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8

1999.11.11

카지노 “좋은 시절은 갔네”

“주간동아” 당기순이익 자료 입수… 97년 13개 없소 중 9곳이 적자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입력2007-02-22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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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 “좋은 시절은 갔네”
    신규 카지노 허용을 둘러싼 ‘카지노 전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카지노 업계의 최대 현안은 과연 신규 카지노가 허용될 것인지, 없었던 일로 철회될 것인지 하는 문제. 만약 신규 허용이 결정된다면 누가 소유자가 되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를 둘러싸고 20여개 이상의 관련 업체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2년반 동안 숨가쁜 물밑 로비전을 벌여왔다.

    지난 10월27일 서울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관광연구원 주최로 열린 ‘카지노산업 발전 방안에 관한 공청회’는 이같은 물밑 경쟁이 드디어 바깥으로 터져 나온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날 공청회는 카지노산업의 발전을 논의하는 원래의 목적이 상실되고, 신규 카지노 개장을 희망하는 각 업체들의 주장이 난무하는 이해 다툼의 공청회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

    신규 허용 싸고 숨가쁜 로비전

    현재 우리나라의 카지노 업장은 모두 13개. 서울 부산 인천 강원 경북에 각각 한 곳이 있고, 제주도에는 여덟 곳이 집중돼 있다. 특별법에 따라 내국인도 입장이 허용되는 강원도 폐광지역 카지노가 2000년 하반기에 개장하게 되면 14개로 늘어난다. 마카오 10개, 필리핀 12개, 호주 12개, 말레이시아 1개 등과 비교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문제는 제주의 8개 카지노 업체 상당수가 서울이나 부산으로의 카지노 진출을 희망하고 있고, 서울에서도 리츠칼튼 인터컨티넨탈 신라 롯데 하얏트 등 특1급 호텔들이 카지노 개장을 원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 현대그룹도 금강산 유람선의 카지노 개장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13개 지방 자치단체들도 중구난방으로 지방재정 증대 차원에서 카지노 유치를 외치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이 무분별한 카지노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은 카지노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잘못 인식하는 데 원인이 있다. 카지노만 유치하면 지방 재정이 껑충 뛸 것으로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그러나 국내 카지노 업체의 수입 실적을 보면 이같은 생각이 얼마나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 행정의 산물인지 금방 드러난다.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의 국내 카지노 업체 총수입 실적을 보면 △96년 2억6556만달러 (연평균증가율 -6.0%) △97년 2억4301만달러(-7.2%) △98년 2억450만달러(-15.8%)로 계속 하향 추세다(문화관광부 자료). 관광수입 대비 점유율도 △96년 4.9% △97년 4.8%△98년 3.5%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은 △96년 368만4000명(-1.8%) △97년 390만8000명(6.1%) △98년 425만명(8.8%)으로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외국 관광객이 늘어도 카지노 수입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각 카지노 업체 당기순이익 자료(도표 참조)를 보아도 지난 97년에는 네곳 (워커힐, 파라다이스 부산, 제주칼, 그랜드)만이 흑자를 기록했고 나머지 아홉곳은 모두 적자였다. 98년은 오리엔탈, 하얏트, 서귀포KAL 세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 수익은 전년도 적자폭을 메우기에 부족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제주도 카지노 업체들이 육지로 옮기려는 것.

    따라서 카지노를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국내 카지노 업체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워커힐 카지노의 정연수이사는 “현재의 카지노 논의는 무조건 공급(신규 허용)이 수요(카지노 이용객 증가)를 창출할 것으로 생각하는 데 함정이 있다”면서 “이는 카지노업의 특성과 실상을 모르는 데서 나오는 피상적 논의”라고 강조한다. 앞서 살펴본 자료가 증명하듯 관광객이 늘어도 카지노 이용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카지노 수익의 80%는 관광객 20%에서 나온다는 것. 또한 정이사는 외국관광객의 평균 체류일수 및 소비액이 3박4일 정도에 1500달러 미만이라는 사실을 볼 때 비즈니스 호텔의 카지노 개장이 얼마나 외화획득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개진한다. 카지노업이야말로 과학적이고 치밀한 마케팅 노하우가 없으면 아무런 이득을 남길 수 없는 산업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정이사의 이같은 주장은 서울, 부산, 제주에 세곳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의 독점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제주도에서 크라운프라자 카지노를 운영하는 ㈜전원사업 계열의 리츠칼튼호텔 신상균상무는 “파라다이스가 독점체제를 유지하면서 카지노산업이나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있느냐”면서 “서로 경쟁하는 것이 국내 카지노업계의 국제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시드니의 ‘스타 시티 카지노’가 성공한 예에서 보듯 비즈니스 호텔에 투숙하는 비즈니스맨들도 나름대로 여가를 즐기고 카지노를 찾는다”며 “관광객들의 소비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라도 카지노는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이나 홍콩 등은 한국의 신규 카지노 허용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자국민들의 출국 한도액을 대폭 낮추고, 카지노가 없었던 홍콩도 카지노 개장을 서두르고 있는 것. 바로 이런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국내 카지노산업의 장기 발전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카지노 고객의 80%를 차지하는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 마카오 필리핀 등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주변국 카지노에 맞서는 환경과 인프라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제는 국내 카지노산업도 ‘우물안 개구리’식의 사고와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이 관련업계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도시에 골고루 분산해야”

    국민회의 이훈평의원 … 월드컵과 연계 재배치를


    카지노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생각은 어떠할까. 국회 문화관광위에 속해 있는 국민회의 이훈평의원 (사진)은 “2001년이 ‘한국 방문의 해’이고 2002년에는 월드컵이 열리는 만큼, 카지노산업 문제 역시 이런 요인과 연계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의원은 카지노를 수요자가 있는 곳에 분산 배치해 대도시의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 다시 말해 전국의 13개 카지노업소 중 제주도에만 8개가 몰려 있고, 그나마 특정 카지노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니만큼 대도시에 골고루 분산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의원은 이를 위해 “13개 카지노 업소 중 매출 실적에 따라서 재배치의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한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사람들

    전낙원家서 알짜배기 소유 … 타 업체 소유주도 전씨의 후예


    국내 카지노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운영하나. 본지가 최초로 공개하는 카지노사업체 주요 지주 명단 (표2 참조)에서도 확인되듯 역시 파라다이스 그룹의 전낙원회장(72)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된다. 표에서 보듯 전회장은 ‘카지노의 대부’답게 대주주로서의 위치를 굳게 굳히고 있다. 전회장은 지난 60년대 박종규 전청와대경호실장과의 친분 등으로 발을 넓힌 후 68년 카지노사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해왔다.

    ㈜파라다이스 대표인 김성진씨는 전회장 여동생의 남편(매제). 전회장이 지난 93년 거액탈세사건으로 3년여 동안 자리를 비웠을 때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했다. 전회장과 김대표는 지난해 의료보험료로 각각 매월 150만원과 120만원을 내 ‘의료보험료 톱 10’에 들기도 했다. 워커힐 카지노의 1.92%, 그랜드 카지노의 4%를 소유한 전숙희씨(80)는 전회장의 큰누나. 수필가이자 국제펜클럽한국연맹 명예회장으로, 각계에 발이 넓어 문단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전씨는 계원학원 이사장이기도 한데, 계원학원은 워커힐 카지노 지분의 4.96%를 갖고 있다. 파라다이스 부산 카지노의 90%를 소유한 전필립씨(39)는 전회장 아들.

    힐튼 카지노 지분의 64%와 23%, 신라 카지노의 76%와 23%를 각기 소유하고 있는 김남철씨와 문정윤씨는 모두 전낙원회장 밑에서 일을 배운 사람들. 93년 탈세사건 이후 전회장이 소유하던 지분을 이들이 매입하고 독립했다. 문씨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 출신으로 지난 70년대 퇴직후 파라다이스에 입사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힐튼 카지노의 10%를 소유한 강수창씨 역시 파라다이스 비치 호텔의 사장 출신으로 현재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고문.

    서귀포KAL 카지노 지분의 30%를 소유한 김기선씨 역시 파라다이스 공채 12기의 딜러 출신이고, 설악 파크 카지노의 69%를 소유한 유원기씨는 지금은 없어진 내자호텔의 도어맨 출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영향으로 카지노 하면 마치 폭력조직이 운영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대부분이 호텔업 관련 인사나 ‘파라다이스 아카데미’ 출신들”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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