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3

2000.03.02

용병 방망이 “불 타겠네”

  • 입력2006-02-06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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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병 방망이 “불 타겠네”
    2000년 프로야구는 외국인선수들의 방망이 대결이 팀 성적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정민철을 비롯해 해마다 국내 프로야구의 정상급 투수들이 해외로 나가는 반면 국내로 영입되는 용병들은 타자가 주축을 이뤄 `‘타고투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8개 구단이 뽑은 16명의 외국인선수 중 타자는 무려 13명. 특히 올해는 메이저리그 16년 경력의 베테랑 훌리오 프랑코(삼성)와 11년 동안 활동했던 에디 윌리엄스(현대) 등 굵직굵직한 재목들이 대거 포함돼 용병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소속팀의 명암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용병방망이가 한국 프로야구의 판도를 변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바다 건너에 있다. 야구의 본고장이라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우수한 투수는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 야구는 20세기 후반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한 과학적인 훈련체계가 자리잡으면서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이 질적-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뜨거운 홈런 경쟁으로 전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와 새미 소사(시카고 커브스), 공-수-주에 걸친 완벽한 기량을 갖춘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40-40클럽에 두 차례나 가입했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최고의 공격형 포수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 등 기라성 같은 타자들이 각 팀마다 즐비하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매년 스프링캠프 때 이들을 상대할 투수진을 구축하느라 골치를 앓고 있다.

    사이영 상에 빛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와 랜디 존슨(애리조나),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 등 초특급 투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 팀 에이스의 뒤를 받쳐야 하는 나머지 선발투수들과 불펜요원들의 기량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파워로 중무장한 타자들은 매일 경기에 출전하지만 선발투수들은 한 경기를 던지면 최소한 4일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팀 마운드가 수적으로 제대로 구성되지 않으면 장기 레이스를 펼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중남미 지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한국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도 쓸 만한 투수가 있으면 싹쓸이해 가는 추세다.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야구 리그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 시작된 ‘타고 투저’ 현상은 주변국에 더욱 심각한 투타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리그에는 불과 13명의 용병 타자들이 뛰었지만 홈런10걸에는 6명, 타점10걸에는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수입된 외국인 타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99시즌 한국프로야구에 신기원을 이룩한 이승엽(삼성)이 올해도 토종야구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을지 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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