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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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 김홍성

    입력2013-06-14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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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
    오래 멀리 떨어져 사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그만큼 넓은 바다와 하늘이 우리 사이에서 출렁여왔다

    물결이 밀어오고 바람이 실어오는 기억의 누더기들을 주워

    한 조각 한 조각 꿰매고 또 꿰매면서 다시 만드는 기억 속에서도

    너의 모습은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면서 무언가가 되고 있다



    오래 멀리 떨어져 사는 게 서럽지 않다

    그만큼 많은 비와 눈이 우리 사이에 내렸다 냇물이 되어 흘러갔다

    눈물은 아직도 뜨겁지만 이내 식는다 이제는 천천히 오래 우는 것이다

    후회가 아니다 용서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우는 게 편해진 것이다

    나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면서 무언가가 되고 있다

    사라지고 또 사라지면서 아직도 사라지는 그리움을 아는가

    밀려오고 또 밀려오면서 아직도 밀려오는 그리움을 아는가

    드넓은 바다에 출렁이는 바다에 빠르게 넘기는 책장 같은 파도에

    매순간 불도장을 찍으며 일어서는 태양이 있는 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다르지 않다

    거기와 여기 그리고 저기도 다르지 않다

    너와 내가 만드는 그리움도 다르지 않다

    제목 때문에 그냥 넘기려다가 ‘아직도 사라지는 그리움’이 눈에 들어와 읽어버린 시다. 문득, 파울 첼란의 유리병 편지가 밀려왔다. 오랜만에 바닷가에 선 기분이다. 그리움은 자웅동체의 단세포생물이다. 끊임없이 분열하면서 흙 속으로 스며들어 대지를 부드럽게 한다. 그리움을 아는가?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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