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9

2011.08.08

‘넘버3’가 없다면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8-08 0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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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말 노르웨이 출장길에 현지에서 일하는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국 기업을 잘 안다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TX 등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한 노르웨이 기업인은 “한국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이들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덕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대표 산업인 전자, 자동차, 조선 등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이 글로벌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현재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의미였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라이벌을 만들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라이벌이 있으면 그를 이기려고 경쟁심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말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엇비슷한 기량의 상대가 있기에 기업은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혁신하며 경쟁력을 키웁니다.

    경쟁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통신시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국내에는 SK텔레콤, KT, LG 유플러스 등 3개 회사가 정립해 있습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경쟁은 힘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게는 경쟁이 아닌, 적당한 선에서 담합하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 금융회사, 통신사, 가공식품사 등의 담합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려는 것도 기업이 공정경쟁을 벌일 수 있는 장을 만들려는 취지입니다.



    ‘넘버3’가 없다면
    최근 산업 집중도가 커지면서 기업 경쟁 판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빅3 체제’는 넘버1의 독점이 심화하면서 ‘1강(强)-1중(中)-다약(多弱)’ 형태로 변했습니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더는 넘버3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한 기업이 해당 산업의 시장점유율을 독식하는 것은 그 기업이나 국민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내의 많은 기업이 각자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서로 성장하는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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