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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균열설

이헌재-이기호 호흡이 안맞는다는데…

경제부총리 신설 등 주도권 다툼 관가 유포…재경부-금감위 업무영역 모호도 한몫

이헌재-이기호 호흡이 안맞는다는데…

이헌재-이기호 호흡이 안맞는다는데…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경제팀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뚜렷한 확증 없이 과천관가에 빠르게 퍼지는 ‘경제팀 균열설’은 최근 들어 경제부총리제 신설 논의와 맞물려 이장관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주도권 다툼설로까지 부풀어오르고 있다. 이장관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거나 이수석이 너무 튄다는 말도 양념처럼 곁들여진다.

‘모 경제부처 장관은 개각을 염두에 두고 다른 부처 업무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재경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모 부처 장관을 불신하는 발언을 했다’.

경제팀 균열 징후로 해석되는 귀엣말들이다. ‘이대로 가면 경제 개혁이 좌초된다’는 몇 발 앞선 ‘비약된 논리’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가장 널리 유포되는 ‘말’은 단연 이장관과 이경제수석과의 다툼설이다. 경제부처 수장인 이장관이 행사하는 경제정책 조정권한을 이수석이 넘보는 차원을 넘어 아예 가져가려는 게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온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이수석이 신설될 경제부총리 자리로 금의환향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 같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규성(1기)-강봉균장관(2기)의 뒤를 이어 지난 1월13일 출범한 제3기 이헌재 경제팀의 균열 조짐은 바로 ‘이-이 라인 불화설’을 바탕에 깔고 있다. 또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업무영역 구분이 모호한 데 따른 이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원장의 불분명한 역할 분담과 역학관계도 불협화음이 증폭되는 배경 중 하나다. 일부 경제부처 장관들의 업무장악 능력에 대한 해당부처 안팎의 곱잖은 평가 등도 경제팀 팀워크 약화설의 근거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장관을 비롯한 경제팀 멤버들은 균열설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라고 일축한다. 이헌재장관은 “이수석과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하는 사이인데 무슨 다툼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장관은 그러면서도 갈등설의 진원지(발설자)에 대해서는 신경을 곧추세워 묘한 여운을 내비친 적이 있다. 이경제수석도 5월3일 재경부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재경부와 청와대 이견으로 재경부 1급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수석은 “재경부 인사는 이규성-강봉균 장관 때도 그랬고 지금도 재경부가 독자적으로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감사 등 재경부 1급 자리는 한달 이상 비워진 뒤인 지난 13일에서야 내정됐다. 이수석은 ‘얼마 전 이장관이 이수석측에서 고집한 강남지역 호텔에서 조찬간담회를 갖느라 국무회의에 늦었다’는 얘기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장관과 이수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주도권 다툼설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사가들의 입방아로 치부하기에는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과천 관가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며 심증을 굳히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수석이 지나친 것 같다”며 “지금은 다툴 때가 아닌데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수석이 경제현안에 대해 자칫 월권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자주 하는 것은 이-이 라인간 주도권 쟁탈전의 한 배경을 이룬다. 이수석은 투신사를 비롯한 금융권 문제, 거시경제 현안 등 전 분야의 정책 복안들을 가감없이 밝히고 있다. 얼마 전에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인 단기(콜) 금리 운용방침에 대해 거의 확정적으로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수석이 예전에 비해 경제현안에 대한 소신을 뚜렷히 밝히는 경우가 잦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경제부총리 자리를 겨냥해 정책의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위한 포석이라는 추측은 바로 이런데 연유한다.

경제부처의 고유 업무들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다른 루트를 통해 청와대측에서 직접 챙기려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수석이 재경부 간부들을 청와대로 자주 불러들여 현안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두 사람의 갈등설이 불거져나오기 시작한 것은 16대 총선(4월13일)을 전후해서다. 물론 이장관 취임 초부터 두 사람간에 호흡이 제대로 맞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장관은 재무부 출신(재정금융심의관·1978년)으로 그 끈을 이어 왔고, 이수석은 재무부와 라이벌 관계였던 경제기획원 출신이라는 점이 맨 먼저 꼽혔다. 이장관 직전에 재경부를 이끈 강봉균 전장관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재임 기간 내내 이수석과의 마찰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강봉균 장관-이헌재 금감위원장간의 다툼설이 간간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이-이 정책라인은 16대 총선열기가 가열되기 전까지 별탈 없이 팀워크를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이 수세에 몰린 지난 4월초의 총선정국은 두 사람의 간격을 상당히 벌려 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들고 나선 ‘국가채무 과다론’과 ‘국부 해외유출론’에 재경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청와대측 평가는 이같은 추정의 주요 근거다. 김대중대통령은 총선 전 재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채무 논쟁과 관련해 이장관을 우회적으로 질책했다. 그같은 질책 뒤에는 경제수석실의 재경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당시 이장관은 국제기준에 따라 분류된 채무 100여 조원보다 턱없이 부풀려진 한나라당의 400조원 채무 주장은 행정부가 직접 나서 반박하기보다 학자나 언론에서 자율 진화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장관은 진흙탕 싸움판의 정치인이 아닌 책임있는 정부 관료로서 적절한 포지션을 취한 셈이다. 그는 그러나 떼밀리듯 이 논란에 뒤늦게 뛰어들고 말았다.

이장관의 한 측근은 “이수석이 요즘 들어 너무한다”고 귀띔해 경제 현안에 대한 이수석의 월권이 도를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수석이 대통령에 대한 경제현안 보고를 독점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수석은 이같은 이야기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수석은 “경제수석은 재경부 장관이 부처간 이견을 잘 조정할 수 있게, 부처가 잘 협조하게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이수석이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통해 경제정책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곱잖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작년 말 발족한 자문회의는 재경부 등 경제내각 주도로 입안된 지식기반경제 3개년 계획, 한국경제 중장기비전 등을 안건으로 의결-처리했다. 자문회의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안건이 아닌 경제부처 정책안을 통째로 집어간 꼴이다. 이 와중에 작년 4·4분기에 전 경제부처가 매달려 마련한 ‘한국경제 중장기비전’은 공청회까지 마쳤으나 제대로 발표되지 못한 채 지식기반 3개년 계획에 묻혀 사장되고 말았다. 재경부는 작년말 독자적으로 매년 발표한 ‘연간 경제운용방향’을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통해 공표할지를 놓고 고심하기도 했다. 이수석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제부처에서는 이수석이 예전과 달리 경제부처 업무를 너무 직접적으로 챙긴다고 판단한다. 이수석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입장에서 경제 전분야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숙지한 사실을 모두 발설하는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제팀 균열설에는 ‘이장관 포위론’도 곁들여진다. 중국 상하이 출신인 이장관이 이수석(전남 목포), 이용근 금감위원장(전남 보성), 전윤철 공정위원장(목포),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전북 무안) 등 호남권 인사들에 둘러 싸여 힘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보다는 재경부가 정책을 조율할 예산이나 금융감독권 등 정책수단(툴)이 없어 그렇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재경부-청와대 사이에 마찰음이 들리는데다 재경부-금감위 관계마저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경제팀의 팀워크를 약화시키고 있다.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과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은 은행소유 지분 제한 등 중요 금융정책 현안을 놓고 많은 이견을 노출했었다. 과거 재정경제원이 행사하던 금융정책 권한이 ‘국민의 정부’들어 재경부-금감위로 나뉘는 바람에 두 부처간 갈등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금감위 부위원장에서 위원장으로 올라선 이용근위원장은 전임 이헌재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위원장 측근들은 특히 이장관이 금감위 관장 업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깊게 코멘트하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재경부와 금감위의 불명확한 업무영역과 이장관의 탁월한 금융시장 장악력은 두 부처간 화합보다 경합기류를 형성시키고 있는 셈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예상되는 개각을 의식한 각 부처 장관들의 충성심 경쟁도 경제팀 불협화음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을 둘러싸고 기획예산처와 행자부가 물밑 갈등을 벌이는 것이 그 사례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는 재경부가 추진하는 금융지주회사설립 특별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주회사 관련 업무는 공정위 소관이라는 이야기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경우 전자상거래 업무 주도권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와 노동부는 인적자원개발 업무를 놓고 종종 대립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부처 장관은 직원들과 ‘물과 기름’의 관계를 형성해 다른 부처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한다.

IMF 사태의 모진 한파를 헤쳐나온 우리 경제는 이제 제2의 경제위기를 원천봉쇄할 2단계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팀 균열이 사실이라면 남북정상회담 전이라도 조기 개각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확실한 신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 수장들의 상호 불신과 다툼은 기업 금융 노동 공공 등 4대부문 경제 개혁을 지연시켜 ‘한국경제호’가 또 한번 좌초 위기를 맞게 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주간동아 2000.05.25 235호 (p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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