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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대로 선택해야 진짜 행복! [SynchroniCITY]

우리는 흘러간 세월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죠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내 의지대로 선택해야 진짜 행복! [SynchroniCITY]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GettyImages]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GettyImages]

현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다가오는데 재미난 영화 보신 거 있으세요?

영대 요새 계속 글만 쓰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네요.

현모 글 쓰는 거 너무 궁금해요, 어떻게 그렇게 쓰시는지.

영대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 쓰는 건 금방 써요. 그 대신 머릿속으로 설계를 오래 하는 편이죠.



현모 아, 쓸 말들을 미리 생각해두시는구나.

영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주로 논평이나 오피니언류는 그렇게 논리를 속으로 짜뒀다 마지막에 지면으로 옮기는 편이고, 감상평이나 리뷰 같은 건 그때그때 떠오르는 표현이나 감정을 즉각 즉각 러프하게라도 메모해두는 편이에요.

현모 그죠. 그런 느낌은 그 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니까요.

영대 근데 적어놓고도 나중에 수정을 엄청 많이 해요. 그리고 저는 매일 꾸준히 조금씩 써놓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서 다작을 못 하는 편이에요.

현모 다작 기준이 뭔데요? 글 엄청 많이 내시잖아요.

영대 그렇긴 한데, 의뢰 없이 내가 자발적으로 써내는 그런 건 적은 편이죠. 그동안 차곡차곡 써둔 걸 하나로 모으면 책 한 권이 뚝딱 나오고 그러진 않으니까요.

현모 아하, 어떤 작가들은 매일 일어나자마자 같은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다섯 줄씩이라도 꼭 쓴다고 하잖아요. 전 그게 너무 신기해요.

영대 그죠. 그런 분도 많죠.

현모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은 “모든 것은 글쓰기로 판가름 난다”며 “독서는 빡세게, 글쓰기는 평생하라”고 강조하시거든요. 그러니 책도 100권 이상 내시고. 근데 전 독서처럼 안으로 흡수하는 건 쉬운데 글쓰기처럼 밖으로 끄집어내는 게 너무 어려워요. 디데이, 마감이 없으면 도저히 써지질 않는다는….

영대 그러게요. 현모 님, 도대체 글쓰기 고민을 언제까지 하실 거예요.

현모 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생각을 글 쓰듯이 문장으로 하는 편이거든요. 책이나 영화 내레이션처럼요. 그러니까 머릿속으로는 책을 10권도 더 썼을 거예요. 그런데 이걸 종이에 담으려고 하는 순간 손발이 꽁꽁 묶인 사람처럼 못 하겠어요.

영대 그럴 땐 제가 자주 추천하는 방식이 있는데, 글로 쓰기 전 말로 먼저 뱉어보세요. 친구한테 얘기한다 생각하고, 중얼중얼 음성으로라도요.

“행복은 안락함이 아니라 자신이 의지대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통찰을 주는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행복은 안락함이 아니라 자신이 의지대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통찰을 주는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현모 말도 못 하겠어요. ㅠㅠ 안 나와요.

영대 푸하하하하하!!!

현모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예를 들어 우리말에는 서술어미가 다양하잖아요. “~ㅂ니다” “~요” 할 수도 있고, 반말을 할 수도 있고. 전 거기서부터 막혀요. 어떤 말투로 얘기해야 할지…. 그러니까 개인방송도 못 하잖아요.

영대 ㅋㅋㅋ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목이 안 좋아서 목 사용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거 같고.

현모 그나마 정해진 사실이나 팩트 같은 건 누가 시키면 일목요연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내 이야기는 진짜 못 하겠어요. 말하다 보면 이걸 누가 들을까, 이게 무슨 재미나 가치가 있나, 잘못 오해하진 않을까 싶은 거죠.

영대 하아… 안 되겠다. 현모 님 아무래도 어디 혈이 막혀 있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

현모 푸하하하하하하 미치겠다.

영대 내가 볼 때 그 혈을 좀 뚫어야 돼!!

현모 아놔, 어디 한의원이라도 가야 하나요? ㅎㅎㅎ

영대 한 번만 막힌 곳을 뚫어주면 그때부터 콸콸 스토리가 나올 거 같은데, 뭐 때문인지 표현을 가로막는 어떤 요인이 있는 듯해요.

현모 딱히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굉장히 표현을 장려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기도 해서 그땐 곧잘 했던 거 같은데….

영대 자라면서 본인도 모르게 잘해야 된다는 강박이 생긴 거 아니에요? 또 현모 님이 워낙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접하니까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기준을 설정했을 수도 있고요.

현모 흐으… 제 로망 중 하나가 제 본명 말고 가명으로 얼굴 없이 블로그나 유튜브를 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완전 자유롭게 하는 거예요.

영대 끝까지 그 사람이 안현모였다는 걸 모르게? 그럼 그렇게라도 시작해보세요.

현모 왜냐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엄청 많거든요. 그래서 늘 온갖 영감으로 가득 차 있는데, 왜 정작 나 자신을 위한 판은 깔지 못할까요. 이거 정말 무슨 ‘표현변비’야 뭐야. ㅎㅎㅎ

영대 ㅎㅎㅎ 바늘로 손가락 끝만 딱 따주면 될 거 같은데, 거참 답답하네요. 모범생병에 완벽주의 성향까지 있는 거 같고, 그리고 소재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결정을 못 하는 것도 있는 거 같고.

현모 오, 정확한 포인트 같아요! 저 결정장애가 심한 듯요.

영대 ㅎㅎ 다 서로 연관돼 있는 거죠. 주어진 선택지 가운데 기회비용이 최소화되는 최고 답안을 골라야 하고, 너무 신중하다 보니 차라리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 옵션을 선택하는 거죠. 결혼은 어떻게 했는지 신기. ㅎㅎ

현모 저희 엄마도 그러셨어요. ㅋㅋㅋ 고르고 고르다 평생 결혼 못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결혼한다 그래서 놀랐다고. 한편으론 제가 좀 스스로 결정하는 걸 부담스러워해서 다른 사람이 강력하게 원하는 게 있으면 차라리 그걸 들어주고 맘 편해하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특히 진로 부분에서 그런 측면이 없지 않고요.

영대 엇, 갑자기 우리 처음 만나서 식사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제가 점심 뭐 드실래요, 초밥집 가실래요 했더니 막 정답이라며 먼저 정해줘 고맙다고. ㅎㅎㅎ

현모 그렇다니까요.

영대 제가 자주 언급하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제가 얻은 통찰도 그런 거예요. 안락하고 편안한 것이 행복이 아니라, 자신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어야 진짜 행복이라고. 모든 것은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현모 와, 매우 공감합니다. 그나저나 새로 나온 ‘매트릭스’ 아직 못 봤네요.

영대 저는 얼마 전 가족에게 명언을 남겼는데, 제가 딸이 둘이라서 여자 3명과 살잖아요. 그래서 항상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고, 들어주는 게 제 포지션인데, 제가 그랬어요. “당신들은 다 feminist(페미니스트)고, 나는 familist(패밀리스트)”라고.

현모 오, 멋진 말이네요.

영대 그들이 먹고 싶다는 거 먹고, 가자는 곳에 가고, 그런 남편이나 아빠가 되는 게 제가 기꺼이 택한 초이스인 거죠.

현모 크으~ 훌륭하다.

영대 현모 님도 제가 볼 때 머지않은 거 같아요. 오랫동안 준비하고 골몰하신 만큼, 조만간 또 다른 멋진 결단을 내리고 물꼬를 틀 거라 믿습니다.

현모 흑 감사해요. 저도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여러 계시나 신호들을 하나씩 따라가고 있어요. 신앙인으로서 그런 신호를 따르지 않고 현재의 안락함에 안주하는 건 개인적 성취감이나 자존감 문제이기도 하지만, 하늘이 주신 탤런트나 소명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 같더라고요.

영대 저도 신앙적인 말씀을 보태자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동안은 낭비가 아니라 성숙과 성장의 시간이었던 거죠. 더 지혜로운 나이가 되기도 했고요.

현모 와우,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위안이 되네요. 오늘은 약간 ‘김영대 박사의 금쪽 상담소’ 같은데요. 박사는 박사니까. ㅎㅎㅎ

영대 ㅎㅎㅎㅎㅎ 괜찮았죠? ㅎㅎ 상담비는 막국수로 받을게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330호 (p62~64)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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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6호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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