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1조+5조 원 방산 쾌거 임박했는데…
K-9 자주포. [뉴시스]
K-9 수출 계약은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과 때를 같이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생색내기’가 발견된다. 이명박 정부는 방산 수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살벌할 만큼 원가 절감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부가 끝난 후 문 대통령이 속한 현 여권은 이를 비판했다. ‘4대강 개발’ ‘자원외교’ ‘방위산업’을 비리 덩어리로 규정해 ‘사자방’을 외쳤다. 한국에서 사자방에 대한 아우성이 요란할 때 K-9 호주 수출이 추진됐다. 이윽고 올해 9월 3일 한화디펜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니, K-9 호주 수출은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다 차려놓은 밥상 앞에 문재인 정부가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천궁-2 대공미사일 양산도 반대했다. 그러한 천궁-2가 최근 UAE에 수출됐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는 누구도 사자방을 거론하지 않는다.
호주는 미국, 일본, 인도와 함께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팽창에 반대하는 쿼드(Quad) 참여국이다.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는 호주와 중국의 대립이 단초였다. 중국이 호주에 무역제재를 가하자 호주는 석탄 수출 제한 조치로 대응했다. 요소수는 석탄에서 추출되는데, 석탄 부족으로 난방조차 어려워지자 중국은 요소수 추출을 금지했다. 그 결과 한국이 심각한 요소수 부족 사태를 겪은 것. 호주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 발자국 더 나아가고 있다. 미국, 영국과 오커스(AUKUS)를 맺고 공격 원자력잠수함(원잠)을 건조하고자 한다. 호주 공격원잠은 핵무기를 탑재한 중국 전략원잠 추적이 주된 임무가 될 것이다.
“다 된 밥에 재 뿌렸다”
12월 13일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호주에 도와주려고 간 것인지, 방해하려고 간 것인지 모르겠다” “다 된 밥에 재 뿌렸다. 레드백 수출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호주에서 굳이 올림픽 외교 보이콧 불참을 천명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명분 아닌 실용을 앞세운 정상외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