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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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시대…집도 분산투자 대상

초저금리와 장기 저성장…전세와 저축 시대 종말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12-01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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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 시대…집도 분산투자 대상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어 있는 매물 시세표.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전세’와 ‘저축’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전세 물건이 사라져가고 월세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그래프 참조). 우리나라 주택임대시장을 견고하게 지키고 있던 전세제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1월 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로 동결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의 무제한적인 양적완화 정책, 중국의 금리인하 등으로 2%의 기준금리를 더는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우리나라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리면 예금 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세금까지 고려할 경우, 1% 미만의 이자를 받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자산가치 vs 수익가치와 사용가치

    지금까지 주택에 대해선 주로 자산가치, 즉 ‘집값이 얼마 올랐는가’가 주된 관심사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된 주거 형태인 아파트는 상가, 다세대주택 등과 달리 수익가치와 사용가치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수익가치란 어떤 자산이 꾸준히 만드는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전세제도에서는 전셋값을 은행에 맡기고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수익가치에 해당한다. 월세 경우에는 월셋값이, 반전세 경우에는 전셋값의 이자와 월세 합계가 수익가치가 된다. 사용가치란 말 그대로 그 주택을 사용한 대가로 내는 돈을 뜻한다. 주택의 사용가치와 수익가치는 동일하다. 사용가치는 주택을 빌리는 사람, 즉 세입자 측면에서 표현한 것이고, 수익가치는 소유자 측면에서 계산한 것이다.

    최근 진행되는 전셋값 폭등이나 월세로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정부의 기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값 폭등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 이유는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월세는 세입자에게 그 주택을 이용하는 것 외에 다른 가치를 전혀 창출해주지 못한다. 순수한 사용료일 뿐이다. 가격 거품이 낄 여지가 없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 가격이다. 반면 주택가격으로 표현되는 자산가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거품이 발생할 수도 있고, 정부의 개입 여지도 많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조세제도를 통해 주택 거래에 불리한 인센티브를 도입할 수 있고,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등 가수요 억제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집값이 많이 오르면 임대로 살면 그만이지만, 임대료가 오르면 세입자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가 어렵다.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사실 정부는 경기 회복과 폭등하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주택 구매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전통 방식의 정책을 선택했다. 세금도 낮추고 전매제한도 풀고 대출이자도 깎아주고 재건축 규제도 완화하는 등 고전적인 주택 경기 부양책을 꺼냈지만, 군불만 지펴졌을 뿐 시장 전체로 불길이 확산되지 못했다. 집을 사게 하는 정책의 약발이 과거만 못 했던 것이다.

    월세 시대 개막에 발화점 구실을 한 것은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초저금리다. 부동산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하에서는 전세가 월세보다 투자자 처지에서 더 유리하다. 이자를 지불하지 않고도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고, 금리까지 높으면 전셋값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두 가지 전제가 사라져버렸다. 패러다임이 확 바뀐 것이다. 집값은 오르지 않고 전셋값을 받아도 이자가 쥐꼬리만하다면, 집주인들이 갈 방향은 분명하다. 바로 월세다. 이것만이 자신의 이익을 가장 극대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진행되는 모습이다.

    월세 시대…집도 분산투자 대상
    현금흐름으로 주택 생각 필요

    월세로의 전환은 먼저 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할 것을 요구한다. 소유자는 수익률, 세입자는 주거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용과 수익 측면에서 임대와 소유 가운데 어느 것이 유리한지를 비교해 의사 결정하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다시 말해 집을 사서 대출이자와 세금을 내는 게 더 유리한지, 아니면 월세로 살면서 세액공제를 받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대로 주택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제 전세가 아닌 월세가 기본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현금흐름에서 주거비용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춰 주거지를 선택해야 한다. 소유주든 세입자든 이제는 현금흐름 관점에서 주택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가격 측면에서는 소형이 대형보다 강한 하방 경직성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 과거에는 ‘불황기에는 소형, 호황기에는 대형’이라는 말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다. 이 말은 가격 상승기에는 중·대형이 많이 오르고, 불황기에는 소형이 덜 빠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 상황 못지않게 월세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가 투자 가치 판단의 주요 잣대가 될 것이다. 월세에선 수요가 많은 소형이 중·대형보다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월세 전환율이 앞으로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월세 비율은 증가했지만 월세 전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2010년 6~7% 선에서 지금은 낮은 곳을 중심으로 4~5%까지 내려와 있다. 이유는 월세 증가와 지속적인 금리인하 때문이다. 전세 공급은 줄지만 월세 공급은 늘고, 월세의 기준점 기능을 하는 시중금리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기준금리가 또다시 1%대로 떨어진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월세 전환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세로의 전환과 초저금리는 장기 저성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시장 전체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시쳇말로 집 한 채 산다고 팔자가 바뀌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는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면서 자신의 자산도 보호하는 길이다. 국내와 해외로, 주식과 부동산과 채권으로 분산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젠 집도 이런 분산투자의 대상이 돼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전세와 저축이라는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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