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대중음악의 ‘감춰진 1㎜’를 꿰고 싶다면

세트리스트 위키, 후 샘플드, 케이팝 레이더 사이트&앱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20-01-08 10: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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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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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많아질수록 접근이 어려워진다. 잡지도 없고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줄 사람들도 없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기술자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음악 팬을 위한 사이트를 만들고 기술을 개발한다. 그래서 들리는 노래가 궁금할 때면 스마트폰만 들이대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단편적 지식뿐만 아니라 그 지식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넘어가고 싶다면? 그 또한 다 마련되어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음악과 정보의 홍수 시대를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나침반이자 북극성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이트와 어플을 추천해본다,

    공연관람 전 예습이 필요할 때

    무명이건 대스타건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은 반드시 작성하는 리스트가 있다. 세트리스트. 공연 때 부르고 연주할 노래의 순서를 적은 리스트다. 이게 없으면 무대에 선 밴드 멤버끼리는 물론이거니와 음향, 조명 등 스텝과 소통에도 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휴지통에 들어가거나 열성 팬의 소장품이 되는 운명이었던 세트리스트는 위키(위키피디아처럼 문서 편집 기능이 사용자들에게 열려 있는 웹사이트)의 등장과 함께 끝내주는 컨텐츠가 됐다. 

    세트리스트 위키는 이 컨텐츠를 모아 놓은 공연의 도서관이다. 아티스트, 공연장, 연도 별로 검색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해당 공연에서 주로 어떤 앨범의 노래를 연주했는지도 도표로 정리해준다. 이 사이트에는 팬뿐만 아니라 관계자도 세트리스트를 올린다. 지금 막 끝난 공연의 리스트가 바로 올라오는 게 그 증거다. 팬이 전 세계 공연을 다 따라다닐 수는 없지만, 관계자는 미리 정해진 리스트를 즉시 올릴 수 있으니까. 

    언제부터인가 공연이 '예습'의 대상이 된 시대다. 거의 모든 노래를 아는 팬이 아닌 사람도 그 뮤지션 공연에서 꼭 알아가야 할 노래와 '떼창' 및 리액션 포인트를 인터넷으로 숙지한 후 공연장에 가는 시대에 세트리스트 위키는 반드시 필요한 참고서다. 

    일반 관객에겐 이런 예습용 참고서라면, 열혈 팬에게는 음반 및 방송만으로는 알 수 없는 공연에서의 흔적으로 역사를 되짚을 수도 있다. U2나 메탈리카의 1980년대 공연,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의 1960년대 공연을 날짜별로 검색해가며 따라갈 수 있는 사이트가 또 어디 있겠나. 본래 영미권 아티스트와 팬 중심으로 내용이 채워졌지만 최근에는 케이팝(K-Pop) 스타와 국내 밴드 관련 기록도 채워지고 있다. 가뜩이나 기록에 약한 한국 음악계에서 이런 해외 플랫폼이라도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샘플링에 대한 모든 것

    더 이상 대중음악에 '오리지널'은 많지 않다. 1980년대 힙합의 등장은 '샘플링'이라는 개념을 음악계에 도입했고 이제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유에서 또 다른 유를 만들어내는 게 창작의 하나가 됐다. 저작권이 엄격해지면서 누군가 신곡을 발표하면 이 노래에는 어떤 노래의 샘플링이 들어있다는 걸 밝히는 게 당연해졌지만, 대부분은 음반 속지에 표기되기 마련이다. 

    스트리밍이 표준이 된 상황에서는 따라서 한참이나 서핑을 해야 알 수 있는 정보들일 수밖에 없다. 걱정 마시라. 세상에는 호기심에 더하여 실행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2008년 영국에서 둥지를 튼 ‘후 샘플드’은 말하자면 노래의 원심분리기다. 어떤 노래에 누구의 어떤 노래가 샘플링됐는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소스가 된 원곡의 유튜브 링크 또한 제공한다. 

    그 반대의 경우, 즉 어떤 노래가 어떤 다른 가수의 어떤 노래에 샘플링됐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차트도 제공하는데, 가장 활발한 샘플링을 하는 뮤지션은 힙합 프로듀서인 디제이 프리미어다. 그의 음악에는 무려 2118개의 샘플링이 들어간다. 최초로 샘플링만으로 음반을 만든 디제이 섀도우가 1042개를 사용했으니 2배를 뛰어넘는다. 샘플의 탄생이 탄생이니만큼 주로 힙합 아티스트가 여기저기서 샘플링을 많이 했고, 그들에게 직접 영향을 준 소울, 훵크의 클래식이 그 대상이 된다. 

    훵크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은 무려 7660번 샘플링됐다. 반면 비틀즈는 1017회밖에 되지 않는다(물론 여기엔 비틀즈의 까다로운 저작권 승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논문의 권위를 말해주는 피인용지수에서 부동의 1위인 셈이다. 샘플링뿐만 아니라 리메이크에 대한 기록들도 함께 남겨져있으니, 한 아티스트를 '덕질'하기에 이만한 사이트도 없다. 어플로도 다운받을 수 있다.

    K팝 통계가 궁금하다면

    보통의 음악 팬이 차트 순위, 판매량 정도에 신경 쓰는 반면 케이팝 팬은 차트뿐만 아니라 유튜브 조회수, 트위터 팔로어수까지 챙긴다. 단정할 순 없지만 해당 아이돌의 새 음악이 나왔을 때 음반이건 음원이건 1위를 '팬들이 만들어주는' 관행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런 문화가 해외에도 전파돼 케이팝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소셜 미디어를 바탕으로 한 팬들의 적극적인 '숫자 싸움'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등장한 ‘케이팝 레이더’는 이런 케이팝 팬의 취향을 저격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케이팝 관련한 날 것의 숫자들을 뿌린다. 데이터보드 카테고리에서는 아이돌 뿐 아니라 박효신, 악동뮤지션, 잔나비, 혁오 같은 아티스트의 유튜브와 다른 소셜 미디어 조회 수를 매일 집계해 증감 폭과 누적, 두 가지 기준으로 차트를 제공한다. 따라서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케이팝 인기도의 추이를 살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신곡이 나오면 당연히 조회수가 늘어나니 높은 순위에 오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발매일과 상관없이 증감도를 기준으로 삼기에 방탄소년단의 ‘Fake love’같은 곡은 아직도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데이터보드가 케이팝 전반의 추이라면 아티스트 카테고리에선 개별 음악인의 데이터를 상세하게 제공한다. 케이팝 뮤지션 402팀(1월 7일 현재)의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일간 조회수를 볼 수 있는데 마치 음반 시장의 골드 레코드처럼 1000만 뷰, 1억 뷰 단위로 '뱃지'를 해당 아티스트 페이지에 수여한다. 팬뿐만 아니라 케이팝 관계자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를 들여다보는 것 보다 훨씬 유익하고 음악 팬의 무의식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팬의 데이터까지 반영되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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