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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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도 진심 담긴 로맨스 아쉬워

박진표 감독의 ‘오늘의 연애’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5-01-19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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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스러워도 진심 담긴 로맨스 아쉬워
    기억에 남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물으면 많은 사람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꼽는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귀여운 여인’ 등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이도 많을 듯싶다. 그럼 기억에 남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는? 이 질문에는 대답이 망설여진다. 우리 스크린에는 스릴러가 넘쳐나는 반면 로맨스나 코미디는 어쩐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인원 1억 명 이상이 영화를 보는 나라에서 말이다.

    박진표 감독의 ‘오늘의 연애’는 이 빈틈을 메워주는 영화다. 제목만큼이나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18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두 남녀가 과연 연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따라가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 캐릭터는 꽤나 천편일률적이다. 남자가 바람둥이면 여자는 소박하고, 남자가 지나치게 순진하면 여자는 털털한 식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는 이 캐릭터 차이가 빚어내는 갈등에서 비롯된다. ‘오늘의 연애’도 마찬가지다. 남자 주인공 강준수(이승기 분)는 ‘백일 기념 파티’를 준비하다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는 남자. 벌써 여자에게 차인 게 세 번째로, 100일도 못 만나고 차이기 일쑤다. 반면 여자 주인공 김현우(문채원 분)는 일명 ‘날씨의 여신’이라 불리는 유명 기상 캐스터로 현재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매우 멋진 남자와 목하 사랑 중이지만, 그는 직장 상사인 데다 유부남이기까지 하다.

    티격태격하는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성격도 다르다. 가령 현우는 괴로움과 기쁨을 모두 술로 푸는 족발 마니아다. 그러나 준수는 술 근처에만 가도 취하는 모범생, 심지어 콜라를 마시고도 트림을 하지 않는다. ‘오늘의 연애’의 절반 이상은 이 두 사람이 저녁에 만나 족발을 곁들여 술을 마시고 취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취해서 클럽에 가고, 다음 날 학교와 방송국으로 출근한다.

    사실 이런 삶의 패턴은 젊지 않은 세대가 짐작하는 20, 30대의 생활방식이다. 젊은이 스스로 그린 자화상이라기보다 장년층이 바라보는 피상적 젊음의 모습인 셈이다. 여기서 박진표 감독이 가진 장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 감독은 영화 ‘죽어도 좋아!’로 명성을 얻고 ‘너는 내 운명’으로 흥행 맛을 본 감독이다. 그의 본령은 다큐멘터리에 있다. 박 감독이 TV 르포 프로그램에서 연출자로서의 삶을 시작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살펴보면 그의 주요 필모그래피는 모두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뿐 아니라 ‘그놈 목소리’도 머지않은 과거에 존재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삼지 않았나. ‘오늘의 연애’는 그러했던 박 감독이 과연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어떻게 연출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마치 1980년대 청춘영화처럼 서걱거리고 어색하다. 유명 기상 캐스터가 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도, 지나치게 젊은 척하는 영화 감각도 어쩐지 어색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영화 중반 이후 툭툭 잘리듯 호흡이 끊기는 편집 리듬이다. 초보 감독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편집의 어설픔이 박 감독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박 감독의 특장점은 촌스러운 뚝심일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이 전국적으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울린 것도 그 안에 담긴 사랑이 촌스럽지만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연애’에서는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쉬운 게 많은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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