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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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물 많이 마시고 소변 자주 본다면 당뇨 의심해야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진단 후에는 당뇨 사료 먹이고 하루 2번 인슐린 주사 맞혀 관리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5-01-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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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동물 건강검진을 하려고 동물병원에 내원했다가 예상치 못한 질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당뇨인데요. 음수량·배뇨량이 눈에 띄게 늘어서, 또는 몸무게가 크게 증가하거나 감소해서, 피부를 심하게 긁어서 병원에 온 반려동물의 혈액검사 결과를 보면 당뇨인 경우가 적잖습니다.

    미중성화 암컷·노령일수록 발병률↑

    반려동물의 음수량과 배뇨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면 당뇨를 의심할 수 있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의 음수량과 배뇨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면 당뇨를 의심할 수 있다. [GettyImages]

    반려견·반려묘도 당뇨에 걸립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슐린 분비 부족(1형)이나 작용 감소(2형) 같은 문제가 있을 때 당뇨가 발병하곤 합니다. 1형 당뇨는 췌장의 내분비 세포가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해 생깁니다. 건강한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췌장 베타세포에서 생성된 인슐린은 섭취한 음식물의 영양소를 포도당으로 바꿔 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포도당은 신체 모든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데, 당뇨에 걸리면 인슐린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아 이 포도당을 적정 세포에 전달하지 못하고, 그 결과 고혈당이 발생하는 거죠.

    2형 당뇨는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됨에도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그 작용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혈류에 당이 많이 남으면 여러 신경과 혈관이 손상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반려견은 500마리 중 1마리, 반려묘는 200마리 중 1마리꼴로 당뇨가 발병하는데, 반려견 당뇨의 99%는 1형입니다. 반려묘는 그 비중이 10~20%고요.

    반려동물의 경우 수컷보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이 당뇨에 걸릴 확률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분비 과다에 따른 인슐린 저항성 증가에 기인합니다. 또 노령일수록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기능이 크게 퇴화하기 때문에 노령 반려동물에게서 더 자주 발병합니다.

    당뇨에 걸리면 ‘3다(多) 증상’이 나타납니다. ‘다음’(물을 많이 마심), ‘다뇨’(소변을 자주 봄), ‘다식’(밥을 많이 먹음)이 그것이죠. 특이점은 밥을 많이 먹는데도 점점 살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인슐린 분비가 충분하지 않을 때 신체 모든 세포는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기 때문에 체중 감소가 일어납니다. 또 체내에 과다하게 남은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려고 배뇨가 증가하고, 탈수를 피하려고 물을 많이 마시게 됩니다.

    동물병원에 내원한 반려동물 보호자가 이런 증상을 언급하면 가장 먼저 혈액검사를 실시합니다. 검사 결과 혈당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요검사를 통해 실제 소변에서 당이 검출되는지 살핀 다음 당뇨를 확진합니다. 당뇨를 방치하면 피부병, 백내장, 구토·혼수·발작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부터 급성 실명, 당뇨성 케톤산증(DKA), 고삼투압성 고혈당성 당뇨합병증(HHS) 등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당뇨 진단 후에는 반드시 약물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야 합니다.

    하루 2번 인슐린 주사로 관리해야

    1형 당뇨를 앓는 반려동물은 하루 2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GettyImages]

    1형 당뇨를 앓는 반려동물은 하루 2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GettyImages]

    당뇨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슐린 주사 처치입니다. 특히 1형 당뇨의 경우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만큼 인슐린 주사가 필수적입니다. 하루 2번 인슐린 주사를 맞혀 혈당 곡선이 적절히 유지되도록 해야 하죠. 그 밖에 당뇨 사료를 급여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형성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식단은 포도당이 체내에 천천히 흡수될 수 있도록 복합 탄수화물과 섬유질이 포함된 고단백 식단으로 짜야 합니다. 과체중인 반려동물은 매일 주기적인 산책과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좋으며, 다른 기저질환이 있다면 당뇨와 함께 관리해줘야 합니다. 또 요즘은 사람과 똑같이 반려동물도 채혈하지 않고 혈당측정기로 혈당을 쉽게 측정할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려견 중에는 당뇨 발병률이 유독 높은 품종이 있습니다. 코커스패니얼, 닥스훈트, 도베르만핀셔, 셰퍼드, 골든리트리버, 래브라도리트리버, 포메라니안, 토이 푸들, 미니어처슈나우저, 사모예드가 그렇습니다. 이 품종에 해당하는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면 보호자가 당뇨 발병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여기에 쿠싱병, 췌장염, 비만이 있는 반려견이라면 당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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