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8

1999.11.11

‘막힌 길’은 ‘우회로’로 뚫는다

심장질환 치료 어디까지 왔나… 한국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수술’은 선진국 수준

  • 입력2007-02-22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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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맥경화로 인한 질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관상동맥 협착에 의한 협심증과 심근경색, 둘째 관상동맥을 제외한 대동맥, 경동맥, 신(腎)동맥, 다리동맥 등의 전신동맥에 생긴 협착이나 동맥류를 통칭하는 말초혈관질환이 그것이다. 이중 말초혈관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병으로는 대동맥류 파열에 따른 사망에서부터 경동맥 협착에 따른 뇌졸중, 신동맥 협착에 따른 신혈관 고혈압, 다리동맥 협착에 따른 보행 불편에서부터 다리를 잘라 야 하는 경우까지가 있다. 말초혈관질환의 치료에는 약물치료, 수술치료, 풍선도자술과 스텐트를 이용한 시술법 등이 있다. 약물치 료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동맥경화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어 수술이나 풍선도자술과 함께 쓰 인다. 수술치료에는 협착되거나 막힌 부위를 우회하여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거나 내막절제술을 하는 방법을 비롯, 동맥류에 수술로 이식편을 넣어주는 방법이 있다. 성공률이 높지만 수술에 따른 이환율(罹患率)과 사망률이 비교적 높다는 게 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1964년 국소마취를 통해 유도철선과 풍선도자로 말초혈관의 병변부위를 확장시키는 시술법이 시도됐다. 이 시술법은 1980년대 말부터는 수술치료 전에 먼저 고려되는 치료법으 로 자리잡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보편화되는 중이다. 뭐니뭐니해도 말초혈관질환 치료의 근본은 예방적 치료. 즉 금연, 절제된 식생활, 적절한 운동을 통해 성인병을 예방하고 당뇨병`-`고혈압 환자는 적절한 약물 치료 등을 통해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는 것이 다.

    심원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심장질환의 진단 및 치료는 여러 임상 분야 중 가장 빠르게 변화`-`발전하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치료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정확한 진단. 진단에 이용되는 검사방법 역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첨단화되고 있다. 환자의 불편과 검사의 위험도가 적은 심장 초음파검사, 자기공명영상 등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 심장 진단에 획기적 전기를 이루고 있다.

    심장혈관질환 중 대표격인 허혈성심장질환의 치료에는 관동맥성형술, 관동맥우회술, 심장이식 등 여러 치료방법이 응용된다. 그러나 시술 후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이 일어나고 이미 손상된 심장 근육의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분자생물학의 급속한 발달은 심혈관질환 치료에도 서광을 비추고 있다. 동맥경화성질환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역할 규명이 이루어지면서 최근에는 허혈성 조직에서 새 혈관을 증가시키기 위한 유전자 치료 임상연구 등이 시작된 상태다. 이밖에 관동맥 협착증의 재협착 방지, 심근증 및 고지혈증의 치료 등에까지 연구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심장질환 치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약물치료 역시 점차 부작용이 적고 높은 효과를 가진 새로운 약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가장 많은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관상동맥 협착증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나타나는 질환.

    대동맥에서 좁아진 관상동맥 아래부위의 혈관으로 우회로를 만들게 되면 심장근육(심근)으로 충분한 피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수술을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수술이라 한다.

    관상동맥협착증에 대한 우회로이식수술은 1967년 미국의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약 20년간 수술환자 선택 방법에서부터 마취나 수술법이 발전, 1990년대 이후에는 심장수술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관상동맥 우회로이식수술에 성공한 뒤 1980년대에는 매년 약 100여명의 환자가 수술받았고, 1990년대 들어 매년 수술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수술에 필요한 혈관은 자신의 동맥이나 정맥을 떼어내 사용한다. 보통 심장수술처럼 인공심장과 인공폐(인공심폐기)를 사용하여 심장이 멎은 상태에서 수술하지만, 최근 수술기법과 기구들이 발달해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수술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1, 2개 관상동맥이 좁아진 경우 약 7, 8cm의 피부절개만으로도 수술할 수 있고, 흉강내시경을 사용하면 피부를 더욱 작게 쨀 수도 있다.

    우회로이식에 정맥혈관을 사용하면 몇년 뒤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다시 막혀 재수술해야 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장 중요한 1, 2개의 관상동맥에는 동맥혈관을 사용하고 이식해야 할 나머지 2, 3개 혈관들만 정맥혈관을 이용한다.

    관상동맥 우회로이식수술에 따른 위험은 4, 5%로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수술 위험은 종래 2, 3%에서 최근 약간 늘어났는데, 이는 과거 가급적 수술을 피했던 고위험도 환자들, 심지어 80대 노인까지 수술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수술후 환자 대부분은 협심증이 없어진다. 심장기능이 나빴던 환자들도 수술후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관상동맥 수술은 나쁜 관상동맥을 정상혈관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고 단지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후에도 관상동맥이나 이식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진행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이 있는 경우 작은 혈관들도 나빠지기 때문에 수술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30, 40대에 관상동맥질환이 오는 경우 유전적인 경향이 강해 동맥경화증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후 식이요법, 운동요법과 병행하여 약물치료 등을 잘 해야 한다.

    장병철/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관상동맥우회술을 위해서는 주로 다리에서 정맥을 얻는다. 종전에는 1m 정도 길게 다리를 째고 정맥혈관을 적출했다.

    하지만 최근 최소침습수술기법과 내시경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사정은 달라졌다. 무릎 부위에서 3cm 정도만 피부를 절개하고도 필요한 정맥혈관을 적출할 수 있게 된 것.

    기존방법들은 다리에 긴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수술후 심장증상은 좋아져도 다리의 상처로 창상감염이 나 혈관염, 농양 등이 생겨 고생하는 경우가 많게는 24%에 이르렀다. 당뇨가 있거나 다리 혈류가

    줄어든 경우 상처가 늦게 아물기도 했고, 수술후 다리상처의 통증으로 심장재활치료에 장애가 되기도 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협심증클리닉에서는 1998년 3월부터 협심증환자 50명과 말초혈관질환자 2명에게 내시경을 이용한 정맥적출술을 시행했는데, 수술후 창상감염이나 수술 부위의 불편, 보행에 지장이 없는 만족스런 결과가 나타났다. 이 수술법은 관상동맥 수술뿐 아니라 말초혈관질환 수술 때도 유용하다.

    김해균/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협심증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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