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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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둔화하고 자산 가격 하락, 저가 매수 기회 잡아라”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2022년 경제 및 투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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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2-01-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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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조영철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조영철 기자]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예견된 경제성장 둔화 조짐들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경제지표 가운데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가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각국 선행지수가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11월까지 떨어졌어요.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11월까지 5개월 연속 떨어졌습니다. 선행지수 하락은 앞으로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실질금리 역사상 최저치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하지만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 경제성장률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월 6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실질금리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인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물가가 금리보다 높다는 의미”라며 “이는 앞으로 경기침체가 온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증권가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직전 주가 폭락과 반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이름을 알렸다.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하며 금융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부사장,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 등을 지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 우려되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올해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자산 가격은 많이 떨어질 수 있다. 어제(1월 5일) 미국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나.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된 영향인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넘어서는 조기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 시사됐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례 없는 위기 극복을 위해 자산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에 엄청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다 지난해 11월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고자 올해 3월까지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시계가 빨라진 것이다. 지금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6.8%를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 좀 낮아진다고 해도 5~6%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니 ‘긴축을 더 빨리 해야겠다’로 의견이 모아진 듯하다.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금리와 경기다. 그중 금리가 올라도 경기가 좋아지면 상관없는데, 지금 경기가 나빠질 조짐이 나타나서 문제다. 선행지수 하락은 그 시작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것이 왜 문제가 되나.

    “지금 실질금리가 미국도 사상 최저치, 한국도 사상 최저치다. 미국의 경우 과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2분기에서 7분기 후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한국은 실질금리가 경제성장률에 1분기가량 선행한다. 원래 금리는 물가보다 높아야 한다. 우리가 저축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현재 소비를 포기한다는 의미인데, 금리가 물가보다 낮으면 유인 요인이 없어진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할 때 개인적으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2.5%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플레이션 우려와 기업 파산

    해법은 없나.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지금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금리인상을 하는 것도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문제는 경제가 좋아져야 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는데 앞으로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많이 올리지 못할 거 같다는 점이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1월 4일자에 ‘올해 나타날 10가지 현상’에 관한 기사가 실렸는데,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이 ‘지금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지만 연말쯤 되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과 ‘자산 가격에 껴 있는 거품이 붕괴되면서 많은 회사가 없어지고 살아남는 기업만 잘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물가상승을 우려하지만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면 시차를 두고 수요가 위축돼 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앞으로 많이 오르지는 못한다 해도 어느 정도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둔화되면 자산 가격은 폭락하고, 소비는 위축되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한국 기업 2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런 기업이 40%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앞으로 원리금 상환 유예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까지 나빠지면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해 인터뷰 때 2200 선을 얘기했는데.

    “한국 주가가 지난해 6월 3300을 넘었다 지금 10% 이상 떨어졌는데 역시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증권사들의 주가 전망치가 2800, 3300, 3500까지 다양한데 나는 그보다 훨씬 아래라고 생각한다. 내 모델상으로는 올해 3분기에 그 정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빠르면 2분기에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주가 폭락은 역으로 말하면 주식을 싸게 살 기회라는 의미다. 그때 매수를 잘하면 부자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증시로 향한 투자자도 많다. 테슬라 투자액만 17조 원에 이른다. 위험하다고 보나.

    “그렇다. 미국 주가 거품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버핏 지수(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가 330%로 역사상 최고치다. 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만든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40배다. 과거 평균은 17배였다. 미국 가계자산 가운데 금융자산 주식 비중도 53%에 이르는데 이것도 역사상 최고치다. 며칠 전 애플 시가총액이 3조 달러(약 3570조 원)를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 코스피 시가총액이 2200조 원인데, 미국 한 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한 나라 시가총액의 1.5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만큼 엄청난 거품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지금 다우존스 지수는 그래도 견디고 있지만 나스닥 지수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미국 주가 거품 붕괴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그러하듯 미국인도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샀는데, 최근 들어 그런 현상이 조금 줄고 있다. 기대수익률이 너무 올랐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것 또한 고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 주식투자에 참여한 사람은 주가가 오르는 모습만 봤는데 미국 주가도 2000년 IT(정보기술) 거품이 꺼지면서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S&P500, 마이크로소프트도 2000년 수준을 넘어서는 데 10년이 걸렸다. 지금 거품은 그때보다 심각하다.”

    역사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사람들이 주가가 올라갈 때는 펀더멘털(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거시경제 지표)을 과대평가하고, 떨어질 때는 과소평가한다. 주식투자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 과소평가 국면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는 주식투자를 과감히 늘려도 되는데,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 한해 10개 종목 이내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최소한 재무제표는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주식투자에 나설 때를 기다리며 공부해야 하는 시기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대 흐름을 읽는 건데, 그런 능력은 소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보통 사람은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한국 명목성장률이 3%라고 하면 코스피는 4~5%밖에 성장을 못 한다. 주식투자 기대수익률을 4~5%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주식시장, 과소평가 국면이 온다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보나. 아직도 상승론이 대세이지만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정체, 변곡점 같은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변곡점인 것 같다. 다양한 기관에서 부동산 관련 자료를 내놓는데, 나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KB국민은행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다. 현재 대구지역 상승세가 꺾였고, 서울은 강북이 꺾였다. 조만간 전국 모든 지역이 꺾일 거라고 본다. 지금 서울 집값은 과거 평균보다 2배 정도 높다. PIR(가구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의 경우 과거 서울이 9배였는데 지금은 18배다. 부동산도 자산의 한 종류이다 보니 오를 때는 과대평가되고 떨어질 때는 과소평가된다. 하락기 경착륙이 우려되는 이유다. 2010년 서울 여의도에 전세로 거주했는데, 그때 내 걱정은 혹시 전세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하우스푸어, 역전세가 문제였다. 이제 변곡점으로 접어든 만큼 이런 사이클이 머지않아 오리라 본다.”

    똑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예측하는 이들이 있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나.

    “같은 자료를 보고도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학문이 사회과학, 경제학이다. 내게는 현 데이터뿐 아니라, 각종 거의 모든 경제변수를 예측하는 모델이 있는데 그 모델로 예측하면 상황이 안 좋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언제 시작되나.

    “지금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정점인데 상승폭이 둔화되는 시간이 있으니, 하락은 올해 하반기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최소한 4년 정도에 걸쳐 조금씩 내려갈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 4년간 2배, 지난 한 해 20% 올랐다고 한다. 부동산 전문가 모두 1986~1988년에 비견할 만한 ‘불장’이었다고 하는데, 집값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나.

    “지금까지 집값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했으니 원점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다 1990년 정점을 찍고 하향으로 돌아선 일본 사례가 있으니, 그런 상황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일본과 한국 사회는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고, 특히 인구 고령화 속도는 한국이 일본보다 빠르다. 내 추정치이기는 하나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잠재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졌다. 10년 후에는 1%, 20년 후에는 0%대에 접근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말은 곧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시기가 도래할 거라는 의미다. 성장이 정체되면 일자리가 늘지 않아 임금이 오를 수 없으니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우하향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 번 해봐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산 가격 폭등으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런 시기가 또 있었나.

    “이 정도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오늘 아침 레이 달리오(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의 글을 읽었는데 미국 상위 1%가 미국 자산의 20%를 갖고 있고 이런 일은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또 소득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가 미국 자산의 45%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시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득 불균형 해소다.”

    소득 불균형 해소는 시대적 과제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까.

    “코로나19 발생 후 미국은 현재(1월 6일)까지 확진자가 5500만 명, 사망자가 82만 명이 넘는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죽은 미국인이 40만 명을 조금 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그 2배 이상이 사망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기는 하지만 사망자가 5000명 미만이다.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이 말해주듯 자유의 상징이고, 중국은 만리장성이 보여주듯 안정의 상징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자유는 시장, 안정은 정부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그 두 가치가 충돌했고 성적표가 나온 셈이다. 앞으로 정부의 힘이 굉장히 강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에도 변화가 생기나.

    “자유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화당은 자유, 민주당은 안정을 상징한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산층 회복을 위한 안정 성장’이다. 중산층을 회복시키려면 기업과 부자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또 여러 기업이 골고루 성장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그래서 거대 IT기업과 금융회사들을 분할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중국도 변화가 있다. 그동안 ‘백묘흑묘론’(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을 앞세워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된다고 했던 중국이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론’을 내세우지 않나.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니 ‘소수의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이 부를 공유하자’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가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고 있고, 그것이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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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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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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