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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무방비 ‘신종업소’

우후죽순 房房…소방대책은 잠잠

찜질방, PC방, 원룸텔 고시원 등 법규에 규정 없어…불나면 대형참사 불 보듯

우후죽순 房房…소방대책은 잠잠

우후죽순 房房…소방대책은 잠잠
소를 잃어야 외양간 고친다?

‘주간동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찜질방, 산후조리원, 원룸텔 고시원, PC게임방 등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신종업소들이 화재사고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대형 참사를 예방하려면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데도 정부당국의 관련 부처들은 서로 책임 미루기에 급급하고 있다.

우선 현행 소방법과 소방기술 기준에 관한 규칙 등 소방 관련 법규에는 이런 신종업소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노래방과 비디오방은 지난 95년 소방법 개정을 통해 화재 발생 우려가 높은 ‘다중이용시설’로 지정됐으나, PC게임방 같은 신종업소들은 단속과 처벌의 근거가 없어 화재사고에는 ‘완전 무방비’ 상태다.

소방 관계자들은 “지난 95년 당시 신종업종이었던 노래방과 비디오방의 경우도 소방시설과 방화시설을 갖추어야 할 ‘다중이용시설’로 채택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며 신종업소의 즉각적인 소방 관련 법규 편입에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래방의 화재 피해 우려는 노래방 문화가 급속하게 퍼져나가던 지난 91년부터 제기돼 왔으나, 정부당국은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 진실노래방 화재사고 등으로 4년 동안 전국에서 100여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고서야 관련법을 개정했다.

신종업소들의 화재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까닭은 대부분의 업소들이 작은 업장 면적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 지난해 10월 인천 호프집 화재사고 때도 호프집 내부의 면적은 40평이 채 되지 않았으나 청소년 55명이 사망했고, 80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에 비해 재산피해는 4000만원뿐이었다.



이런 신종업소 가운데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게 우려되는 곳이 찜질방이다. 현재 서울시에만 200여개소, 전국적으로는 700여개소가 성업 중인 찜질방은 바닥이나 맥반석을 달구기 위해 엄청난 화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접객업소에 비해 화재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업체의 특성상 보온을 위해 창문을 없애는 등 밀실구조로 돼 있어 가스가 누출되거나 화재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서울시 강남구의 A찜질방은 90여평의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화재경보 장치는 물론, 소화기와 소화약제 등 간단한 소방장비 하나 없었다. 비상계단도 없을 뿐더러 보일러실과 찜질방을 연결하는 문은 방화문이 아니었다. 맥반석을 달구는 데 LP가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출입구 이외에 창문이 모두 밀폐돼 있어 가스가 누출되면 질식에 의한 인명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서대문구의 C불가마방과 K맥반석 찜질방도 비상구가 없고 출입문과 통로계단이 좁아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참사로 번질 확률이 높았다.

지난해 5월6일 LP가스가 폭발해 찜질을 하던 손님 5명이 화상을 입었던 서울시 중구 신당동 C맥반석 찜질방도 화재 대피용 비상구가 없어 피해가 더 컸다. 이날 불은 찜질방 홀의 화덕에 공급되던 가스가 새어나와 화덕 위 불꽃에 옮아 붙으면서 일어났다.

찜질방의 화재 위험성은 한국가스공사의 점검 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가스공사가 지난 3월 전국 134개 찜질방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전체의 44%에 달하는 59개 업소가 안전에 부적합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로 들어섰던 지난 97년 말 이후 고시붐을 타고 서울시 신림동과 신촌 부근 등 대학가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신종 고시원(원룸텔)도 화재에 무방비 상태이긴 마찬가지다.

서울에만 500여곳이나 된다는 요즘의 원룸텔 고시원은 책상만 지정돼 있던 옛 독서실과는 개념이 다르다. 좁은 룸마다 침대 TV 에어컨 냉장고 등이 비치돼 있고, 세탁실과 조리실까지 별도로 있어 먹고 자는 것이 고시원 안에서 해결되는 원룸호텔 방식이다. 40여평의 사무실을 1.5∼2.5평짜리 원룸 10∼15개로 나눠놓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마주 통행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통로가 좁다. 여기에다 취사를 할 수 있는 조리실과 흡연실이 함께 있고, 각 룸마다 소형 냉장고와 전등, 선풍기 등 가전제품의 사용이 많아 전기 과부하에 의한 화재 우려까지 있다.

그러나 이런 고시원에 대한 소방시설 관련 법규나 지침이 전혀 없는 관계로 소방서의 점검은 말 그대로 ‘지도’일 따름이다. 이로 인해 비상구 비상계단 같은 대피시설은 고사하고, 소화기를 설치한 고시원조차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창문이 없는 방이 대부분이므로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나면 꼼짝없이 갇혀 죽는 ‘참극’이 벌어질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서울시 소방본부에 대한 감사를 통해 이들 신종업소의 문제점을 이미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서부소방소에 대한 감사원 샘플 감사를 통해 소방법규 미비로 인한 신종업소들의 화재 위험성이 드러났으나, 이에 대한 감사원의 조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알고서도 왜 법개정을 하지 않는 것일까. 법개정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신종업소에 대한 소방 관련 규제가 자칫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배치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눈치’를 보느라 서로 법개정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와 서울시 소방본부의 입장은 ‘소방방화시설 완비증명서’가 있어야 허가나 등록이 가능한 노래방과 접객업소처럼 신종업소들도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 등 개별법에 소방서의 ‘허가 전 협의’나 ‘처벌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부처의 관계자는 “소방법을 개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업종의 인-허가나 신고, 등록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관련 개별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 업장 시설의 설비를 끝마친 뒤 소방법을 적용해 처벌해봐야 업주를 괴롭히는 꼴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김택 사무관(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은 “찜질방과 고시원 등 신종업소의 대부분은 인-허가나 신고대상이 아니라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목욕탕, 여관들도 인-허가 대상에서 신고대상으로 바꾼 마당에 규제사항을 또다시 법에 첨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찜질방에는 욕탕이 없고 옷을 입고 들어가므로 목욕탕 시설로 볼 수 없으며, 고시원도 여관과 같은 숙박시설로 취급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많아 자유업으로 놓아두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또 소방법상의 ‘다중이용시설’ 개념은 행정자치부령으로도 얼마든지 첨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굳이 개별법에 규제사항을 더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이처럼 관련 부처들이 서로 미루는 가운데 또 다른 신종업종으로 등장한 산후조리원도 화재 피해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98년 첫선을 보인 뒤 2년 사이에 전국 244곳으로 불어난 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보살피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료시설이나 영-유아 보육시설에 포함돼야 하는데, 숙박업과의 유사성 때문에 자유업으로 분류됐다.

지난 3월 출산 후 서울시 강동구 M산후조리원에 한 달간 머물렀던 한혜숙씨(31·유치원 교사)는 “영-유아 시설은 화재 등에 대비해 3층 이상에는 입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산후조리원은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 6, 7층에 있다”며 “거동이 불편한 산모와 갓난아기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시설이 이렇게 높은 곳에 있으면 화재 발생시 어떡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산후조리원은 고층일수록 임대료가 싸기 때문인지 4층 이상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방-방화시설이 전무해 화재 발생시 신생아와 산모는 대피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밖에도 90년대 후반 들어 생겨난 PC게임방과 스포츠마사지 업소처럼 내부 면적은 작은데 출입하는 손님이 많고, 업종 구분이 애매한 신종업종들도 대부분 비슷한 화재 피해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 소방본부 예방담당 김완섭씨는 “신종업종의 확산속도가 워낙 빨라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형 참사의 위험이 뻔히 보이지만 구두로 ‘지도 통보’만 하는 심정이 답답하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주간동아 2000.07.13 242호 (p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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