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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계간지 ‘일탈기록’

신·구 세대가 본 ‘청년문화 현주소’

신·구 세대가 본 ‘청년문화 현주소’

신·구 세대가 본 ‘청년문화 현주소’
너희들 우릴 졸로 보냐. 카지노자본주의, 청소년보호법, 용가리 신지식인, 입시경쟁, 고도학력사회, 레드존, 국가보안법, 문화검열, 대학붕괴, 고돌이국회, 386신드롬, 20대 80의 사회, 그리고 청년실업대란…. 성난 얼굴로 돌아보아야 할 청년들은 지금 외출 중…. 이것이 광란의 축제에 대가리를 들이민 대가였던가.

다시 축제 없는 ‘사막의 아스팔트’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 더러운 파티를 뒤집어 엎어볼래? 세대와 문화를 가로지르며, 문화와 정치를 가로지르며 우리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이동연의 ‘세대와 문화를 가로지르며’에서)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 땅의 청년들을 부추겨서 분노를 촉발하는가.

이 잡지의 편집인 고길섶, 이동연씨는 모두 계간지 ‘문화과학’ 내 젊은 비평가 그룹인 서울문화이론연구소에서 활동해 왔다. 30대인 두 사람을 주축으로 20대의 인디문화운동그룹과 사회학 전공자 10여명이 의기투합해 ‘일탈기록’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창간선언문’에서 ‘청년문화의 커뮤니티와 문화적 자유와 반란을 위해 이 잡지를 창간한다’고 밝혔다. 한때 사회변혁의 주력부대로 민족과 노동자의 운명을 대변한다던 청년학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그들은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의 낙천낙선운동에 동참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며 ‘구호 속의 빈사’ 상태에 빠져버렸다. 신세대, X세대, N세대로 표현되는 청년세대는 디지털과 벤처자본주의의 포로일 뿐, 스스로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문화란 무엇인가. ‘일탈기록’은 청년이나 청년문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그것은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기성문화, 부모문화, 주류문화와의 반대편에 있는 것도 아니다. 연령과 취향, 성과 지역의 차이에 따라 청년문화는 너무나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다.

10대에게 입시교육과 청소년보호법이 문제라면, 20대에게 이것은 관심 밖의 일이다. 그들은 대학의 비생산적인 교육시스템과 어려운 취업환경에 고민한다. 과연 어느 것이 더 청년문화적인가. ‘일탈기록’은 이처럼 넓기만 한 청년세대를 끊임없이 가로지르며 같은 청년세대간에도 단절된 부분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한다.

있는 그대로의 청년문화를 탐구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책상머리를 벗어났다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기자의 현장취재방식에 연구개념을 혼합한 에스노그래피(ethnography)방식은 담론으로서의 청년문화가 아닌 지금 당장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김일란-김성희씨의 ‘가리봉동 십대문화’는 구로공단으로 대표되는 가리봉 오거리의 문화가 2000년 시점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한다. 그 안에는 ‘청소년보호법’을 역으로 이용해 소주방에서 실컷 마시고 주인에게 “우리는 연자(미성년자)예요”라고 당당히 밝힌 뒤 빠져나오는 무서운 10대의 얼굴도 보인다.

하지만 30대라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이 책에는 쉰 둘의 유초하교수(충북대 동양철학)가 ‘멍텅구리 신세대에게’ 던진 일침도 있다. 유교수는 “어떤 둘도 똑같지 않을 만큼 현란한 다양성은 동시에 하나의 획일성을 연출한다”는 말로 튀지 못해 안달인 신세대들의 모순을 꼬집는다.

그밖에 ‘씨네21’의 대중주의와 인문적 글쓰기를 비판한 이수영씨의 글과 한국적 인디문화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한 민병직씨의 글 등이 흥미롭다.

결국 ‘일탈기록’은 단순히 청소년문화를 대변하지 않고,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간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서로 알고나서 이야기합시다!

일탈기록/ 문화과학사 펴냄/ 216쪽/ 8000원



주간동아 2000.05.25 235호 (p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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