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친박’ 정무특보단 임명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대통령 정무특보 3인의 인선이 발표되자 여의도 정치권에서 나온 반응이다. 한때 여당 핵심 주류였던 의원 3인방이 다시 정국의 중심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주호영, 윤상현, 김재원 의원.
정무특보단 등장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통을 위해 적극적인 구실을 할 인물들을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할 뜻을 밝혔기 때문. 그런데 모두가 현역 의원, 그것도 ‘친박근혜(친박)계’ 인사 중심으로 정무특보단이 구성될지는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도 예상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인선 발표에 앞서 2월 1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만났을 때 “정무특보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점을 돌아보면 결과적으로 여당 ‘투톱’의 의견이 묵살돼 체면을 구겼다.
그래서일까. 청와대의 ‘당청 간 소통’ 의지 강조에도 정무특보단에 대한 시선은 벌써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의원 3인의 능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 하지만 여당 물밑에서, 그리고 보수 전문가 사이에서도 우려하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브레인’만 쏙 골라 가
정무특보들에 대한 긍정 평가는 능력과 연관돼 있다. 3인방이 국정의 큰 그림을 볼 줄 알고,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 그동안 일부 청와대 인사가 ‘정무감각 부족’이란 지적을 받았던 데 비해, 의원 3인방의 정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은 많지 않다.
3선 주호영 의원은 친이(친이명박)-친박’ 계파 논란에서 한 발 벗어나 범계파와 청와대, 총리실 등과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분류된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지난해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특히 그가 정책위의장으로서 손을 잡은 이른바 ‘러닝메이트’ 정치인은 이완구 원내대표(현 국무총리)였다. 즉 그가 ‘원조 친이’이면서 ‘범친박’과도 가까운 것은 현장 실무를 통해 다양한 계파와 직접 일을 해봤기 때문이다. 이에 그가 정무특보에 포함되면서 ‘탕평인사’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여권으로선 ‘다목적 카드’로 불릴 만하다.
재선 윤상현 의원의 경우 ‘정치적 촉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정치적 판단력이 빠르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복수의 관계자 사이에서는 “정국 흐름을 알려면 윤상현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곤 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지역일꾼 대 정치철새’ 프레임을 만들어 접전지에서 ‘거물 야권후보’들에게 타격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김재원 의원은 ‘원조 친박’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정가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물론 의원들까지 그의 말에 청와대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즉 정무특보단에 대한 긍정 평가는 ‘빠른 정치적 판단’과 ‘대통령과의 매끄러운 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과 연관돼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신뢰를 매우 중시한다”며 “쓴소리를 하더라도 오랜 기간 옆에서 함께 뛰었던 인물들이 해야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집권 3년 차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다 힘을 보탤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무특보단에 대한 ‘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당청관계에서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피력해왔던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의 표정이 밝지 않다. 김 대표의 발언이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정무특보 필요 없다고 했지만 기왕에 임명된 특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잘해주기를 기대한다.” 청와대가 이미 인사를 했으니 어쩔 수 없으나, 두 팔 들고 환영하기는 어렵다는 뉘앙스다.
유 원내대표는 더 직설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람을 떠나 현직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정무특보는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인데,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에 대해 나는 문제의식이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에 임명된 새누리당 주호영, 윤상현, 김재원 의원(왼쪽부터).
그들의 이런 발언은 가뜩이나 ‘투톱’이 일부 ‘친박’으로부터 견제받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상황과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자주 만나 대화하면 되는데, 굳이 전직 지도부 출신인 ‘친박’ 정무특보단을 따로 둔 것이 오히려 당청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로 ‘내 사람’을 불러 대통령이 대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3월 4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소속 국회의원들이 직선으로 뽑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지도부를 제쳐두고 입맛에 맞는 몇몇 의원을 불러 모아 원격으로 소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수도권 한 의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남에서 “일단 현직 의원이 대통령 정무특보를 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인적쇄신과도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특보를 두려면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발탁해야 했고, 국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현역 의원을 고르려면 그동안 소외감을 느낀 ‘비박(비박근혜)’ 인사들이 들어가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통을 위해 정무특보단을 구성했는데, 오히려 불통 논란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편 여권이 쇄신 의지를 강조할 좋은 카드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활성화, 개혁의 경우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 반면 청와대 인사, 그중에서도 대통령과 대화를 할 인물을 발탁하는 과정과 결과는 그 자체가 국민에게 흥미로운 뉴스거리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고 민심을 자극하는 긍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좋은 카드를 쓰는 시기를 놓쳤고, ‘친박 곁에 두기’ 논란에 휘말려 빛이 바랬다는 것이다.
‘미스터 쓴소리’라 부르는 조순형 전 의원은 3월 2일 TBS 라디오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정무특보로 임명된 의원들에 대해 “당사자들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사양했어야 한다. 더군다나 ‘친박’이면 대통령과 그런대로 소통이 될 거 아닌가. 이러면 정말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