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하는 통지문을 의회에 제출했다. 비슷한 시기 미 연방 상원의회 밥 코커 외교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2016 국무부 수권법 및 대사관 안보법’을 발의했다. 2014년 말 소니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으로 워싱턴의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6월 26일 한국 정부는 무기거래를 통해 북한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 등 7곳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의 개인과 기관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왔지만,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쏟아져 나온 대북제재. 그러나 강경한 어조의 설명에도 전문가들 반응은 차갑기 짝이 없다. 세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때마다 유엔 안보리를 필두로 국제사회는 새로운 결의안을 내놓았지만, 북한의 기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 지구촌 경제를 한 손에 쥐고 있다는 미국의 으름장에도 북한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왜 애초 공언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5월 중순 미 회계감사원(GAO)이 상원의회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대북제재(North Korea Sanctions)’ 보고서는 그에 대한 답을 한눈에 보여준다. GAO는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연방의회 산하기관으로, 해당 보고서는 총 49쪽에 걸쳐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간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와 관련해 전체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58개국이 제재이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려 80%를 넘는 숫자다.
조사도 강제도 불가능
2006년 북한의 로켓 시험발사 이후 2013년 3차 핵실험까지 유엔 안보리는 모두 다섯 차례 대북제재 결의안을 내놓았다. 그중 결의안 1718에 따라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1718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조사해 건의할 전문가 패널도 2009년 구성됐다. 이후 안보리 산하 전문가 패널은 매년 한 차례 관련 보고서를 작성, 공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지목된 북한 기관이나 인물을 1~2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1718 위원회 회의와 안보리 검토를 거쳐 제재 대상에 추가한 뒤, 각 회원국에 공지하는 방식이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안보리는 총 32건의 제재지침을 공지한 바 있다.
원칙적으로 유엔 각 회원국은 자국 내 기업이나 금융기관 측에 안보리에서 지목한 북한 기관 또는 회사와는 상업거래와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시한은 안보리 공지 후 45~90일 내. 이를 어기는 기업이나 회사는 정부 또는 중앙은행으로부터 처벌 및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공지한다. 사후에라도 관련 사실이 확인되면 각국 정부는 이를 안보리에 보고서 형태로 통보함으로써 대북제재가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전 세계적으로 점검한다. 그 결과가 다시 이듬해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취합해 발표하는 보고서에 반영된다. 이렇게 1년을 주기로 유엔 회원국 전체 차원의 이행 및 감독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 국제사회 대북제재 메커니즘의 골자다.
80%를 넘는 국가가 안보리에 대북제재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GAO의 지적은 이러한 메커니즘에 근본적으로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음을 의미한다. 1718 위원회나 전문가 패널 모두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각국 보고에 모든 정보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 특히 보고서 미제출 국가 가운데는 아랍에미리트처럼 국제 무역·금융 비즈니스의 허브 구실을 하는 나라도 포함돼 있고, 북한이 오랜 기간 대외활동의 중간거점으로 활용해온 태국 역시 명단에 올라 있다. 이들 국가 정부가 자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북한과의 거래 금지를 공고하지 않았거나, 공고했다 해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뿐 아니다. 일부 유엔 회원국은 아예 정부 차원에서 안보리 제재결의를 위반하는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5월부터 북한 교관을 초청해 자국 경찰 400여 명의 훈련을 맡긴 우간다가 대표적인 경우다. 북한과 우간다는 지난해 10월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GAO 보고서에 따르면 우간다 정부는 이러한 행동이 유엔 대북제재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 4월 평양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된 사거리 500km급의 KN-08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로 쓰인 차량은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기업인 후베이싼장항톈완산(湖北三江航天萬山) 특종차량유한공사에서 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듬해 6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중국 정부는 북한이 작성한 최종 사용자 증명서에 목재운반용으로 표기돼 있으므로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롯된다. 각 회원국 정부가 결의안을 위반 또는 무시한다 해도 처벌하거나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전무하다. 회원국 가운데는 안보리 결의를 국내에서 강제할 법률이 없는 경우도 수두룩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만들라는 안보리 측 주문은 말 그대로 요청사항일 뿐이다.
병진노선 실패? 무슨 수로?
실제로 그간 안보리를 통해 공개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나 이에 관련한 기관 및 개인은, 대부분 북한의 거래 상대가 속해 있는 국가 정부가 적발하거나 보고한 내용이 아니다. 화학무기 실험장비나 미사일 부품 같은 화물의 중간기착지였던 한국, 파나마, 유럽 국가 등의 세관당국이 적발해 유엔에 보고했을 따름이다. 대북제재에 민감한 몇몇 나라만 우회하면 북한의 무기거래는 사실상 무방비로 열려 있는 셈이고, 지구촌 대부분은 여전히 북한에게 감시망에서 벗어난 ‘자유영역’으로 남아 있다.
6월 26일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7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개발하려는 노력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북한에 보여주는 게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과연 국제사회는 이를 ‘성공하지 못하게’ 만들 능력이 있긴 한 것일까. 북한 핵개발 역사는 어느새 20여 년, 유엔 대북제재만 해도 1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답은 무척이나 명확해 보인다.
6월 26일 한국 정부는 무기거래를 통해 북한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 등 7곳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의 개인과 기관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왔지만,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쏟아져 나온 대북제재. 그러나 강경한 어조의 설명에도 전문가들 반응은 차갑기 짝이 없다. 세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때마다 유엔 안보리를 필두로 국제사회는 새로운 결의안을 내놓았지만, 북한의 기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 지구촌 경제를 한 손에 쥐고 있다는 미국의 으름장에도 북한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왜 애초 공언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5월 중순 미 회계감사원(GAO)이 상원의회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대북제재(North Korea Sanctions)’ 보고서는 그에 대한 답을 한눈에 보여준다. GAO는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연방의회 산하기관으로, 해당 보고서는 총 49쪽에 걸쳐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간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와 관련해 전체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58개국이 제재이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려 80%를 넘는 숫자다.
조사도 강제도 불가능
2006년 북한의 로켓 시험발사 이후 2013년 3차 핵실험까지 유엔 안보리는 모두 다섯 차례 대북제재 결의안을 내놓았다. 그중 결의안 1718에 따라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1718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조사해 건의할 전문가 패널도 2009년 구성됐다. 이후 안보리 산하 전문가 패널은 매년 한 차례 관련 보고서를 작성, 공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지목된 북한 기관이나 인물을 1~2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1718 위원회 회의와 안보리 검토를 거쳐 제재 대상에 추가한 뒤, 각 회원국에 공지하는 방식이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안보리는 총 32건의 제재지침을 공지한 바 있다.
원칙적으로 유엔 각 회원국은 자국 내 기업이나 금융기관 측에 안보리에서 지목한 북한 기관 또는 회사와는 상업거래와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시한은 안보리 공지 후 45~90일 내. 이를 어기는 기업이나 회사는 정부 또는 중앙은행으로부터 처벌 및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공지한다. 사후에라도 관련 사실이 확인되면 각국 정부는 이를 안보리에 보고서 형태로 통보함으로써 대북제재가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전 세계적으로 점검한다. 그 결과가 다시 이듬해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취합해 발표하는 보고서에 반영된다. 이렇게 1년을 주기로 유엔 회원국 전체 차원의 이행 및 감독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 국제사회 대북제재 메커니즘의 골자다.
80%를 넘는 국가가 안보리에 대북제재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GAO의 지적은 이러한 메커니즘에 근본적으로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음을 의미한다. 1718 위원회나 전문가 패널 모두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각국 보고에 모든 정보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 특히 보고서 미제출 국가 가운데는 아랍에미리트처럼 국제 무역·금융 비즈니스의 허브 구실을 하는 나라도 포함돼 있고, 북한이 오랜 기간 대외활동의 중간거점으로 활용해온 태국 역시 명단에 올라 있다. 이들 국가 정부가 자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북한과의 거래 금지를 공고하지 않았거나, 공고했다 해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뿐 아니다. 일부 유엔 회원국은 아예 정부 차원에서 안보리 제재결의를 위반하는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5월부터 북한 교관을 초청해 자국 경찰 400여 명의 훈련을 맡긴 우간다가 대표적인 경우다. 북한과 우간다는 지난해 10월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GAO 보고서에 따르면 우간다 정부는 이러한 행동이 유엔 대북제재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 4월 평양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된 사거리 500km급의 KN-08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로 쓰인 차량은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기업인 후베이싼장항톈완산(湖北三江航天萬山) 특종차량유한공사에서 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듬해 6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중국 정부는 북한이 작성한 최종 사용자 증명서에 목재운반용으로 표기돼 있으므로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롯된다. 각 회원국 정부가 결의안을 위반 또는 무시한다 해도 처벌하거나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전무하다. 회원국 가운데는 안보리 결의를 국내에서 강제할 법률이 없는 경우도 수두룩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만들라는 안보리 측 주문은 말 그대로 요청사항일 뿐이다.
병진노선 실패? 무슨 수로?
실제로 그간 안보리를 통해 공개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나 이에 관련한 기관 및 개인은, 대부분 북한의 거래 상대가 속해 있는 국가 정부가 적발하거나 보고한 내용이 아니다. 화학무기 실험장비나 미사일 부품 같은 화물의 중간기착지였던 한국, 파나마, 유럽 국가 등의 세관당국이 적발해 유엔에 보고했을 따름이다. 대북제재에 민감한 몇몇 나라만 우회하면 북한의 무기거래는 사실상 무방비로 열려 있는 셈이고, 지구촌 대부분은 여전히 북한에게 감시망에서 벗어난 ‘자유영역’으로 남아 있다.
6월 26일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7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개발하려는 노력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북한에 보여주는 게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과연 국제사회는 이를 ‘성공하지 못하게’ 만들 능력이 있긴 한 것일까. 북한 핵개발 역사는 어느새 20여 년, 유엔 대북제재만 해도 1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답은 무척이나 명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