기류이자, 새 구심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는 권노갑 상임고문의 최고위원 불출마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한화갑 의원에게 힘이 쏠리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이른바 ‘권력 이동’이 시작됐다는 것. 한의원측은 “민원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겸양(?)을 보이지만, 민원 부탁이 늘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힘의 상승’을 뜻할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한 전 총장은 원내총무나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사람을 챙기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며 “그런 장점을 보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의원의 인간적인 장점 때문에 총무나 총장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급격한 힘의 위축 현상 없이 일정하게 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한의원이 영남권에도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희상 의원은 “(한의원이) 영남에 많은 공을 들였으니 씨를 뿌린 대로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고위원을 노리는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최근 영남권 지구당위원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한의원 지지를 공개적으로 부탁했다고 한다.

    한의원에게 힘이 쏠리는 현상의 대표적인 예는 역시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너도나도 한의원과의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 김중권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김기재 전 행자부장관, 김근태 정동영 김민석 의원 등이 저마다 한의원과의 연대를 희망하고 있어 한의원측은 내심 고민 중이다. 경선 방식이 4인 연기명(4명의 이름을 차례로 적는 방식)으로 결정됨에 따라 3명과의 연대를 추진할 수밖에 없어 자칫 있을지 모를 선택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것.

    이런 흐름과 관련해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김옥두 총장의 지명 최고위원 진출설. 김총장이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지명 최고위원에 임명될 것이란 얘기다. 지명 최고위원 자리를 늘린 것부터 김총장의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재 동교동계 권노갑 고문 진영은 최고위원 자리에 자신들의 세력을 얼마나 심을 수 있을 것인지로 매우 부심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권고문 자신이 지명 최고위원으로 나가는 것부터 고심하고 있다. 진작부터 지명 최고위원에 내정돼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선출이 아닌 지명 최고위원으로 ‘격이 다른’ 다른 최고위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김총장의 최고위원 진출은 권고문의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보는 것이 당의 분위기. 지명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후에 결정되기 때문에 김총장이 형식적으로는 사무총장으로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무 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권고문의 불출마 선언 이전만 해도 최고위원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했던 안동선 의원의 행보에 최근 탄력이 붙은 것도 권고문의 지원을 업은 권고문 세력 확대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당내 여성계 대표로 추대받은 김희선 의원 역시 권고문의 ‘우산’에 편입되는 양상.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오는 2002년 전당대회까지 당의 중심을 형성할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 체제가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 일.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전당대회는 대권 후보와 관계없다”고 수차례 과열 방지를 지시했음에도 수면 밑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의원과 권고문의 두 축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동교동계, 그리고 새로운 힘의 역동성을 얻기 시작한 소장파, 성공적인 ‘당내 착근’을 위해 땀흘리고 있는 이인제 고문. 이들 4대 그룹은 이미 팽팽한 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런 ‘힘의 균형’이 어떻게든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를 낳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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