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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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 경제 “모든 게 비관적”

전문기관들 전망치 분석, 수출 내수 등 회복 실마리 안 보여

  •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moonjong.huh@woorifg.com

    입력2014-12-29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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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한국 경제 “모든 게 비관적”

    서울 여의도 빌딩숲.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위기가 시작된 지 6년여가 흘렀지만 근원지였던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우리 수출도 3년째 지지부진하다. 내수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치상으로는 신규 취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지만 고용시장이 회복됐다고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득은 잘 늘지 않는데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고, 주거비와 사교육비 등의 부담까지 커지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은 약화하고 있다.

    말 그대로 대외 부문(수출)과 대내 부문(내수)의 동반 부진. 지금까지 국내 각 기관이 발표한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는 4년째 잠재성장률 이하에서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경제 활력이 점차 떨어지다 보니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입에 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점차 커진다. 그렇다면 2015년은 어떨까.

    엔低, 산유국 침체 등 걸림돌

    해마다 연말이면 국내외 여러 전문기관에서는 다음 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국내외 연구기관 8곳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내놓은 2015년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새해에도 우리 경제는 회복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듯하다(표 참조). 평균해보면 3.7% 성장을 전망해 2014년(평균 3.5%)보다 다소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한 해 이어진 두 차례 금리인하와 정부 재정 확대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의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전망이나 다름없다.

    2015년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기관들이 제시하는 표면상 근거는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출이 전년보다 늘어나고 정부의 확장적인 거시정책과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으로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개선되리라는 기대다. 하지만 일본 엔화 약세와 구조적 내수 부진 같은 지난 한 해의 악재가 반복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과 유가 하락 충격 같은 새로운 악재가 불거질 수 있다 보니 회복을 자신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각각 3.9%, 3.8%를 전망한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이 각각 3.5%, 3.4%로 비관적인 수치를 내놓은 것은 이렇듯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관별로 전망치가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수출이다. 대체적으로는 2014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판단 편차가 적잖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이 2015년 수출증가율을 5.3~5.5%로 다소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정부와 KDI는 3%대, LG경제연구원은 가장 비관적인 0.6%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전망치를 내놓은 기관(정부, KDI, LG경제연구원)일수록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는 유가 하락에 따른 러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 불안을 새롭게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5년 한국 경제 “모든 게 비관적”
    미국이 2014년 3분기에만 전기 대비 5.0%(연율)나 성장하는 등 글로벌 회복세를 주도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수입 수요가 예전 같지 않고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만의 ‘나 홀로 성장’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견인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2015년에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가공무역 축소로 우리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대중(對中)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산유국의 경기 침체는 우리 수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확장적인 거시정책에 힘입어 내수도 2014년보다는 일부 나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공감대다. 하지만 이 역시 기관별로 전망치 차이가 크다. 민간소비의 경우 기관별로 2.3~3.5% 개선을 예상하는 반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2.1~7.9%, 2.9~5.2%로 편차가 더욱 심하다. 다른 항목과 마찬가지로 2015년 내수에 대해서도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기관은 LG경제연구원이다.

    불황 초입인데 인식 못 해

    2015년 내수 소비에 비관을 더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가계부채 같은 구조적 문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 활성화 대책과 고용시장 내 신규 취업자 증가에 힘입어 가계소득 여건은 다소 개선될 수 있겠지만 가계부채와 주거비, 사교육비 등 가계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으면서 2015년에도 빠른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설비투자 역시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 지연과 수익성 악화, 재고 부담 등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이 우리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말로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한 해 3% 중반대의 성장률을 보인 우리 경제가 과연 최악의 상황에 처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지표를 통해 나타나는 징후들은 한국 경제가 ‘현재 최악은 아니더라도 최악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농후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전문기관들은 평균적으로 2015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6%(담뱃값 인상분 제외 시)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LG경제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0%대(0.8%)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한다면 물가상승률은 3년 연속 2%를 밑돌게 된다. 물가상승률이 2%대를 하회한 것은 외환위기(1999년 0.8% 상승) 때를 제외하고는 통계 작성 이래 없었던 일이다.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커졌다고는 해도, 수요 부진에도 그 나름의 원인이 있는 까닭에 경제 활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시작됐지만, 당시 불황이 20년 넘게 지속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 경제도 일본처럼 불황 초입에 와 있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 상황이 최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변화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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