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5

2023.02.03

與 대표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에 부산동고, 부산고 스토리 화제

“주먹 잘 쓰는 학교서 신흥 명문으로” vs “부산 동쪽서 공부 잘하는 학생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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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2-03 13: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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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동아DB]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동아DB]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이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면서 부산에서 나란히 고등학교를 나온 두 의원의 ‘고교 스토리’가 화제다. 김 의원은 신흥 명문으로 꼽히는 부산동고를, 안 의원은 전통 명문으로 이름 높은 부산고를 졸업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2월 2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두 고교 동문의 관전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金 서울대 입학 후 부산동고 “우리도 할 수 있다”

    “부산동고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과거부터 지역에서 신흥 명문으로 불렸다. 평화종합고(현 부산동고) 시절에는 ‘부산에서 주먹을 제일 잘 쓰는 학교로 알려졌는데, 고교명이 바뀐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과거 동창회장을 맡아 조직 운영을 잘한 덕분에 동문 간 단합도 끈끈해졌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월 31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부산동고 역사에 대해 한 말이다. 박 의원은 부산동고 26회로 김기현 의원의 고교 후배다.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부산동고는 부산의 신흥 명문고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달랐다. 부산동고의 옛 이름은 평화종합고였는데, 부산 지역에서 공부보다 주먹으로 두각을 나타낸 학교로 유명했다. 1974년 도입된 고교평준화 제도를 계기로 부산동고로 교명이 변경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기 시작하자 지역에서 명망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유명 인사도 많이 배출했다(표 참조). 김기현 의원은 부산동고 21회로 교명이 바뀐 후 입학한 첫 기수다.

    김 의원이 부산동고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그가 1978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함으로써 부산동고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했다. 김 의원의 서울대 법대 입학을 계기로 부산동고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여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6회에 이르러서는 졸업생 30여 명이 서울대에 입학했고, 그중 5명은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박수영 의원도 그중 1명이다. 김 의원의 부산동고 2년 후배인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산동고로 이름이 바뀐 이후 부산 지역 고교 가운데 법조인 배출 최선두를 달리는 등 소위 ‘뺑뺑이 세대’인데도 아웃풋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부산동고는 동문 간 관계가 끈끈하기로도 유명하다. 동문들은 김기현 의원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그가 사법시험(25회)에 합격하면서 부산동고 동창회는 2004년 김 의원에게 ‘자랑스러운 동맥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부산고는 지역 명문 고교로 동문 간 응집력이 강한 학교였다. 다른 지역 명문인 경남고와 동서로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 과거 부산에서는 ‘동쪽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부산고로 가고, 서쪽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경남고로 간다’는 말도 있었다. 힘들게 시험을 쳐 입학한 학교라 그런지 동문 간 유대도 깊었다. 다만 ‘뺑뺑이 세대’가 들어오면서 결집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져 아쉽다.”



    부산 부산진갑에서 의정활동을 한 나성린 신용정보협회장이 2월 1일 부산고에 대해 한 말이다. 나 협회장은 부산고 24회로 안철수 의원의 9년 선배다. 부산 동구에 위치한 부산고는 경남고와 함께 부산 지역 양대 명문 고교로 꼽혔다. 경남고는 대통령을 2명 배출한 학교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곳을 졸업했다. 부산고는 대통령을 배출하지는 못했으나 수많은 각계 리더를 양성했다. 특히 1974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부산고의 위상은 높았다. 직전년도인 1973년 183명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며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서울대 입학생을 낸 고교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는 서울대 전체 정원이 3140명이던 때다. 안 의원은 부산고 33회로 고교평준화 세대다.

    2017년 安 대권 응원한 부산고 동문

    부산고는 야구 명문으로도 유명하다. 마해영, 박동희, 박한이, 손아섭, 양상문, 정근우, 진갑용, 추신수 등 수없이 많은 야구 스타를 배출했다. 부산고는 지난해 9월 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강릉고를 꺾고 22년 만에 우승하는 등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결승전을 직관한 안 의원은 부산고 우승 직후 후배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안 의원이 원래 동문들과 교류가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부산고 출신 한 인사는 “안 의원은 과거 고교 동창회 활동을 별로 안 했고, 애당초 그런 활동을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계 진출 후에는 부산고 동문들을 전보다 챙기기는 했지만 정치권에서 동문 선배들을 모시는 유형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부산고 동문들에 따르면 안 의원은 기업인 시절 동문회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계 입문 이후 점차 동문들과 접점을 늘려갔고, 동문회 역시 2017년 안 의원이 대권에 도전했을 때 직간접적으로 그를 응원했다. 부산중고교 재경동창회보에 안 의원의 유세 사진을 표지로 사용하는 등 “동문을 돕자”는 여론도 일었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그래도 동문을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金-安 오차범위에서 엎치락뒤치락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월 31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5명(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 양자 대결에서 안 의원이 48.9% 지지율을 받으며 차기 당대표 선호도 1위에 올랐다(그래프 참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7%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의원은 44.4% 지지율로 안 의원을 오차범위에서 추격하고 있다.

    일주일 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안 의원을 오차범위에서 앞섰으나 최근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이 연이어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 지지율 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안 의원이 앞선다. 보수 지지층이 집중된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안 의원(42.8%)이 김 의원(40.3%)을 오차범위에서 앞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100% 방식으로 치러진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양상이 길어지면서 동문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은 2월 1일 부산진구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고 총동창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동문회의 지지를 구했다. 아직까지는 동문회 차원의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는 가운데 각 고교 동문 사이에서는 “그래도 동문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그냥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신봉기 교수는 “두 사람 모두 부산 지역 고교 출신이니 지역적 유불리는 없는 것 같다”면서 “부산 민심은 결국 ‘윤심’이 어디에 실리느냐에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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