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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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아 물렀거라” 한마음 마라톤

해병마라톤대회 800여명 참가… 상금 36억원 모아 새 치료병원 개발 지원

  • 강영진=워싱턴 통신원 yjkang@gmu.edu

    입력2007-02-22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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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혈병아 물렀거라” 한마음 마라톤
    10월24일 워싱턴에서 해병마라톤대회(Marine Corps Marathon)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알링턴국립묘지 옆 해병참전기념탑을 출발, 펜타곤 링컨기념관 국회의사당을 한바퀴 돌아오는 42.195km의 풀코스를 레이튼 엘리엇(43·내과의사)씨는 3시간43분만에 완주했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인디애나주에 사는 엘리엇 부부는 장남과 함께 일가족 셋이 나란히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둘째 아들 닉(17)을 위해서였다. 닉은 다섯살 때부터 백혈병을 앓아왔다. 엘리엇 부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모은 8000달러(한화 약 960만원)를 백혈병 연구기금에 헌금했다.

    이번 마라톤대회에는 엘리엇씨 같은 환자가족 이외에 백혈병과 전혀 관계없는 일반인들도 다수 참여했다.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장애인들도 더러 있었다. 미국백혈병협회(Leukemia Society of America)의 TNT(Team in Training) 프로그램에서 체계적인 마라톤훈련을 받은 이들에게는 완주 외에 중요한 목표가 하나 더 있었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살리자는 것. 이들은 지난 4개월간 거의 매일같이 금쪽 같은 시간을 내 마라톤을 연습하면서 그 뜻에 공감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성금을 모았다. 이들 800여명이 이번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모은 총액은 300만달러(약 36억원)를 웃돈다.

    미 백혈병협회는 1949년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한 부모에 의해 창립된 세계 최대의 백혈병 후원단체. 이 단체의 대표적인 기금모금 채널이 이 TNT 프로그램이다. 지난 한해 미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마라톤 대회에 1만9000여명이 참가, 약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모았다. 이 돈의 대부분은 백혈병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기금으로 들어간다. 현재 미국 등 7개국에서 350여명의 연구진들이 이 협회의 지원을 받아 새 백혈병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술로 이용되고 있는 골수 이식수술도 이 후원회의 연구자금 지원에 힘입어 개발된 것.

    이번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뿌린 땀방울은 새로운 백혈병 치료술로 꽃을 피우고 그 열매는 결국 한국의 백혈병 어린이들에게까지도 나눠진다.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미국의 보통사람들.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건전한 의식이 바로 미국을 지켜나가는 힘이 아닐까.



    “일일주점 열어 290만원 모았죠”

    조이 크램퍼 양 “풀코스 완주도 기쁘지만 목표액 초과 큰 보람”


    조이 크램퍼(24·조지메이슨대학 분쟁해결학 석사과정)양은 이번에 생애 처음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 5시간32분만에 완주했다. 얼마 전 연습 중 다친 무릎 통증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그녀에게 무언의 힘을 준 것은 알렉스(8). 3년전부터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알렉스는 협회를 통해 조이와 짝지어졌다.

    완주 이상으로 그녀를 기쁘게 하는 것은 모금목표액 1500달러를 넘겼다는 것. 지난 6월부터 매일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틈틈이 가족 친척 친구 동료학생들에게 성금을 부탁하는 편지를 썼다. 그런데도 모금액이 목표에 미달할 것 같자 조이는 워싱턴 시내 술집에서 일일주점을 열었다. 안줏감(무료)을 너무 푸짐하게 준비한 탓에 이문을 많이 남기진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다방면으로 ‘모금투쟁’을 벌인 결과 그녀가 모은 액수는 2400달러(약290만원)로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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