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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우 파문

“김우중 작전에 놀아났다”

정부, “스스로 하겠다” 말만 믿고 워크아웃 미뤄… “정치권서 반대” 說도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김우중 작전에 놀아났다”

“김우중 작전에 놀아났다”
8월26일 (주)대우 대우자동차 등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결정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정부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대우측의 말을 너무 믿은 나머지 워크아웃 결정이 지연된 것은 아닌가. 그러다가 결국 대우의 환부를 더 키움으로써 국민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 것은 아닐까.

이는 최근 대우그룹 계열 12개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방안 확정을 위한 회계법인들의 실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의문이다. 실사 결과 이들 계열사의 손실률(자산을 초과한 부채의 비율) 이 최고 40%에 이르는 등 대우의 부실이 의외로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대우가 이 지경이 되도록 채권은행들은 뭘 했고, 채권은행들을 감독해야 할 정부는 어디 있었는가 하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물론 정부도 작년 말부터 대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 무렵 대우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창구 지도를 통해 대우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의 만기 연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올해 초 들어서는 대우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돼 하루하루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격이 됐다. 대우측은 4월19일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매각 등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 정부측에 ‘성의 표시’를 했지만 시장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대우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난 셈이었다. 이 점에서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이 지연됐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민회의내 ‘경제통’으로 알려진 김원길의원은 “대우가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던 4월19일 무렵에는 워크아웃 방침을 결정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이 ‘뒤늦게’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말못할 ‘정치적’ 속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김대통령의 야당 시절부터 김대통령과 김우중회장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신뢰 관계’가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쪽에서 올해 초 대우 워크아웃에 대한 도상훈련까지 마쳤으나 정치권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우중회장이 정치권을 등에 업고 워크아웃에 저항,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이 지연된 것은 실무적인 문제 때문이었지 김우중회장에 대한 특혜나 배려 등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도 10월18일 국회 재정경제위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대우 워크아웃이 지연된 것은 “대우가 워크아웃에 동의하도록 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워크아웃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주 채권은행의 결정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의 경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경우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 부득이 대우의 동의를 구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7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빅딜이 합의된 이후 정부 태도를 보면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남는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두 그룹간 빅딜이 공식적으로 깨진 6월 말까지는 빅딜 결과를 지켜보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때까지 워크아웃 얘기를 공론화하기는 힘들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 서근우심의관은 “올 초부터 이미 대우 워크아웃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대우측을 설득해 왔다”면서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다만 부채가 60조원에 이르는 그룹에 대한 워크아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었던 데다 워크아웃 제약 요인이 많아 실무적인 준비만 갖추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서심의관에 따르면 대우 워크아웃 결정 발표 하루 전인 8월25일에야 비로소 실무적인 준비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5대 재벌 앞에서는 무력해졌기 때문에 대우 워크아웃 결정이 지연됐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김상조교수(한성대 무역학부)는 “정부가 6대 이하 재벌에 대해서는 쉽게 워크아웃 결정을 했으면서도 대우에 대해서는 망설인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김우 중회장의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나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김회장이 김대통령이나 국민회의에 정치자금을 주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점이 대우 문제 처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회장이 청와대에서 김대통령을 몇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때마다 강봉균 당시 경제수석이 배석했고, 김회장도 대우의 구조조정 방안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과거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독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김 대통령과 김 회장이 각별한 관계라는 사실 때문에 김 회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대했으나 차츰 김회장의 구조조정 의지에 의구심이 들면서 청와 대 분위기도 김회장에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심지어 김대중대통령 입에서 도 작년 가을 무렵에는 ‘김우중회장이 왜 저래…’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총대’를 멜 사람이 없었던 것도 대우 워크아웃 결정이 지연된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대우 워크아웃 결정은 어차피 관료들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는,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 었는데 이를 앞장서서 주도할 만한 사람이 여당이나 정부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경제 부총리의 존재가 절실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대로 이제까지 한번도 시행해 보지 않은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데 실무적인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이 아무리 최선의 결정을 했다고 해도 대우 회사채 및 기업어음에 투자한 사람들이 본 피해는 보전이 안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우가 작년에 대규모 부실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대우 사태 는 직접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자칫하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을 동시에 붕괴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워크아웃 결정 이후 국내외에서 대우문제 처리를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DJ와 김우중

80년부터 친분관계 … DJ정부 출범 뒤엔 ‘파탄’


김대중대통령은 평소 김우중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샀다고 한다. 김우중회장도 야당 시절부터 “김대중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김대통령과 김회장은 신뢰관계를 형성해 왔다는 후문.

두 사람간의 관계가 두터워진 것은 80년 서울의 봄 당시부터라는 게 김회장 측근의 이야기다. 당시에도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김대통령에 대한 해외 언론 등의 평가에 익숙해졌던 김회장이 ‘3김’ 중 김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후원’했고, 그 이후 김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후원을 계속해 왔다는 것.

그러나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뒤 두 사람의 신뢰 관계가 파탄을 맞았고, 김회장은 경영권이 박탈될 상황에 처해 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라고 할 만하다.

10월14일 중국으로 출국, 현재 유럽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우중회장은 당분간 귀국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 관계자들은 “이는 국내에서 김회장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김회장이 새 정부 들어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김회장의 책임이라는 데 김회장 측근들은 동의한다. 김회장의 한 측근은 “김회장이 ‘구조조정 전도사’가 되기를 바라는 김대통령의 기대를 조금만이라도 채워 주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주간동아 208호 (p40~41)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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