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5

2015.07.06

1961년의 전설이 되살아난다

박인비와 미키 라이트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5-07-06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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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의 전설이 되살아난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박인비는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통산 15승을 거뒀고, 그중 메이저 대회 우승이 6회나 된다. 이제 팬들의 이목은 7월 12일 열리는 US여자오픈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면서 팬들은 2년 전 그가 만든 메이저 3연승 신화가 재연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박인비의 당시 기록은 LPGA 역사상 최고 선수이자 육상과 넓이뛰기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두 번이나 받은 스포츠우먼 베이브 자하리아스의 메이저 3연승과 자주 비교됐다. 자하리아스는 LPGA 투어 원년인 1950년 독보적 기량으로 메이저 대회를 싹쓸이한 전설적인 선수다.

    그런데 LPGA 역사를 찾아보면 더 대단한 인물이 있다. 1961년 여름부터 이듬해까지 메이저 4연승에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 미키 라이트(Micky Wright)가 바로 그다. 라이트 역시 박인비처럼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7세인 1952년 US걸스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고, 18세에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 2위, 월드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한 후 이듬해 프로로 향했다. 아마추어 시절 US여자오픈에 출전한 라이트는 당시 대선수였던 자하리아스와 한 조를 이룬 적이 있다. 장타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자하리아스는 라이트의 샷이 자신의 샷보다 더 멀리 날아가자, “너 지금 뭘 하는지 아니? 내 스윙 따라 하는 거야?”라고 어깃장을 놓았다는 일화도 있다.

    라이트는 남자같이 큰 백스윙을 했던 자하리아스와 달리 매우 클래식하면서도 물결치는 듯한 스윙으로 유명했다. 흐름이 무척 좋아 당대 최고 골퍼인 벤 호건, 바이런 넬슨이 “최고의 스윙”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라이트는 클럽 페이스를 스퀘어로 유지하고 강한 하체를 이용해 파워를 냈다.

    19세에 LPGA투어에 데뷔한 라이트는 6년 동안 메이저 4승을 포함해 18승을 쌓았다. 최고 전성기는 박인비의 올해 나이와 같은 26세였다. 1961년 시즌 초반부터 2승을 올리더니 4월엔 여자 마스터스라 부르던 메이저 대회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했다. 5월 메이저 대회 웨스턴여자오픈에선 우승을 놓쳤으나 6월 US여자오픈에서는 6타 차 우승을 거뒀다. 미디어들이 ‘미키오픈’이라 부를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메이저 L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거두면서 라이트는 한 시즌에 총 17개 대회에 출전해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 10승을 거뒀다. 박인비는 2013년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6승을 했다.

    라이트의 그랜드슬램은 이듬해 4월 타이틀홀더스를 다시 제패하고, 5월 웨스턴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면서 완성됐다. 이로써 그는 이미 획득한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을 합쳐 전체 메이저 타이틀을 휩쓴 첫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라이트는 생애 총 82승을 했는데 그중 메이저 대회에서만 13승이다. 1963년에는 한 시즌에만 13승을 올리기도 했다. LPGA 투어에서 15년간 활동한 그는 34세인 69년 발목 부상으로 은퇴했다. 그는 이른 나이의 은퇴에 대해 “내가 원했던 건 세계 최고의 위대한 골퍼가 되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여겼을 때 그만뒀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라이트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던 때와 비교해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라이트처럼 생애 82승에 메이저 대회 13승을 쌓기는 무척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목표를 세워 최선을 다 한다면 LPGA의 또 다른 기록 경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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