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7

2011.03.07

한국 그림책 끝내줘요!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3-07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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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그림책 ‘마음의 집’(김희경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창비)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하 볼로냐 도서전)에서 주는 라가치 상(Ragazzi Award) 논픽션 부문 대상작으로 결정됐다. 라가치 상은 2년 이내 출간된 전 세계 어린이 책 가운데 창작성, 교육 가치, 예술적인 디자인이 뛰어난 책에 수여하는, 어린이 책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올해에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강경수 글·그림, 시공주니어)가 같은 부문에서 우수상으로 결정돼 우리 그림책에 경사가 겹쳤다.(87쪽 참조)

    2004년 ‘팥죽 할멈과 호랑이’(조호상 글, 윤미숙 그림, 웅진씽크빅)와 ‘지하철은 달려온다’(신동준 글·그림, 초방책방)가 한국 출판물 가운데 최초로 픽션과 논픽션 부문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6년 ‘마법에 걸린 병’(고경숙 글·그림, 재미마주)이 픽션 부문 우수상을, 2009년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마중물 글, 김윤주 그림, 여원미디어)이 논픽션 우수상을, 2010년 ‘돌로 지은 절 석굴암’(김미혜 글, 최미란 그림, 웅진주니어)이 픽션 우수상을 받았지만 대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미국, 일본 등 그림책 선진국이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체기에 접어든 반면 우리 그림책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그림책은 주로 어린이운동 차원으로 전개되면서 다분히 이념적인 ‘산문’ 수준이었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태어나 다양한 그림책을 보고 자란 신진 작가들은 다르다. 2000년 중반 이후 그림책을 펴낸 그들은 오로지 그림책이 좋아 작가가 됐고, 시적인 ‘재미’를 추구하면서 그림 자체로 이야기를 구사할 줄 안다.

    ‘파도야 놀자’ ‘거울 속으로’ ‘그림자 놀이’(이상 비룡소) 등 세계적인 찬사가 쏟아지는 그림책을 연속해서 내놓는 이수지처럼, 해외에서 그림책을 공부하고 그곳에서 먼저 인정받아 책을 펴낸 뒤 국내에 알려지는 작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함께 보는 책이다. 문자가 음성화됨을 전제로 한 책이기에 글이 간결하면서 시적 스토리가 강해야 한다. 그림은 글의 보조 수단을 넘어서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이렇게 독자적인 이야기가 담긴 글과 그림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층위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본문이 32쪽, 표지까지 합해 36쪽인 그림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2차원의 평면그림이다. 하지만 영상과 같은 편집으로 아이들이 저절로 책장을 넘기게 만들어, 4차원의 공간이 된다. 그래서 그림책은 영상시각 문화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한류가 세계를 뒤흔드는 것처럼 그림책도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다. 다음은 어떤 문화가 세계를 누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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