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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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모교를 지켜주세요” 70여 년 역사 명지대에 무슨 일이?

명지학원 파산 이슈와 명지대 폐교 논란 제대로 알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2-03-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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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설립된 4년제 종합 사립대학 명지대. [동아DB]

    1948년 설립된 4년제 종합 사립대학 명지대. [동아DB]

    “우리 학교 정말 폐교하나요?”

    최근 언론에서 명지학원 파산 이슈와 함께 명지대 폐교 가능성이 거론됐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름 들어본 대학이 없어진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재학생인데 진짜로 폐교하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정말 명지대는 폐교 직전까지 간 걸까. 명지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들여다봤다.

    ‘폐교 논란’은 명지대 운영 주체인 명지학원의 파산 이슈에서 비롯됐다. 명지학원은 2004년 수익성 사업의 일환으로 실버타운 분양사업을 벌이다 약속한 골프장을 짓지 못해 소송을 당했다. 분양 피해자들은 2013년 소송을 통해 약 192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2020년 5월 명지학원의 채권자인 서울보증(SGI)이 명지학원에 대해 회생신청을 제기하며 명지학원의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명지대 폐교 거론은 시기상조

    명지학원 측은 수익용 기본재산 매각 대금과 산하기관 통폐합에 따른 유휴 부지 개발이익금으로 학원 채무를 2030년까지 갚겠다는 회생계획안을 지난해 12월 14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대체재산 확보 또는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이상을 유지할 타당성 있는 계획 없이는 재산 처분이 불가하다는 의견서를 올해 2월 4일 법원에 냈다. 2월 8일 서울회생법원은 명지학원의 채권자인 SGI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회생절차 중단 결정을 내렸다. 여기까지가 명지학원 파산 이슈의 전말이다.

    현행법상 운영 주체인 명지학원이 파산하면 재단 산하 모든 기관과 재산이 덩달아 파산 절차를 밟는다. 산하 대학이 건실하게 운영된다 해도 운영 주체 부재는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나 명지학원의 방만한 운영과 재정 위기 탓에 대학까지 ‘부실 대학’ 오명을 입는 것이 정당할까.



    먼저 명지대 자산 규모를 살펴봤다. 지난해 한영회계법인 조사에 따르면 명지대 자산 규모는 1조1679억 원, 부채 규모는 163억 원으로 건실한 재정 상태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부가 주관한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52개 대학이 탈락하며 거센 후폭풍이 일었던 시기 명지대는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건축 연면적 3만614㎡(약 9277평) 규모의 ‘인문캠퍼스 MCC관’을 개관했다. 부실 재정 대학이 수백억 규모의 사업을 벌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명지대 한 관계자는 “명지학원과 명지대 회계는 엄격히 분리돼 있고, 명지대는 학교 자체 평가로 단 한 번도 부실 대학에 선정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명지대의 2022학년도 추가모집 원서 접수는 명지학원 파산 위기 언론 보도 이후 실시됐다. 그럼에도 45명 모집에 총 3352명 지원자가 몰려 74.49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경쟁률이자 전년도 경쟁률인 32.1 대 1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과거 폐교한 여느 대학들과 달리 명지대는 재학생만 2만1000명 이상이라 폐교 시 특별편입학도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도 그런 우려를 인지해 명지학원이 설령 파산하더라도 청산에 지장 없는 선에서 2~4년 추가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명지학원은 2월 9일과 10일 연달아 입장문을 내고 “중단이 결정된 이번 회생절차는 채권자인 SGI가 신청한 것으로, 채무자인 명지학원이 교육부 의견을 반영해 3월 중 회생을 재신청할 것”이라며 “교육부도 명지학원의 회생신청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자구 계획을 잘 세워 구성원 입장을 반영한 최선의 회생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병진 명지대 총장은 “현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대학과 법인의 공동역할이지만, 대학이 주도적으로 회생계획안을 만들고 지켜나가면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명지전문대와의 통합까지 구성원 뜻을 모으고 학교 운영에 만전을 기해 학교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극적인 회생 의지를 밝혔다.

    이번 명지학원의 회생절차 중단 이슈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1년 6개월여 만에 나온 결과로, 교육부가 명지학원의 회생계획안 작성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상 명지대 폐교 거론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최소한 회생재신청 결과가 나오는 2023년 9월까지는 명지학원과 명지대 상황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지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지학원 회생계획안 기각 이유는

    그렇다면 명지학원의 회생계획안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유는 뭘까. 회생계획안에는 수익용 재산 매각과 산하 학교 통합 및 유휴 부지 개발을 통해 부채 2277억 원 중 1700억 원가량을 10년에 걸쳐 변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익용 기본재산이란 사립학교 법인이 학교 운영상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재산으로, 법인은 이 기본재산을 활용한 소득의 80%를 대학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충당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교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면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유지하기 위한 대체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시 말해 명지학원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면 정상적인 대학 운영에 필요한 경비인 대체재산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명지학원은 수익용 기본재산의 가치를 웃도는 부채를 부담하고 있어 기본재산 확보율은 실질적 의미가 없다. 교육부가 말한 대체자산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명지학원이 파산을 피하고 교육부가 지적하는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면 채무 변제가 최우선이지만,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이 막혀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이때 주목할 점은 2019년까지 명지대는 명지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 충족률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덩달아 파산 위기에 놓인 것이다.

    명지학원 측은 회생절차 중인 재단의 특수 상황을 교육부가 참작해준다면 재단 소유 자산을 처분해 채무를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명지학원 관계자는 “재단 소유의 자산이 약 1800억 원 감정평가를 받은 상태”라며 “빚을 갚는 데 이 자산을 우선적으로 쓸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명지대는 대학 자체의 회계 부정이나 방만한 운영, 충원율 감소로 폐교한 여느 대학들과 달리, 재단 문제로 폐교 위기에 놓인 최초 대학이 됐다. 이러한 사례가 최초인 만큼 명지대의 현 상황을 고려한 사회적 논의와 법률적 지원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재학생 최정현 씨(자연 총학생회장)는 “법인이 교육부와 협의 중인 상황이라 폐교를 염두에 두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교육부도 학생들 입장에 공감해 원만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2학년 이 모 씨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특별편입 여론을 부추기거나 마치 우리 학교 재학생이 이를 바라는 것처럼 내보낸 기사들을 보고 화가 났다”며 “폐교는 법인 파산에 따른 영향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경우를 가정한 것인 만큼 비약이 지나치다. 청춘 수만 명의 미래가 걸린 심각한 문제를 언론에서 흥밋거리처럼 소비하는 건 학생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지원 및 협조 필요 목소리

    명지대 존속을 위한 재학생 서명운동. [명지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명지대 존속을 위한 재학생 서명운동. [명지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막다른 길에 몰린 명지학원 때문에 재단 산하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명지대와 명지전문대, 명지 초중고교는 위기에 내몰린 상태로 교육부 판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행 교육부 지침인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안내서에 따르면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사유로 처분대금을 수익용 대체 취득 이외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처분 당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타당성 있는 확보 계획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명지학원과 명지대 사례에는 맞지 않고, 앞으로도 제2, 제3의 명지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적 지원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희망적인 것은 교육부가 명지학원의 회생재신청과 관련해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최근 “명지학원 측이 실현 가능성 있는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며 “가능성 있는 회생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지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명지대 정상화, 그리고 채권자를 위해 명지학원의 채무 변제가 구조적으로 가능케 배려해준다면 재단 산하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튼튼한 교육기관과 채권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49대 명지대 중앙운영위원회는 명지대 존속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3월 2일까지 재학생 8590명이 참여했다. 명지대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들의 뜻을 모아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호소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누군가에겐 많은 추억이 담겨 있고 누군가에겐 많은 추억을 만들어갈 소중한 우리의 학교입니다. 명지대학교의 미래를 여는 열쇠는 교육부의 힘에서 비롯됩니다. 20대의 밝은 청춘을, 눈부신 우리의 미래를 명지대학교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모교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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