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3

2022.01.14

윤석열·이준석 포옹에도 ‘윤핵관 리스크’ 여전

[이종훈의 政說] 선대위 해체, 김종인 사퇴 역풍 우려한 행보… 내분 재발 불씨 잠복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1-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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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포옹하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포옹하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껴안았다. 이 대표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16일째인 1월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과연 그럴까. 근본적 원인이 해결됐다면 그럴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준석 vs 윤핵관 갈등

    시간을 거슬러 이 대표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지난해 12월 21일로 가보자. 당시 직접적 사퇴 계기가 된 사건은 이 대표와 조수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공보단장의 충돌이다. 이 대표가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건희 씨 의혹 관련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조 전 단장이 자신은 후보 지시만 받는다고 맞받아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대표는 사퇴 직후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보면서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 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 30일 공식 일정을 돌연 중단하고 한동안 지방으로 잠행을 이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갈등 원인은 윤핵관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제주4·3평화공원 참배를 마친 후 “핵심 관계자발(發)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나에 대한 모욕적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이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은 것에 대해 윤핵관이 “홍보비를 해먹으려 한다”며 깎아내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대표의 1, 2차 선대위 이탈을 불러온 윤핵관 문제는 외견상으로는 해결됐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 화해하기 직전인 1월 5일 선대위를 해체했다. 때맞춰 윤핵관 중 핵심 인사인 권성동 의원이 당 사무총장직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또 다른 윤핵관 핵심 인사인 윤한홍 의원도 당 전략기획부총장직과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직을 내려놨다. 윤 후보는 선대위 조직을 대폭 줄였고 권영세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문제는 이번 결정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표 직후 나왔다는 점이다. 선대위 해체 발표 이틀 전인 1월 3일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 정서에 따르는 측면에서 선대위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선대위 전면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연초 각 언론사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무슨 생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윤핵관을 배제하지 않고서는 윤 후보를 당선시키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준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전 위원장이 요구한 것은 선대위의 정상적 운영이다. 윤 후보의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현장 발언, 큰 선거를 치른 경험이 없는 윤핵관의 어설픈 기획이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와 윤핵관은 이를 도전으로 간주했고 결국 김 전 위원장을 쳐내기로 결정했다. 선대위 해체 결정은 김 전 위원장만 쳐낼 경우에 불어닥칠 수 있는 역풍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DB]

    윤석열·윤핵관 모두 ‘아마추어’

    김 전 위원장이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한 것에 이들이 발끈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연기 주문은 선거의 ABC다. 대선 같은 큰 선거를 치를 때 후보는 선대위 차원에서 결정한 바에 따라 일정부터 발언까지 거의 로봇 또는 아바타처럼 움직여야 한다. 본인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판단 내리려 들면 과부하가 걸려 더 위험해지기 마련이다. 당연한 지적에 발끈했다면 둘 중 하나다. 첫째, 윤 후보와 윤핵관은 아마추어다. 둘째, 김 전 위원장을 쳐낼 기회만 엿보던 중 이때다 싶어 몰아갔다.

    김 전 위원장은 1월 5일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윤핵관에 대해 “밖에는 공식적으로 후퇴한 것처럼 돼 있지만,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핵관의 사퇴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측근을 둘 수 있다. 핵심은 그들의 실력과 의지다. 김 전 위원장은 여기에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윤 후보 측근을 자처한다면 윤 후보가 당선되는 데 지장이 가는 일은 절대 해선 안 된다. 당장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려 하니까 잡음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해체 이틀 뒤인 1월 7일 윤 후보는 청년보좌역 27명과 함께 ‘변화와 쇄신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상현 청년보좌역은 “지금 후보 곁에는 간신들, 아첨꾼들, 정치 기생충 같은 십상시만 가득하다. 그들을 버리고 민심 심판대 위에 다시 서라. 그럴 각오조차 없다면 대선은 치르나 마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 할 수 있는 권성동 의원이 당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달 절차를 무시하고 3·9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지역구의 당원협위원장을 임명한 사실이 1월 10일 드러났다. 최고위원들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그것도 몰래 처리했다. 윤 후보는 이를 몰랐을까. 알았어도, 몰랐어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윤핵관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내분이 재발할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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