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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모임 좋아하는 한민족

국민 80% “친목단체 동창회 가입”

  •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정치심리학 박사

“뭉쳐야 산다” 모임 좋아하는 한민족

몇해 전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교인들의 지하 무덤인 카타콤바에 들른 적이 있다. 꼬불꼬불하고 으스스한 지하무덤 한군데를 들어가자 안내인이 카타콤바에는 가족이 함께 묻히는 가족묘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때 미국에서 온 듯한 한 여고생이 안내인에게 “가족이 왜 함께 묻히는가”고 의아하다는 듯 질문했다. 나면서부터 부모와 따로 잠을 자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자라기를 강요하는 미국문화의 시각으로는 죽어서까지 가족이 함께 묻힌 카타콤바가 이상하게 여겨졌던 모양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를 연구한 거트 호프스테드라는 학자는 문화를 개인주의와 집합주의문화로 구분하는데, 집합주의문화는 개인이 어떤 집단에 통합돼 있는 정도가 강하고 그 집단에 충성함으로써 개인이 평생 보호받는 사회를 말하며 개인주의문화는 그 반대로 개인이 중심이 되는 문화라고 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개인주의 점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며, 한국은 조사대상 50개 국가 중 43위로 대만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집합주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집합주의문화는 가족문화에서부터 배양되고, 학교 직장뿐만 아니라 정치와 국가의 모습에까지 영향을 준다. 집합주의 가족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가족의 개념이 매우 넓다는 것이다. 공보처가 의뢰한 1996년 여론조사에 의하면, 따로 사는 기혼의 아들도 가족으로 본다는 응답이 90%를 넘었고, 89%는 따로 사는 손자 손녀도 가족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는 서양의 부모`-`자식 중심의 핵가족과는 비교가 안되게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합주의 가족문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가족의식에 대한 참석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사촌 이내의 친가`-`처가`-`외가의 결혼식, 장례식 등에 응답자의 60% 정도가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합주의문화는 사회생활에서도 볼 수 있는데, 얼마 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0%가 친목단체나 동창회 등 집단에 가입하고 있고 1인당 평균 2개의 집단에 가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든지‘우리가 남이가’하는 집합주의적 정치구호가 통용되는 모양이다.



주간동아 208호 (p82~82)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정치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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