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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의의 해외 건축 탐방|바르셀로나〈1〉

가우디, 그 명성 그대로

‘카사 밀라’ ‘카사 바트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유산… “인간의 욕망 건축물로 승화”

  • 임정의 건축사진가·자유기고가

가우디, 그 명성 그대로

  • 《미국의 유명한 여행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는 최근 ‘일생에 꼭 가봐야 할 50곳’을 선정 해 발표했다. 이중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는 열곳으로, 바르셀로나 홍콩 이스탄불 런던 뉴욕 예루살렘 파리 리우데자네이루 샌프란시스코 베니스다.
  • 이에 따라 이번호부터 이 10개 도시의 건축문화를 살펴보는 연재를 새로 시작한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예루살렘을 제외한 여덟곳은 건축사진가로 활동하는 임정의씨가 맡았다. 임씨는 주로 건축과 도시를 테 마로 작업하는 사진작가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 3대째 사진가로 활동하며 청암건축사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 편집자》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는 작가 이전에 영화광이었다. 그는 모든 예술 장르 중 영화가 가장 행동적인 분야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행동하는 지식인을 추구했던 그에게 걸맞은 생각이랄까. 말로는 드디어 스페인 내전의 와중에서 자신의 유일한 영화 ‘희망’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말로가 촬영지로 선 택한 곳은 바로 바르셀로나였다. 프랑코 군대가 바르셀로나에 입성하기 이틀 전까지 말로는 촬영을 멈 추지 않았다. 촬영은 공습으로 번번이 중단됐고, 촬영을 위해 만든 모형 비행기 주변에 진짜 폭탄이 떨 어지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말로의 영화 ‘희망’이야말로 내전에 휩싸인 도시 바르셀로나의 다큐멘터리였던 셈이다.

우리에게 바르셀로나 하면 무엇부터 생각이 날까. 우선 92년 올림픽과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마 라톤 제패, 그리고 그 올림픽 개막 기념공연에서 호세 카레라스와 새라 브라이트만이 함께 부른 이중창 (Amigos Para Siempre)의 잊지 못할 선율….

머지 않아 이 도시에 황영조의 동상도 세워질 예정이라고 하니 바르셀로나는 정서상 우리와 그리 먼 도 시가 아닐 듯하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올림픽의 도시 이전에 예술의 도시이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 축물 하나만으로도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건만, 분에 넘치게도 이 도시는 피카소와 달리, 미로 등을 배출하는 영광을 지니게 되었다. 뿐만인가. 음반사 EMI가 선정한 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오 페라계를 주름잡은 전설적 디바 5명 가운데 두명(로스 앙헬레스와 몽세라 카바예)도 바로 이 도시 출신. 그 유명한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도 바로 이 도시에서 초연(1940년)되었는가 하면, 작곡된 뒤 200여년간 잊혔다가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가 발견된 곳도 바로셀로나의 헌책방이다. 신비로움에 싸여 있는 도시, 바르셀로나.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인구 200만의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 다음가는 큰 도시로 스페인 동쪽 지중 해 연안의 카탈루냐 지방 중심도시이다. 18세기 프랑스의 탄압에 저항했던 독립운동의 열정이 이어져 오면서 사용이 금지되었던 카탈루냐어를 이 고장의 공용어로 지정하여 스페인어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 곳에서 관광객들의 첫걸음은 으레 카달루냐 광장을 중심으로 카탈루냐 대로와 람블란스 거리에서 시 작된다. 해안가에 있는 높이 199m의 콜럼버스 기념탑에서부터 서쪽 카달루냐 광장에 이르기까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람블란스 거리는 사람들의 도보를 우선으로 한 계획 도로로서, 차량들은 양쪽 1차 선의 좁은 도로로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다닐 수 있는 인도는 편안하고 안정된 느 낌이다.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산책로로서 도시를 항상 활기있게 만드는 곳이다. 바로셀로나 시민들은 한가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을 ‘라 람브라’라고 부른다. 영국의 작가 서머싯 몸은 이 길을 걸어보고 세 계에서 가장 매력있는 거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람블란스 거리와 더불어 그라시아 거리 주변은 과거와 달리 상업적인 거리로 변했지만 두 줄로 길게 뻗 은 가로수들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우디의 건축 작품들 중에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로’가 이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더욱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바로셀로나를 찾는 관광객 의 대부분이 피카소와 가우디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저속한 환락의 분위기가 물 씬 풍기는 가운데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만큼은 지우기 어렵다. 꽃가게와 새를 파는 노점상들, 신문 가판 대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바르셀로나는 고대 로마시절부터 도시의 면모를 갖추어 6세기경부터 세워진 사원이나 성당들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다. 람블란스 거리와 대학광장을 가로지르는 호세 안토니오 거리 등 여러 길들이 주변의 건물들과 함께 수백년 전에 계획된 것들이다. 바르셀로나는 로마시대부터 중세까지의 좁은 골목을 그대 로 보존해 관광지구로 만들었다. 그것도 문화재로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장사하고 살림하며 사 는 곳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인간의 살아 숨쉬는 역사와 전통은 그대로다. 모든 것이 사라져 가기 만 하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전통의 느낌,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시내 중심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 ‘카사 밀라’ 주택과 ‘카사 바트로’는 1984년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카사 밀라’ 주택의 특징은 역시 거침없는 상상력과 자유분방함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건물과 마주보고 있는 ‘카사 바트로’ 역시 괴물 아가미 모양과 미로같은 구불구불한 공간의 이미 지를 보여준다. 자연의 상상 속에 젖어들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친숙하게 건축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다.



주간동아 208호 (p104~105)

임정의 건축사진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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