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2016.07.20

와인 for you

적은 투자 큰 만족, 편한 자리 안성맞춤

미국 ‘렉스 골리앗’의 매력

  • 입력2016-07-19 09: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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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 바비큐와 잘 어울리는 렉스 골리앗 와인들(왼쪽). 렉스 골리앗 인형을 마주 보고 있는 와인메이커 마크 퍼거슨.[사진 제공 · 김상미] [사진 제공 · 길진인터내셔날]

    캠핑 바비큐와 잘 어울리는 렉스 골리앗 와인들(왼쪽). 렉스 골리앗 인형을 마주 보고 있는 와인메이커 마크 퍼거슨.[사진 제공 · 김상미] [사진 제공 · 길진인터내셔날]

    와인 레이블에는 가끔 동물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닭이 자주 눈에 띈다. 닭은 특정 와인을 상징하기도 하고 와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토스카 지방에서 생산하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와인 병목에는 검은 수탉이 그려져 있다.

    중세시대 토스카나에서는 피렌체와 시에나 간 영토 싸움이 치열했다. 당시 피렌체의 상징은 검은 수탉, 시에나는 흰 수탉이었는데 피렌체가 더 많은 땅을 차지하면서 검은 수탉은 승리의 상징이 됐다. 지금은 이 수탉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심벌로서 전통과 품질을 대변하고 있다.

    미국에도 전설적인 닭이 있다. 20세기 초 텍사스의 한 서커스단에서 활약한 렉스 골리앗(Rex-Goliath)이라는 거대한 수탉이다. 몸무게가 21kg이나 되는 렉스 골리앗은 거구를 뽐내면서도 성격이 온순하고 쾌활해 큰 사랑을 받았다. 교통이 불편하던 당시에도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이 렉스 골리앗을 보려고 수만 마일을 달려왔다고 하니 렉스 골리앗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100년이 지난 지금, 수탉 렉스 골리앗이 와이너리 ‘렉스 골리앗’으로 되살아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한 와이너리 이름과 와인에 ‘렉스 골리앗’이 붙은 것. 부담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이 와이너리는 텍사스 서커스단 현수막에 있던 수탉 렉스 골리앗의 그림을 레이블 이미지로 활용하고 있다.


    렉스 골리앗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렉스 골리앗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렉스 골리앗 와인은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지만 품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렉스 골리앗의 와인메이커 마크 퍼거슨(Mark Ferguson)은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 출신이다. 졸업 후 다양한 와인 제조 경력을 쌓은 퍼거슨은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와인을 만들고자 렉스 골리앗 와이너리에 입사했다. 그는 과일향이 풍부한 와인이야말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렉스 골리앗을 맛과 향이 진하고 파워풀한 와인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렉스 골리앗은 미국 내 와인 판매 랭킹 4위에 올랐고, 각종 와인 대회에서 골드 메달만 65개를 거머쥐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렉스 골리앗은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총 17가지 와인을 생산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샤르도네,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등 3종이 수입되고 있다. 샤르도네는 밝은 레몬색과 열대 과일향이 매력적이다. 묵직하면서도 질감이 매끄럽고 맛이 상큼해 해산물이나 닭 요리와 두루 잘 어울린다. 메를로는 무게감과 산도가 적당하고 자두 같은 붉은 과일 맛이 난다. 매콤한 향도 약간 있어 삼겹살 또는 소시지 바비큐와 즐기기에 좋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묵직하면서도 과일향이 진하고 타닌이 부드러워 쇠고기 요리와 잘 맞는다.

    상황과 음식에 맞춰 와인을 고를 줄 알아야 진정한 와인 애호가다. 여름 보양식이나 바비큐를 가족 또는 친구와 유쾌하게 나누는 자리에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고급 와인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럴 때야말로 렉스 골리앗처럼 2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와인이 제격이다.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와인 렉스 골리앗은 보통 사람을 위한 소박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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