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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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가치 ‘야구 카드’

  • 입력2005-06-28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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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 카드의 인기가 대단한 미국에서 가장 값비싼 카드로 꼽히는 것은 ‘호너스 와그너(Honus Wagner) 카드’라고 한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19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와그너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명타자.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 중 그의 카드가 유독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바로 그 희소성 때문이다.

    흡연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던 와그너는 1909년 발행되기 시작한 자신의 야구카드에 스폰서인 담배 회사 로고가 찍혀 있는 걸 발견하고는 즉각 발매를 중지시켰다고 한다. 총 몇 장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확실치 않은 그의 야구카드는 지난 7월 경매에서 125만달러(한화 140억원)의 사상 최고가로 낙찰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예비 스타들의 경연장인 애리조나 가을리그가 지난 4일(한국시간) 피닉스 일대에서 막을 열었다. 일종의 교육리그인 만큼 경기장마다 관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각지에서 몰려온 야구카드 수집광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보스턴 김선우 선수가 편성되어 있는 피닉스 데저트 솔라삭스의 개막전이 열린 피오리아 구장. 예의 이 카드 수집광들이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훈련 중인 선수들 곁에서 사인받을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이들 중 몇몇은 김선우나 조진호 같은 한국 선수들의 카드를 손에 들고 있다. 

    수집광들이 아직 무명의 마이너리거에 불과한 가을리그 참가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미래의 가치 때문이다. 애리조나 가을리그가 메이저리그 스타의 산실인 만큼 미리 사인을 받아두면 몇해 뒤 가치가 껑충 뛸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수집광들말고도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유명스타들의 야구카드를 팬레터에 동봉해 스타의 해당 구단 사무실에 보낸다. 그러면 이 야구카드를 받은 스타들은 카드에 자필 사인을 해 팬에게 답신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용되는 스타와 팬들간의 암묵적인 룰이다.

    94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박찬호의 국내 매니지먼트 사무실에는 그의 사진이 새겨진 야구카드 수백장이 성장과정을 이야기해주듯 전시돼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마이너리그 시절 약간은 촌스러운 샌안토니오 미션스(다저스 마이너리그팀) 유니폼을 입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이상훈(보스턴)만큼은 못하지만 한때 머리를 목 밑까지 길게 기른 모습, 데뷔 초의 하이킥 모션(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와인드업 할 때 왼쪽 발을 머리 위까지 올리는 투구 폼. 데뷔 초 박찬호는 이 폼으로 시속 150km 후반까지 구속이 나왔으나 제구력 난조 때문에 지금의 폼으로 돌아왔다) 등 ‘옛날의 박찬호’가 고스란히 카드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연봉 1500만달러 얘기가 나도는 박찬호 카드와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김선우 카드의 값어치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승격 좌절과 올림픽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겪은 김선우가 내년 시즌 도약에 성공한다면 그 가치는 몇 배로 뛰어오를 게 틀림없다. 야구카드의 가치는 선수 실력과 인기의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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