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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고소하고 깊은, 단단 졸깃한 그 맛

제주 돼지고기 식당

고소하고 깊은, 단단 졸깃한 그 맛

고소하고 깊은, 단단 졸깃한 그 맛

제주 ‘솔지식당’의 오겹살(왼쪽)과 연동 ‘짬뽕에 취한날’의 돼지갈비짬뽕.

제주도에는 제주 돼지만 있다. 다른 지역 돼지는 제주도로 반입할 수 없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일반 돼지는 대부분 듀록과 요크셔, 랜드레이스종을 교잡해 만든 LYD(삼원교잡종)이다. 덩치가 크고 빨리 자라는 요크셔, 깊은 맛이 나는 듀록, 졸깃한 식감을 가진 랜드레이스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제주 흑돼지는 제주도 전체 돼지 의 20%를 넘지 못하는데 주로 햄프셔, 버크셔 재래 교잡종이다. 털색 전체가 흑색인 것을 기준으로 몸 전체가 검고 머리와 귀만 흰색인 경우나 사지 말단(다리 끝부분)이 흰 띠로 돼 있는 경우에도 흑돼지로 인정한다. 하지만 털이 흑색이라고 모두 흑돼지는 아니다. 백돼지 또는 흑돼지와 유사한 갈색돼지도 검은 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흑돼지로 판정되면 청색의 ‘제주 흑’이란 인장이 몸에 찍힌다.

육지와 같은 종류의 돼지를 길러도 제주 돼지가 유독 맛있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식육업계 종사자는 대부분 제주 물을 꼽는다. 제주 돼지는 육질이 단단하고 졸깃하다. 하루 3300마리 정도가 도축되고 연간 80만 마리가 넘는다. 오랜 시간 제주를 지켜온 재래 흑돼지는 몸집이 작고(20~50kg) 성장이 느렸지만 맛은 좋았다고 한다. 제주도에 외국산 돼지(버크셔, 요크셔, 듀록)가 수입된 것은 1960년으로, 84년 무렵에는 재래식 사육문화가 거의 사라진다. 이에 제주축산진흥원은 86년부터 보존사업을 시작했고, 재래 돼지는 멸종을 겨우 면한 채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제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그 주제는 자연스럽게 돼지로 귀결된다. 몸국, 순대는 물론 돔베고기와 근고기, 두루치기, 짬뽕까지…. 이름난 제주 음식 치고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근고기란 말이 제주도는 물론 서울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근(600g)으로 파는 문화다.

고소하고 깊은, 단단 졸깃한 그 맛

제주 ‘돈사돈’의 근고기.

제주 ‘돈사돈’은 돼지 근고기 마케팅으로 전국적 맛집이 됐다. 이 식당은 꽤 넓은 편이지만 언제나 길게 줄을 서야 한다. 돼지고기 한 근을 시키면 두툼한 목살 400g과 삼겹살 200g이 나오는데, 내장을 제거한 큰 멸치로 만든 멜젓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반찬은 거의 없다. 먹을 게 귀했던 제주 사람들은 반찬이 없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돈사돈’은 근고기 문화를 유행시켰지만 그렇다고 시발점은 아니다. 1980년대 제주 중앙로에는 근고기집 10여 개가 있었다.



오겹살도 제주도에서 탄생한 음식문화다. 제주 돼지의 단단하고 깊은 맛에 졸깃한 식감을 더했다. 오겹살은 삼겹살에 붙은 돼지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제주 ‘솔지식당’에서는 오겹살과 목살 위쪽에 400g만 붙어 있는 가브리살을 판다. 가브리살은 고소하고 감칠맛이 일품이며, 오겹살은 냄새 없고 졸깃한 껍질과 삼겹살을 동시에 먹을 수 있어 좋다.

제주 연동에 있는 ‘짬뽕에 취한날’에서는 이색적인 돼지갈비짬뽕을 판다. 검은 그릇에 담긴 붉은 국물과 초록 면발의 보색 대비 비주얼도 인상적이지만 꾸미로 올라간 돼지갈비가 압권이다. 제주산 돼지갈비를 한 번 쪄서 설탕과 간장, 기름과 함께 볶아낸 ‘짬뽕에 취한날’의 돼지갈비는 달달하고 감칠맛이 강하다. 뼈가 붙어 있지만 분리가 잘 된다. 뼈와 살을 고정하는 아교질의 단단한 질감과 살코기, 비곗살이 잘 어울린다. 붉지만 맵지 않은 국물도 맛있다.



주간동아 2015.11.16 1013호 (p76~76)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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