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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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도 산책 나갈 수 있어요

리드줄 훈련과 집 안 산책 훈련 거친 후 산책 반경 순차 확대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4-07-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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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묘도 산책해도 되나요.”

    반려묘 보호자가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 저는 “네, 반려묘도 산책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의외의 대답에 보호자가 놀라는 표정을 지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반려묘 산책은 반려견 산책과 차이가 있습니다. 반려견은 주변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고 천천히 걸어가다가 마구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반려묘는 기본적으로 자극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렇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외부 자극, 낯선 환경에 쉽게 겁을 먹는 반려묘도 훈련을 거치면 얼마든지 산책을 할 수 있다. [GettyImages]

    외부 자극, 낯선 환경에 쉽게 겁을 먹는 반려묘도 훈련을 거치면 얼마든지 산책을 할 수 있다. [GettyImages]

    리드줄은 가벼운 소재로

    반려묘에게 바깥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면 먼저 집에서 리드줄(목줄) 교육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밖에서 큰 소리, 인기척 등에 놀라 도망간 반려묘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리드줄은 이런 뜻밖의 상황에서 반려묘를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반려묘 리드줄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게입니다. 리드줄이 가벼워야 기질적으로 예민한 반려묘가 거기에 적응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산책할 때도 리드줄 착용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제, 가죽 등 묵직한 소재는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죠. 또 반려묘가 산책하다가 흥분하는 상황에 대비해 목에만 거는 리드줄보다는 가슴까지 두르는 하네스를 택하는 편이 낫습니다. 목줄은 흥분한 반려묘가 훌렁 벗어버리고 도망칠 가능성이 큽니다.

    리드줄을 구비했다면 처음 몇 주 동안은 집 안에서 하네스 착용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요란스럽지 않게, 무심한 척하면서 반려묘에게 리드줄을 살짝 채운 뒤 간식을 주거나 같이 놀아주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되죠. 초반엔 5~10분가량 뒤에 리드줄을 벗기고, 식사시간 등을 이용해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반려묘가 리드줄에 편하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리드줄에 익숙해졌다면 보호자가 반려묘와 함께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산책하는 것처럼 연습하면 되는데요. 보호자가 한 손으로 리드줄을 길게 늘어지도록 쥐고, 반려묘 앞쪽으로 가 다른 한 손으로 간식을 들고 있으면서 반려묘가 간식 쪽으로 걸어오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반려묘가 보호자와 함께 걷는 게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면 되죠. 이때 리드줄이 가구 등에 걸리면 반려묘가 크게 놀라면서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당연히 보호자도 리드줄을 확 잡아당겨선 안 됩니다. 이 단계에 적응한 후에는 반려묘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자” “출발” 같은 보호자의 음성 신호를 더해 추후 명령어만으로도 반응하도록 훈련시키는 게 좋습니다.

    리드줄 훈련, 집 안 산책 훈련이 완성되기까지는 1~3주 정도가 걸립니다. 그 뒤부터는 진짜 집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 되는데요. 처음엔 마당, 복도, 계단 등 집 앞까지만 외출하는 게 좋습니다. 3~5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호자와 산책하고 간식을 먹는 등 기분 좋은 기억을 만들면 이후 낯선 환경에도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이때는 반려묘가 뭔가에 놀라 도망가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어 반려묘를 유실할 위험이 적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산책로로 나가기보다 집 앞 ‘안전 산책’을 통해 반려묘 행동 특성을 살핀 뒤 조금씩 산책 반경을 넓혀가기를 권합니다.

    간식·큰 수건 챙겨 가기

    반려묘와 산책할 때 보호자가 챙겨야 할 준비물로는 간식, 큰 수건 등이 있습니다. 간식은 언제든 반려묘의 관심을 끌 때 사용해야 하기에 챙겨 나가는 게 좋습니다. 반려묘가 놀랄 만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좋아하는 간식에 시선을 집중시켜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거죠. 큰 수건은 뭔가에 놀란 반려묘가 발톱을 세우고 하악 거릴 때 필요합니다. 큰 수건을 준비하고 있다가 반려묘 몸 전체를 감싸안으면 보호자가 다치지 않으면서 반려묘를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반려묘 산책의 대전제는 반려묘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산책냥’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모든 반려묘가 리드줄 훈련을 받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며, 평소 극도로 소심하고 날카로운 성격을 가진 반려묘라면 애초에 집 밖으로 데려나가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즉 리드줄을 한 채 바깥나들이를 하는 게 우리 집 반려묘에게 무리가 되는 건 아닌지, 혹은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리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 산책 전 반려묘에게 내외부 기생충 예방과 심장사상충 예방이 필요하다는 건 이미 알고 계시겠죠? 반려묘가 달아날 경우에 대비해 외부 인식표, 내장형 마이크로칩도 필수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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