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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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혁명 ‘움직이는 인터넷’

  • 장성연 와이즈 책임연구위원

    입력2007-02-22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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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전화가 인터넷 단말기화함으로써 인터넷 혁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은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기업간 거래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 놓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기존 거래를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경영의 달인’이라는 인텔의 그로브 회장은 인터넷을 채택하지 않은 기업들이 5년 안에 도태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동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전자상거래는 더욱 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개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간단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거래빈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거래대금을 전화회사가 매개함으로써 대금 지불의 편리성과 안전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콘텐츠 업체가 이동전화를 통해 정보를 제공할 경우, 전화 회사는 그 사용료를 전화료에 가산해 걷어들여 콘텐츠 제공업체에 건네주는 식이다.

    이동전화 업체들은 이미 전자우편이나 뉴스 및 날씨 정보, 주식 및 은행 거래 등의 부가서비스를 시작 했다. 일본에서는 자신의 이동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가 300만명을 넘어섰고, 유럽에서도 내년에는 수백만명이, 이른바 ‘모빌넷’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일본의 모빌넷 시장에서는 2005년까지 매년 1300억달러의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유럽-일본 “인터넷 기술 미국 앞지를 호기”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을 리 만무하다. 핀란드의 노키아나 미국의 모토롤러 등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이미 인터넷이 가능한 이동전화 ‘스마트 폰’을 출시하고 있고, CNN이나 로이터 같은 미디어 기업들은 이동전화 뉴스 서비스를 위한 마케팅 작업에 한창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매머드급 기업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신생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모빌넷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과 일본이라는 점이다. 먼저 유럽은, 이동전화 표준을 놓고 방황하던 미국이나 독자적인 표준안에 안주하던 일본과 달리 GSM이라는 이동통신 표준안을 일찌감치 마련해 중국에서 남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120개국의 표준으로 정착시켰다. 현재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의 1, 2위는 각각 핀란드의 노키아와 스웨덴의 에릭슨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보다폰은 세계 최초의 글로벌 이동전화 제공업체로서 명성이 자자하다.

    일본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일본은 2001년이면 제3세대(3G) 이동전화시대로 뛰어드는 최초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3G는 일반 모뎀보다 40배나 빠른, 초당 2메가바이트의 속도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로서 화상회의, 스테레오 웹서핑, 그리고 모든 이동전화 서비스에 두루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미국의 이동통신 업체들은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5∼6년 정도는 뒤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는 향후 50년간 미국이 이 분야에서 선두로 나서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과 일본은 이번 기회를 인터넷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벤처 기업들이 너도나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모빌넷 분야에서 유럽의 눈부신 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북유럽이나 일본에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신생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성’과 같은 모빌넷만의 특성을 간파하여 사업에 활용하는 일이다. 스웨덴 멜로디사의 경우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1년전 모세비라는 25세의 청년이 설립하고 노르웨이 전화회사 텔레노어가 자금을 댄 이 회사는 모빌넷 사업에 ‘위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동전화 고객이 어느 동네의 상점을 지날 때 이 고객의 이동전화에 그 상점의 상품정보를 띄워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한국의 벤처 기업들에서도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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