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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기업 1개씩 분석해보세요, 투자 통찰력 생겨요”

36세 조기 은퇴 후 제주 살며 주식투자 ‘알머리’ 그 남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매주 기업 1개씩 분석해보세요, 투자 통찰력 생겨요”

여신욱 씨는 36세에 조기 은퇴하고 제주에서 주식투자 강의와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 · 여신욱]

여신욱 씨는 36세에 조기 은퇴하고 제주에서 주식투자 강의와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 · 여신욱]

퇴근하고 싶다, 사표 쓰고 싶다, 더 나아가 은퇴하고 싶다.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꿈꾸는 직장인이 마음에 품은 사직서를 선뜻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연 돈 문제가 크다. 최근 ‘운을 극복하는 주식공부’를 출간한 여신욱 씨는 3년 전 직장을 그만둔 후 은퇴 자금 4억 원을 들고 제주로 향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와 현대카드, SAP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여씨는 서귀포에서 파이어족의 삶을 누리고 있다. 조기 은퇴를 꿈꾸는 직장인을 위해 ‘은퇴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탕진잼’ 즐기던 직장인에서 주식투자 강사로

양질의 자유를 누리고자 조기 은퇴한 것으로 아는데, 현재 주 수입원과 부수입원은 무엇인가요.

“은퇴하고 서귀포에 온 지 3년째네요. 제주에 온 건 겨울을 싫어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고, 주거비 측면에서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현재 수익 비중은 주식이 가장 크지만, 주식 자금은 재투자가 필요해 자주 꺼내 쓰지는 않아요. 동영상 강의 플랫폼에서 받는 강의료, 책 인세 등 파이프라인에서 들어오는 돈이 있고 필요에 따라 단발적인 일도 받아서 해요.”

은퇴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들은 부러워하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했어요. 부모님은 좋아하지는 않으셨죠. 아무래도 한창 경력을 쌓을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니 무모해 보였을 거예요. 지금은 제주살이가 안정됐고, 아파트도 매수한 상태라 앞으로도 제주에서 살 거 같아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전문가를 만나면 “회사가 주는 돈은 절대 놓지 마라(퇴사하지 마라)”고 강조하는 분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사회생활이 힘들다 보니 퇴사에 대한 로망을 가진 분이 많은데, 은퇴를 위해서는 필요한 액수의 돈보다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소극적 경제활동으로도 생활이 영위되는 구조를 만들면 추가 노동을 할 필요가 없죠. 다만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든 스스로 감내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정말 원한다면 준비 없이 퇴사해도 돼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겠지만요. 그런 것까지 감내할 만큼 직장생활이 싫다면 빨리 나와서 빨리 매를 맞으세요. 2~3년만 고생하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나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이 맞는 사람인가’ 질문을 던져보는 거예요. 직장생활을 즐기면서 안정적으로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모험을 통해 성공할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지 않는다면 평생 남의 삶만 엿보다 늙지 않을까요.”

여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첫 5년 동안은 버는 족족 탕진하는 ‘욜로(YOLO)족’으로 살았다. 주식투자에 눈뜬 건 2014년 일이다. 소비 태도를 완전히 바꾼 계기는 뭐였을까. 그는 “같은 학교를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던 후배가 비슷한 기간에 7~8배 넘는 돈을 모은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며 “막상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수중에 돈이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돈과 사업에 관한 책을 탐독했고, 결혼하고 1년쯤 지나 주식에 관심을 두고 계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주린이’가 이제는 주식투자법을 강의하고 유튜브(‘알머리 제이슨’)를 운영하며 주식 책(‘서른여섯, 은퇴하기 좋은 나이’ ‘운을 극복하는 주식공부’)도 여러 권 냈네요.

“이번 책은 투자 공부를 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체계의 부재를 해결하고자 썼어요.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내용과 그사이에 추가로 얻은 배움을 ‘하우 투(How to)’ 형태로 묶은 실용서예요. 지금 뭘 모르는지 모르는,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을 해소해주는 게 목표죠.”

책의 부제가 ‘부의 시작을 위한 절대 잃지 않는 안심 투자법’인데, 안심할 수 있는 투자는 수익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주식은 기본적으로 고위험 자산이에요. 따라서 안전함을 추구해야 할 건 주식투자 방법론이죠. 위험자산에 안전하게 투자해 복리를 누리는 게 주식을 통한 자산 증식의 핵심이에요. 고수익에서 핵심은 한 번의 대박이 아니라 수익의 지속성이에요. 지속성을 확보하면 시간이 지난 뒤 복리 효과가 거대한 자산을 만들어줘요. 마음이 불안한 투자, 틀렸을 때 손실이 큰 투자는 지속성을 가질 수 없어요. 주식으로 끝까지 성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초심자라면 단타는 NO

기업 리서치 기반의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여씨는 “가치투자에서 핵심은 시계열 길이가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현 주가의 차이”라며 “기업의 진정한 능력에 비해 주가가 싸다면 언젠가는 차이가 좁아지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을 한 번 사면 얼마나 오래 갖고 있어야 할까요. 단타는 비추천인가요.

“투자 아이디어 성격에 따라 다른데, 바로 다음 달에 실적과 주가의 괴리가 해소될 만한 기업이라면 한 달만 보유해야겠죠. 반면 수년 이상 성장하며 가치가 상승할 기업이라면 장기간 보유해야 해요. 때에 따라 가치투자자도 아주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내고 나오기도 해요. 기업이 아닌 주가 변동 자체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방법도 있고요. 다만 하루 만에 수익을 내려면 수년의 경험과 실전 경험이 필요한데, 그런 기간을 거치지 않은 초보자라면 단기 트레이딩에 욕심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투자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증권사 리포트, 기업 사업보고서, 신문과 뉴스, 책, 텔레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볼 수 있는 건 다 봅니다. 많이 보고 소화하면 수익이 날 만한 아이디어를 고르는 통찰력이 생겨요. 투자 초보자라면 특정 미디어를 집중해 살피는 기간을 가져보세요. 사업보고서나 증권사 리포트만 최소 한 달 이상 집중적으로 보고, 그다음에 다른 미디어를 집중적으로 보는 식으로 종류별로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좀 더 빨리 투자 공부에 적응할 수 있죠.”

지금 이 주식이 적정 가격인지, 사고팔 타이밍은 언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평가 방식이 다른데요. 성장주라면 이익 증가율에 따라 적정 PER(Price Earning Ratio)를 곱해야 하고, 사이클을 타는 장치산업이라면 PBR(Price Book-value Ratio)가 잘 통하는 편이죠. 제일 까다로운 게 미래 변화를 반영하는 부분인데 지금보다 실적이 더 좋아질지, 얼마나 좋아질지를 예상하는 게 우선이고요. 그 미래가치와 현 주가를 비교해 상승할 수 있는 크기를 가늠할 수 있어요.

사고파는 시기를 정하는 건 조금 다른데요. 미래에 지금보다 기업 상황이 나아진다면 그 상황이 어떤 형태로 언제 발현될지도 예상해야 해요. 10년 이상이 필요한 미래 기술이라면 관련주에 투자할 때 10년 이상 보유할 각오로 꾸준히 사 모으는 게 좋아요. 반면 내년에 당장 올해보다 실적이 개선될 기업이라면 1년을 보유할 계획으로 매수하는 편이 좋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는 일이에요. 싸게 사면 크게 물리지 않아요. 크게 물리지 않으면 조금만 올라도 확실하게 수익을 낼 수 있어요.”

‘개미’가 작전에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살펴야 할까요.

“작전 자체가 벌어지는 과정은 다양하고 복잡한데, 일일이 이해하지 않아도 당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어요. 근거 없이 빨리 오를 거라는 느낌으로 지금 빨리 오르는 주식에 덥석 올라타지만 않으면 돼요. 작전을 피하기 위해 먼저 살펴야 할 건 외부 요소가 아닌 내면의 욕심이죠.”

일주일에 기업 하나씩 분석

투자 실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공부법을 알려주세요.

“주식 공부를 위해 책과 강의에 수백만 원은 쓴 거 같아요. 독학으로 실력을 빠르게 키우려면 다양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게 좋은데, 책에서 제안한 방법은 일주일에 1개 기업을 분석하는 거예요. 일주일 공부한다고 기업에 대해 충분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1년이 지나면 대략 50개 이상 기업을 만나게 되거든요. 그 데이터가 누적되면 자기 나름의 통찰력이 생기고 기업을 비교하는 눈이 생겨요.”

증권사 리포트, 기업 사업보고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이나 눈여겨볼 부분이 있을까요.

“증권사 리포트는 애널리스트마다 의견이 다르고, 기업 사업보고서도 기업 분위기에 따라 과도한 낙관, 비관을 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자료를 읽고 나면 기업이 무조건 좋아 보일 수도 있는데요. 중화하려면 많은 자료를 봐야 해요. 집중해서 리포트 여러 개를 보거나, 많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비교해보는 방법도 좋아요. 특정 증권사의 리포트를 최소 1년치 이상 한번에 읽어보면 재밌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애널리스트의 의견과 톤이 바뀌는 걸 발견할 수도 있고요. 흐름이 파악되면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예상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내년이면 마흔 살이 되는 여씨는 “40대에는 더 창의적이고 자주적이며 도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쓰고 창업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밌고 창의적인 이들에게 서귀포 이주를 적극적으로 권한다는 그는 “서귀포를 문화와 창의성이 가득한 발리 같은 휴양지로 만들고 싶은 꿈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경제적 자유만큼이나 신체적 자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특별한 일과가 없을 때는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웨이트트레이닝, 조깅, 킥복싱, 요가, 수영 등 갖가지 운동을 즐긴다.

“경제적 자유는 자유의 일부일 뿐입니다. 재테크도 좋지만 몸을 버리면서까지 하지 마시고요.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야 공부도 더 잘 됩니다. 그리고 절대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비교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면 돈이 많아져도 자유인이 될 수 없어요. 그저 돈 많은 노예가 될 뿐입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19호 (p48~50)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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