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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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날리면 우승? 카트 길은 피하라!

‘장타자들의 잔치’ RBC 캐나디안 오픈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5-08-03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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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날리면 우승? 카트 길은 피하라!
    골프에서 장타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아마추어 골퍼의 비거리가 250야드(약 229m) 정도면 웬만한 파5 홀에서는 세컨드 샷으로 투온까지 노릴 수 있다. 장타자가 쇼트게임과 퍼팅에서 망가지지 않으면 80타 이내 스코어로 들어오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아마추어대회에 나가보면 운이 작용하는 신페리오(New Perio) 방식으로 당첨된 대회 챔피언보다 최저타를 친 메달리스트나 롱기스트에 대한 선망과 환호가 더 높을 때가 많다.

    7월 27일 끝난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RBC 캐나디안 오픈에서 우승한 제이슨 데이는 나흘 동안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30.6야드(약 302m)를 날렸다.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339.5야드)에 이은 2위였다. 이 대회 상금 랭킹 상위 15명 가운데 11명이 평균 300야드(약 274m)를 넘겼다. PGA투어에서는 24명만이 300야드 클럽에 들어 있을 정도니, 이 대회는 장타자들을 위한 잔치였던 셈이다.

    페어웨이가 널찍하고 내리막인 데다 뻥 뚫린 곳에 다다르면, 콧구멍이 벌렁거리면서 한 번쯤 냅다 지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건 인지상정이다. 1월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항상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플렌테이션 코스에서 열리는데 바다를 보면서 장타를 쏘는 홀이 수두룩하다. 특히 7, 12, 18번 홀은 내리막이라 역대 최장타 기록은 대체로 여기서 나왔다(1994년부터 2009년까지 숱한 장타 기록을 배출한 메르세데스챔피언십 역시 이 코스에서 열렸다).

    내리막 홀에서 선수들이 맘 잡고 날리면 400야드(약 366m)를 넘긴다. 7월 말까지 데이터를 보면 올해 유독 비거리가 늘어난 제이슨 데이가 톱10에 2개의 기록을 올리고 있다(표 참조). 역대 PGA투어 최장타 기록을 보면, 2001년 이후로는 장비의 첨단화와 과학적인 피팅 결과 430야드를 예사롭게 넘기고 있다. 그중 최장타는 타이거 우즈가 2002년 메르세데스챔피언십 3라운드 18번 홀에서 기록한 498야드(약 455m)다.

    비공식 기록까지 친다면 1992년 미국 샌안토니오 오크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텍사스오픈에서 칼 쿠퍼가 기록한 787야드(약 720m)가 최고다. 그해 공식 최대 비거리 기록은 존 댈리의 308야드였는데 쿠퍼의 기록은 홀과 홀 사이를 지나쳤다는 이유로 공식 기록이 되지 못했다.



    어찌된 일일까. 당시 쿠퍼는 31세로 투어에 갓 들어온 루키였다. 내리막 파4인 456야드 3번 홀에서 친 쿠퍼의 티샷은 내리막을 타더니 카트 길에 들어간 뒤로는 그 길을 따라 굴러 그린을 지나쳐버린다. 공은 5번 그린, 6번 홀 티잉그라운드를 지나 비포장 예비도로를 타고 구르다 결국 12번 그린 뒤에 가서 멈췄다. 공이 출발한 지점부터 측정한 결과 787야드였다.

    3번 홀과는 300야드 이상 멀어져 있었다. 공이 오비(OB·Out of Bounds)가 난 것도 아니고 해저드에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골프 규칙에 따르면 ‘공은 있는 자리에서 치는 것’. 고민하던 그는 거기서 4번 아이언, 8번 아이언을 친 다음 칩샷으로 그린에 올려 더블보기로 홀을 마쳤다.

    현역 때도 장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쿠퍼는 이후 우승은 없었고, 54세인 현재 고향 휴스턴에서 쿠퍼투어스쿨을 운영하며 교습가로 지내고 있다. 비공식인 그의 장타 기록은 아마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추어에게는 행운일 수 있는 것이 프로대회에선 통하지 않는 게 몇 가지 있지만 이것도 포함해야 할 듯하다. ‘장타를 맘껏 치되 카트 길은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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