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2

2019.08.16

황승경의 ON THE STAGE

한일 양국이 빚어낸 환상적인 어린이극

인형·그림자 복합극 ‘루루섬의 비밀’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9-08-16 17: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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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최근 한일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민간교류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선택과 국민 개인의 선택은 다르다는 인식이다.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일본 그림자극단 ‘가카시좌’가 공동제작한 인형극 ‘루루섬의 비밀’ 역시 시국과는 무관하게 양국 어린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루루섬의 비밀’은 독특한 인형과 섬세한 그림자, 그리고 서정적인 영상을 이용해 현실과 판타지 세계를 오가는 모험 이야기다. 

    한국인 배우 2명과 일본인 배우 2명은 쉴 새 없이 무대를 누빈다. 배우가 직접 연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인형과 그림자다. 배우들은 인형과 그림자가 무대에서 숨 쉴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주로 한다. 사람과 인형과 그림자, 서로 다른 세 요소가 빚어내는 신비한 무대언어가 호평을 이끌고 있다. 3월 일본 요코하마와 도쿄에서 초연된 ‘루루섬의 비밀’은 8월 한국 초연 이후 내년 5월에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총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루루섬의 비밀’은 휴대전화 전파도 잡히지 않는 루루섬의 할아버지 집으로 여행 온 소녀 하루의 성장 이야기다. 하루에게는 루루섬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심심하기만 하다. 하지만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 하루는 발명가인 할아버지로부터 흥미진진한 섬 이야기를 들으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검은고양이 마루를 비롯해 돼지, 뱀, 닭, 부엉이, 앵무새와 친구가 된 하루는 그들과 섬 구석구석을 모험한다. 우여곡절 끝에 해적을 소탕한 하루와 친구들은 섬의 숨겨진 비밀을 공유하며 돈독한 우정을 나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의 눈에는 섬의 작은 부분까지도 소중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을 대표하며 세계 20개국 90개 이상 도시에서 공연한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68년간 독자적으로 그림자 세계를 개척하며 수많은 작품을 제작한 일본 최초 그림자 전문극단 가카시좌는 이 작품을 위해 5년 동안 합동 워크숍을 지속했다. 



    하루와 마루처럼 한국어와 일본어가 모두 적용되는 이름을 내세운 것도 그런 성과 가운데 하나다. 그림자와 인형이 만드는 ‘바다를 담은 나무들’ ‘노래하는 숲’ ‘반짝이는 동굴’ 장면은 어린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공연이 주는 시각적 환상의 매력에 푹 빠진 어린이 관객들은 이미 주인공 하루처럼 웃음을 머금고 마음에 꿈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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