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1

2000.04.27

당선증 없는 ‘4·13승리’ 주역

  • 입력2006-05-19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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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증 없는 ‘4·13승리’ 주역
    그것은 혁명이었을까. ‘4·13총선’의 뚜껑이 열리자 이번 총선 최대의 승자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2000년 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시민선거혁명’이라 일컬어지던 낙선운동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덕이다.

    지난 4월3일 총선연대가 발표한 낙선대상자 86명 가운데 59명(68.6%), 22명의 집중낙선대상자 중 15명(68.2%)이 유권자의 힘으로 국회 진출을 저지당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20명의 낙선대상자 중 19명이 무더기로 낙마했다. 낙마한 정치인들 가운데는 다선 중진의원이 적지 않았다.

    최열 환경연합 사무총장, 장원 녹색연합 전 사무총장과 함께 ‘총선시민연대의 3인방’으로 일컬어지는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45). 그는 이같은 승리를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안겨준 천우신조”라고 평가하면서도 “외형적인 성공에 안주하기에는 과제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낙선운동은 대안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차피 한계가 명확한 운동이었다.

    낙천낙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월12일부터 그는 늘 “내일이 4월13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만큼 총선연대를 꾸려온 지난 3개월이 “악몽 같았다”는 것. 정치권에서 음모론 등이 나왔을 때는 ‘다 그만둘까’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지나간 이제는 덤덤한 상태. “지나간 일은 아무리 힘들었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는 낙선운동의 성과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로 요약한다. 지난 3개월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밤을 꼬박 새운 실무자들의 노력의 총화라는 것. 사실 이번 낙천낙선운동의 경우 당초의 ‘주모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국회의정감시 활동에 참여했던 각 단체 386세대 실무자급이었다.



    낙선운동 이후 ‘부여받은’ 과제들도 적지 않다. 우선 국민의 신뢰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정치인들의 음해와 공격, 무시에도 불구하고 낙선율이 높아진 것은 국민이 정치권보다는 시민단체를 더 신뢰하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것이 그의 해석. 지난 3개월간 총선연대에 답지한 쌈짓돈이 3억5000여만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글을 올린 네티즌이 85만명에 이르렀다.

    “비판자로 남긴 했지만 너무 정치 한가운데 깊숙이 들어왔다”는 게 총선연대 내부 평가. 그래서 전국 859개 시민단체의 연대체인 총선연대는 일단 해산하고 각 단체에서 파견됐던 활동가들은 원대 복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형성된 연대의 틀은 유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형태는 오는 4월20일 대전에서 있을 전국 참여단체 대표들의 뒤풀이 겸 수련회에서 논의한다.

    총선연대는 투표 참여운동으로 낙천낙선운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20~30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 역대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집중낙선운동을 벌이며 자전거를 타고 시장통을 누비는 박사무처장의 모습은 여느 출마자들의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었다. 며칠 뛰어다녀본 소감은 “정말 힘이 들더라”는 것. 출마자들에겐 ‘당선’이란 보상이 주어지지만 그런 기대가 없는 시민운동가에게는 ‘몸으로 뛰는 일’이 훨씬 더 힘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민운동도 시장통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었다고 한다.

    그가 요즘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은 낙선운동 탓에 금배지를 잃은 사람들. “낙선자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로 생각해주기 바란다”는 박사무처장은 “낙선자들도 정치개혁운동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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