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 유유/ 500쪽/ 2만2000원
“모르면 공부하세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쟁이 벌어질 때면 빈번히 등장하는 문장이다. “당신이 내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식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대화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는다. 모욕과 조롱만 주고받을 뿐이다.
이따금씩 상대가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을 하지만 대응 매뉴얼이 있다. “공부는 셀프다”라고 대답하면 된다. 분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문제없다. 언쟁 내용을 캡처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 된다. 게시물 제목은 대개 유사하다. “무식한 ◯◯◯ 참교육 한 썰 푼다.” 응원 댓글을 곱씹으며 ‘역시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위안을 얻는다. 필터버블 시대 한 단면이다.
배움, 교육 같은 단어가 오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현대사상 전문가인 일본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는 책 ‘배움엔 끝이 없다’에서 둘의 의미를 바로잡으려 시도한다. 저자는 “어느 분야에서든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마음가짐이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태도는 간명하다. 자신의 관점을 깨뜨리는 이야기를 마주하길 기대하며 평생을 연구한다. 저자는 동료 교수들과 추억을 회상하며 “눈앞에 등장한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을 관통하는 법칙성을 발견할 때 그들은 정말로 기쁜 표정을 짓는다”고 부연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배움은 연인 간 ‘썸’과 비슷하다. “대상의 의미와 가치를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끌릴 때 배움이 발생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느낌을 믿고 미지의 대상에 시간을 들여 자신을 온전히 밀어넣는 사람에게 선물이 도착한다”고 말한다. 선물은 새로운 깨달음이 주는 즐거움이다. 학자의 본분은 이 같은 기쁨을 타인에게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자 하면 흔히 연구실에 틀어박혀 조용히 연구만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저자의 설명은 반대다. ‘진짜 학자’는 수다쟁이라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내 이야기를 잠시 들어달라”며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학자의 자세다. 저자는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성심성의껏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학자의 주요 자질이라고 강조한다. 지식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이어지며 발전한다. 상대방과 교감하면서 얻는 깨달음은 덤이다. “모르면 공부해라” “공부는 셀프다” 등의 자세가 배움과 동떨어진 이유다.
배움엔 끝이 없다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 유유/ 500쪽/ 2만2000원
“모르면 공부하세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쟁이 벌어질 때면 빈번히 등장하는 문장이다. “당신이 내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식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대화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는다. 모욕과 조롱만 주고받을 뿐이다.
이따금씩 상대가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을 하지만 대응 매뉴얼이 있다. “공부는 셀프다”라고 대답하면 된다. 분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문제없다. 언쟁 내용을 캡처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 된다. 게시물 제목은 대개 유사하다. “무식한 ◯◯◯ 참교육 한 썰 푼다.” 응원 댓글을 곱씹으며 ‘역시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위안을 얻는다. 필터버블 시대 한 단면이다.
배움, 교육 같은 단어가 오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현대사상 전문가인 일본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는 책 ‘배움엔 끝이 없다’에서 둘의 의미를 바로잡으려 시도한다. 저자는 “어느 분야에서든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마음가짐이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태도는 간명하다. 자신의 관점을 깨뜨리는 이야기를 마주하길 기대하며 평생을 연구한다. 저자는 동료 교수들과 추억을 회상하며 “눈앞에 등장한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을 관통하는 법칙성을 발견할 때 그들은 정말로 기쁜 표정을 짓는다”고 부연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배움은 연인 간 ‘썸’과 비슷하다. “대상의 의미와 가치를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끌릴 때 배움이 발생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느낌을 믿고 미지의 대상에 시간을 들여 자신을 온전히 밀어넣는 사람에게 선물이 도착한다”고 말한다. 선물은 새로운 깨달음이 주는 즐거움이다. 학자의 본분은 이 같은 기쁨을 타인에게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자 하면 흔히 연구실에 틀어박혀 조용히 연구만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저자의 설명은 반대다. ‘진짜 학자’는 수다쟁이라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내 이야기를 잠시 들어달라”며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학자의 자세다. 저자는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성심성의껏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학자의 주요 자질이라고 강조한다. 지식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이어지며 발전한다. 상대방과 교감하면서 얻는 깨달음은 덤이다. “모르면 공부해라” “공부는 셀프다” 등의 자세가 배움과 동떨어진 이유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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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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